소비자들이 지난달 서울의 한 유니클로 매장 앞에서 유니클로×질 샌더 협업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한경DB
소비자들이 지난달 서울의 한 유니클로 매장 앞에서 유니클로×질 샌더 협업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한경DB
일본 기업들이 2019년 시작된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인 ‘NO재팬’의 영향에서 벗어나고 있다. 지난해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일본 패션 브랜드인 유니클로는 올해 한국에서 큰 폭의 흑자를 달성했다. 도요타의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인 렉서스는 지난달 4년 만에 수입차 중 판매대수가 가장 많은 ‘베스트셀링 모델’을 차지했다.

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에프알엘코리아의 작년 9월부터 올 8월까지 영업이익은 529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884억원 적자에서 큰 폭으로 흑자전환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6297억원에서 5824억원으로 7.5% 감소했다. 에프알엘코리아는 유니클로 일본 본사인 패스트리테일링(51%)과 한국 롯데쇼핑(49%)의 합작법인이다.

유니클로는 글로벌 브랜드와 협업한 신제품과 고비용 매장 축소를 통해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불매 운동으로 인해 시작된 유니클로의 폐점은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가속화했다. 유니클로 매장은 올해 145곳으로 2019년 8월 말 190곳 대비 45곳(30%) 줄었다. 대표적 고비용 점포였던 서울 명동점을 비롯해 강남, 홍대점을 줄줄이 정리했다.

유니클로는 글로벌 패션 브랜드와 협업한 제품을 시장에 내놓으면서 국내 소비자의 민심을 돌렸다. 질 샌더 디자이너와 함께한 +J 컬렉션을 판매할 때는 매장 앞에 줄을 서는 ‘오픈런’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유니클로는 1년여 만에 부산에 새 점포를 내면서 매장 확대에 나섰다. 지난달 부산 유니클로 사하점 문을 열었으며 부산 유니클로 롯데백화점 센텀시티점을 재개장했다.

일본의 간판 자동차 브랜드 렉서스도 국내 시장에서 모처럼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렉서스의 대표 세단인 ‘ES300h’는 지난달 698대 판매돼 수입차 중 가장 많이 팔렸다. 지난 10월 디자인을 부분 변경한 신차를 출시한 효과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렉서스가 ‘베스트셀링 수입차’에 오른 것은 2017년 7월(660대) 이후 약 4년 만이다. 렉서스는 2019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월간 1200~1500대가량 팔렸으나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불거진 하반기엔 400~800대 수준으로 반 토막 났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판매량을 조금씩 회복해 올해 5~7월엔 1000대 이상 팔리기도 했다. 올 1~11월 누적 판매량은 8994대로 지난해 전체 판매량(8911대)을 넘어섰다. 혼다의 올해 1~11월 판매량도 4055대로 지난해 판매량(3056대)보다 많다.

다만 일본 맥주는 불매 운동으로 고꾸라진 위상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CU·GS25·세븐일레븐 등 편의점 3사에 따르면 일본 맥주는 2019년 불매 운동 이후 매출이 90% 이상 하락했다. 국내 유통업계에서 일본 맥주 마케팅이 사라진 데다 수제맥주 열풍 등으로 대체재가 대거 등장해서다. CU의 ‘곰표 밀맥주’, 프랑스 맥주 ‘1664 블랑’ 등 국내 수제맥주와 다양한 수입 맥주가 인기를 끌고 있다.

배정철/김형규/노유정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