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기사는 관련이 없습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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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자매에게 이른바 '그루밍'(길들이기)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목사가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2부는 지난 2일 성폭력처벌법 위반(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등 혐의로 기소된 50대 남성 A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와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및 장애인복지시설 취업 제한 10년도 명령했다.

A씨는 2013∼2014년 목사로 재직하던 서울 소재 한 교회 목양실 등에서 당시 10대이던 자매에게 치료를 빙자해 수차례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피해자 중 동생은 당시 초등학생이었다. 피해자들은 해당 교회를 떠나고 수년이 지난 뒤 상대방도 피해를 봤다는 사실을 알게 돼 수사기관에 신고했다.

재판에서 A씨는 혐의를 강력히 부인했다. 사건 이후에도 자매가 자신과 식사를 하고 여행을 다니는 등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데다, 뒤늦게 피해 사실을 밝힌 것도 비합리적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법원은 피해자들의 진술이 대체로 일관되고 구체적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여기에 위증이나 무고로 처벌받을 가능성까지 감수하며 A씨에 대해 불리한 진술을 할 이유가 없다며 A씨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은 어린 시절부터 A씨를 부모처럼 따르고 목사에게 순종해야 한다는 교육을 받았다고 진술한 바 있다"며 "친척들과 함께 교회에 소속돼 A씨를 목사로서 깊이 신뢰하고 A씨의 지시를 거부할 수 없는 분위기였음을 고려하면 범행 직후 신고하지 못한 이유를 납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성추행 사건을 심리할 때는 발생 맥락에서 성차별을 이해하고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며 "우리 사회의 가해자 중심 문화로 인해 성폭행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알리는 과정에서 2차 피해를 입은 것을 비춰보면 피해자의 대처 양상은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A씨의 지위나 범행 방법 등 고려해보면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메시지를 보내 피해자들과 그 모친을 협박하는 등 고통을 가중했으며 피해 회복을 위한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