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기본소득 제안해 달라"…대선공약 지지 요구한 이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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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경제연구소 찾아…기업 압박 논란
임기 내 전국민 100만원 지급
한발 물러섰다가 재차 강조
임기 내 전국민 100만원 지급
한발 물러섰다가 재차 강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3일 서울 서초동 삼성경제연구소를 찾은 자리에서 돌연 기본소득을 화제로 꺼냈다. 이 후보는 “삼성에서 기본소득을 얘기해주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대표 공약에 대한 기업과 기업인의 지지를 요구해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경제계에선 “정치권이 노골적으로 선거에 기업을 끌어들이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제안이라는 형식이지만 기업 입장에선 ‘압박’으로 느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기본소득은 이 후보의 대표 공약으로, 임기 내 청년 연 200만원, 전 국민 100만원 지급을 골자로 한다. 다만 ‘좌파 포퓰리즘’이라는 우려가 커지자 “국민이 끝까지 반대한다면 추진하지 않겠다”고 물러섰다가 이날 다시 강조한 것이다. 그는 “일론 머스크, 빌 게이츠, 마크 저커버그도 기본소득을 도입하자고 했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자신이 기본소득 재원으로 도입을 공약한 탄소세에 대해서도 “당장 기업이 어렵다고 견뎌보자고 한다면 나중에 전부 다 일거에 망한다”며 “당장 아프니까 수술하지 말자고 하는, 근시안적 태도가 기업 운영에 대단히 위험한 상황”이라고 했다. 탄소세는 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소비자 부담으로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로 경제계가 도입을 우려하고 있는 정책이다.
이 후보는 발언 후 비공개로 이어진 간담회에서 삼성경제연구소에서 기본소득 연구를 해달라고 제안했다. 홍정민 선대위 대변인은 “미국 기업들도 자비적 성격이 아니라 경제 수요 측면에서 진지하게 관심을 보이는 상황이고, 한국에서도 대기업 경제연구소에서 연구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이 후보가) 말했다”고 전했다.
기업과 정부의 역할을 혼동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한 경제계 관계자는 “정치는 정치의 영역이 있고 기업은 기업의 영역이 있다”며 “기업은 기업활동을 충실히 해 얻은 수익으로 종업원에게 급여를 주고 세금을 내는 등으로 국가에 공헌하면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제단체 관계자는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키는 게 기업 대관의 기본”이라며 “이 부회장이 기본소득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테슬라와 페이스북 창업자인 머스크와 저커버그의 기본소득 도입 필요성 발언에 대해서도 경제상황을 감안한 해석이 필요하다고 반론을 제기했다.
머스크는 지난 8월 테슬라 본사에서 열린 ‘인공지능(AI) 데이’ 행사에서 “장기적으로 보면 보편적 기본소득이 필요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현재 로봇이 작동하지 않는 단계이기 때문에 지금은 아니다”고 했다. 저커버그는 과거 “누구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시도할 수 있도록 완충 장치(쿠션)를 마련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보편적 기본소득 같은 아이디어를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경제계 관계자는 “머스크의 기본소득 주장은 테슬라가 미래사업으로 추진 중인 로봇이 일상에 도입될 경우 생산이 자동화돼 일자리가 대량 감축될 것을 전제로 한 발언이고, 저커버그 역시 실패에 대한 ‘안전장치’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라며 “대통령이 되면 당장 기본소득을 도입하겠다는 이 후보의 입장과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 이 후보가 이들 최고경영자(CEO)도 기본소득을 일방적으로 지지한다고 강조하는 것은 전제를 무시한 아전인수식 해석이라는 지적이다.
