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협회 임직원들이 ‘제58회 무역의 날’을 맞아 지난 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동측광장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김병언 기자
무역협회 임직원들이 ‘제58회 무역의 날’을 맞아 지난 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동측광장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김병언 기자
올해 수출은 역대 최고치인 6362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글로벌 경기회복 및 수출단가 상승으로 기존 역대 최고치였던 2018년(6049억달러)을 뛰어넘는 실적이 예상된다. 제58회 무역의 날을 맞은 올해도 무역강국의 자존심을 지켜내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도체, 석유제품, 섬유, 디스플레이, 무선통신기기 등 ‘효자 종목’들이 선전한 영향이 컸다. 친환경차, 바이오헬스 등 신성장 산업의 수출도 크게 증가하면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수출동력으로 떠올랐다.

역대 최고 수출액 달성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한국 수출은 전년 대비 24.1% 늘어난 6362억달러, 수입은 29.5% 증가한 6057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2017년 이래 5년 연속 수출액 5000억달러 달성이다. 수입액을 합친 전체 무역규모는 1조2419억달러로, 2년 만에 1조달러대에 복귀했다.

올해 수출은 코로나19 기저효과를 뛰어넘는 회복세를 보였다는 것이 무협 설명이다. 올 3월 이후 수출액이 매월 500억달러를 넘는 호조세가 이어지면서 지난 10월 20일에 역대 가장 빨리 수출 5000억달러를 돌파했다. 지난달에는 역대 최초로 월 수출액이 600억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한국의 전년 대비 수출 증가율은 올 1~9월 기준 26.2%로, 무역규모 1조달러 달성 국가 중 중국(33.0%)과 이탈리아(27.7%)에 이어 세 번째로 높았다. 구자열 무협 회장(사진)은 “한국 수출은 올해도 글로벌 공급망 교란과 물류 대란 등 악조건 속에서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고 평가했다.

무협은 올해 반도체, 석유화학제품, 자동차 등 ‘수출 효자품목’이 고르게 수출 증가에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전년 대비 수출 증가율은 석유화학 부문이 53.9%로 가장 높을 것으로 전망됐다. 이어 △철강(29.0%) △무선통신기기(28.1%) △반도체(24.0%) △자동차(23.5%) 등의 순이었다.

새 수출동력 부상한 신성장 산업

바이오헬스, 친환경차 수출의 선전에 힘입어 8대 신산업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확대된 것은 올해 한국 무역이 거둔 최대 성과다. 8대 신산업은 △차세대 반도체 △바이오헬스 △차세대 디스플레이(OLED) △친환경차 △에너지 신산업 △첨단 신소재 △항공·우주 △로봇 등이다. 올해 1~10월 기준 8대 신산업 수출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8.3%로 확대됐다. 2018년(13.6%) 대비 3년 만에 5%포인트 가까이 증가했다. 전체 수출 증가율(26.2%)을 웃도는 성장세(32.9%)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8대 신산업 중 전기차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44.0% 늘어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미국과 유럽의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전기차 수출이 늘었다는 분석이다. 이어 △OLED(41.2%) △시스템반도체(31.5%) △바이오헬스(21.0%) △2차전지(17.8%) 등의 순이었다. 구 회장은 “디지털 전환 가속화, 친환경 확대 등 코로나19로 경제구조가 바뀌었다”며 “한국 수출 구조 역시 거기에 맞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에도 수출이 경제성장 주도”

무협은 내년에도 글로벌 경기 회복으로 수출이 경제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내년 수출은 올해보다 2.1% 증가한 6498억달러, 수입은 1.6% 증가한 6154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품목별로는 반도체, 석유제품, 섬유, 디스플레이, 무선통신기기 등 올해 선전한 품목의 좋은 업황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일부 품목의 경우 구조적인 여건으로 수출이 다소 감소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무협은 철강은 과잉 상승했던 제품단가가 하향 안정화되면서 내년도 수출이 올해 대비 9%가량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에도 글로벌 공급망 문제와 미·중 갈등 등이 무역업계에 중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구 회장은 “코로나19로 시작된 글로벌 공급망 병목 현상에 미·중 갈등과 보호무역주의 등이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변화의 흐름 속에서 한국의 통상전략도 세계 10위 규모에 맞게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역의 날은 한국이 처음으로 수출 1억달러를 달성한 1964년 11월 30일을 기념해 ‘수출의 날’로 행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1990년부터 무역의 날로 명칭이 바뀌었다. 2011년부터는 세계에서 아홉 번째로 무역규모 1조달러를 달성한 12월 5일을 무역의 날로 정해 기념하고 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