고은이/박신영 기자 koko@hankyung.com
경제계에선 “정치권이 노골적으로 선거에 기업을 끌어들이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제안이라는 형식이지만 기업 입장에선 ‘압박’으로 느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머스크도 기본소득 도입하자고 했다”
이 후보의 이날 발언은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열린 경제정책 간담회에서 나왔다. 그는 “오면서 농담으로 삼성이나 이런 데서 기본소득을 얘기해주면 어떻겠냐. 제가 이재용 부회장님한테도 그 말씀을 했다”고 했다. 기업의 장기적 비전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다. 그러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일자리가 줄어들면 나중에 시장이 고갈될 걱정을 할 수밖에 없다”며 “최소한의 경제순환 구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점에서 (기본소득을) 근본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기본소득은 이 후보의 대표 공약으로, 임기 내 청년 연 200만원, 전 국민 100만원 지급을 골자로 한다. 다만 ‘좌파 포퓰리즘’이라는 우려가 커지자 “국민이 끝까지 반대한다면 추진하지 않겠다”고 물러섰다가 이날 다시 강조한 것이다. 그는 “일론 머스크, 빌 게이츠, 마크 저커버그도 기본소득을 도입하자고 했다”고 강조했다.
탄소세 도입도 ‘압박’
이 후보가 민간 경제연구소를 찾은 건 이날 삼성경제연구소가 처음이다. 권혁기 민주당 선대위 공보부단장은 “주요 경제주체인 대기업의 싱크탱크를 방문해 ‘억강부약’ 기조의 경제정책을 점검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전환적 공정성장’을 외치고 있는 이 후보가 대기업 중 ‘상징성’이 큰 삼성의 싱크탱크를 방문해 기업의 역할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이 후보는 자신이 기본소득 재원으로 도입을 공약한 탄소세에 대해서도 “당장 기업이 어렵다고 견뎌보자고 한다면 나중에 전부 다 일거에 망한다”며 “당장 아프니까 수술하지 말자고 하는, 근시안적 태도가 기업 운영에 대단히 위험한 상황”이라고 했다. 탄소세는 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소비자 부담으로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로 경제계가 도입을 우려하고 있는 정책이다.
이 후보는 발언 후 비공개로 이어진 간담회에서 삼성경제연구소에서 기본소득 연구를 해달라고 제안했다. 홍정민 선대위 대변인은 “미국 기업들도 자비적 성격이 아니라 경제 수요 측면에서 진지하게 관심을 보이는 상황이고, 한국에서도 대기업 경제연구소에서 연구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이 후보가) 말했다”고 전했다.
경제계 “기업 역할 혼동하나”
차문중 삼성경제연구소장은 이날 이 후보의 기본소득 연구 제안에 대해 “이 후보가 경기지사로 재직하면서 기업에 프렌들리한 면모를 많이 보여주셨다”고 화답하면서도 즉답은 피했다. 이 후보가 최근 기본소득에 대한 국민 설득에 어려움을 느끼자 기업 싱크탱크를 활용해 정책의 정당성을 확보하려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기업과 정부의 역할을 혼동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한 경제계 관계자는 “정치는 정치의 영역이 있고 기업은 기업의 영역이 있다”며 “기업은 기업활동을 충실히 해 얻은 수익으로 종업원에게 급여를 주고 세금을 내는 등으로 국가에 공헌하면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제단체 관계자는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키는 게 기업 대관의 기본”이라며 “이 부회장이 기본소득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테슬라와 페이스북 창업자인 머스크와 저커버그의 기본소득 도입 필요성 발언에 대해서도 경제상황을 감안한 해석이 필요하다고 반론을 제기했다.
머스크는 지난 8월 테슬라 본사에서 열린 ‘인공지능(AI) 데이’ 행사에서 “장기적으로 보면 보편적 기본소득이 필요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현재 로봇이 작동하지 않는 단계이기 때문에 지금은 아니다”고 했다. 저커버그는 과거 “누구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시도할 수 있도록 완충 장치(쿠션)를 마련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보편적 기본소득 같은 아이디어를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경제계 관계자는 “머스크의 기본소득 주장은 테슬라가 미래사업으로 추진 중인 로봇이 일상에 도입될 경우 생산이 자동화돼 일자리가 대량 감축될 것을 전제로 한 발언이고, 저커버그 역시 실패에 대한 ‘안전장치’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라며 “대통령이 되면 당장 기본소득을 도입하겠다는 이 후보의 입장과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 이 후보가 이들 최고경영자(CEO)도 기본소득을 일방적으로 지지한다고 강조하는 것은 전제를 무시한 아전인수식 해석이라는 지적이다.
고은이/박신영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