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수출 24% 늘어 사상최대…내년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가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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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무역의 과제 좌담회
사회=허원순 논설위원
사회=허원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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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마냥 자축할 수만은 없는 분위기다. 요소수 대란에서 확인된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는 여전하다. 첫 환자 확인 3주 만에 6개 대륙으로 번진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도 변수다. 한국무역협회와 한국경제신문사는 ‘제58회 무역의 날’을 맞아 ‘한국무역의 팬데믹 위기극복 성과와 향후 과제’를 주제로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에서 좌담회를 열었다. 이관섭 무역협회 부회장과 문동민 산업통상자원부 무역투자실장, 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원장, 김철호 ㈜티에스이 대표, 강철구 스튜디오드래곤㈜ 대표가 토론자로 참석했다. 허원순 한경 논설위원이 사회를 맡았다.
△이관섭 부회장=작년에는 세계경제 자체가 어려웠습니다. 그에 비해 올해는 신속한 백신 보급과 선진국의 적극적인 재정정책 등에 힘입어 세계경제가 전년 대비 약 5% 후반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무역량도 거의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크게 늘어났습니다. 지난 10월 26일 기준 우리나라는 역대 최단기간에 무역 1조달러를 달성했습니다. 올해 1~8월간 세계 10대 무역국 중 세 번째로 높은 수출 증가율(27.6%)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어려움 속에서도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산업의 대일 의존도가 2018년 18.3%에서 올해 1~10월 15.9%까지 꾸준히 하락했습니다.
△문동민 실장=올해 무역 규모 1조달러를 달성했다는 건 단순히 2020년 어려웠던 상황을 극복했다는 것을 넘어 그 이상의 질적 성과를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기존 주력 산업들의 경쟁력이 글로벌 시장에서 확인이 됐으며, 이외 여러가지 품목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신산업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친환경차, 바이오 등 다양한 품목들의 성과가 구체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올 3분기까지 중소기업 수출액도 853억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시장도 미국, 중국, 유럽연합(EU) 등 기존 3대 시장 외 신남방, 중남미, 중동 등 새로운 해외 수출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했다는 점을 주목할 만합니다.
△김철호 대표=티에스이는 반도체 검사장비 등을 제조하는 회사입니다. 작년 같은 경우 코로나19로 시장 자체가 어려웠지만 올해는 다행히 반도체 시장 자체의 수요는 많이 증가했습니다. 올 3분기까지 누적 수출액은 965억원입니다. 매출 대비 수출비중은 62.4%로 2019년(53.5%) 대비 8.9%포인트 증가했습니다. 해외 쪽 매출을 계속 늘리기 위해 무역협회 등의 지원을 받으며 전시회에도 참여했는데 그 결과가 올해 성과로 나온 것 같습니다. 반도체 부족현상은 2022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반도체 생산량이 증가함에 따라 검사장치의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당사의 주요 해외 고객이 내년도 신규 공장을 가동해 매출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강철구 대표=스튜디오드래곤은 드라마 등의 콘텐츠를 기획하고 유통하는 회사입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사람들이 실내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다보니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사용시간이 급증했습니다. 당사로서는 한국 콘텐츠, 한국 드라마를 세계 시청자들에게 더 빨리, 더 많이 선보이는 기회가 됐습니다. 올 3분기 누적 수출액은 1360억원 이상을 기록 중입니다. 지난 3년간 콘텐츠 수출액은 2018년 1102억원, 2019년 1604억원, 2020년 2266억원으로 평균 41%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내년 역시 한국 콘텐츠의 수요와 가치는 계속해서 상승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김흥종 원장=우선 핵심품목에 대한 제조 경쟁력을 갖춘 국가들과의 협력을 통해 미국 중심의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특히 미국은 전기차 배터리나 반도체 공급망에 최근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우리 기업과의 협력 강화를 추진 중입니다. 중국은 핵심 기술 자립도를 높이고 소비시장을 고도화하며 미국의 견제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중장기적으로는 핵심품목에 대한 미국 내 제조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지만 한국 경제의 국제적 위상도 높아진 만큼 다자통상체제도 복원해야 합니다. 회원국들 간 협정 체결을 도모하는 복수국간협정 협상도 대안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다자차원의 이슈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국내 이해관계가 규범 정립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또 통상이슈가 산업별 관세위주 논의에서 벗어나 디지털, 환경, 무역규제 등 범위가 넓어지고 있는 만큼 통상조직의 전문화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경제통상과 정치안보는 완전히 분리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사회=정부는 어떤 계획을 갖고 있습니까.
▷사회=마지막으로 기업 입장에서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말씀해주십시오.
△김철호 대표=반도체산업은 국가 안보와도 직결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반도체는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있지만 아직 반도체 소재, 부품, 장비는 해외 의존도가 높습니다.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단기간 성과를 내는 일시적 지원이 아닌, 장기적 관점에서 기술 및 제품 개발에 투자할 수 있도록 정부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술지원이나 세제혜택, 인력양성 등 제도적 지원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기업의 경쟁력이 향상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일본의 수출 규제와 최근 요소수 문제에서 볼 때 국내 소재, 부품 산업의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친환경과 관련된 부분은 중소기업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확대에 대응할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강철구 대표=‘오징어게임’ 등 지금 한국 콘텐츠의 세계적 유행은 한때 유행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세계 문화 주류로 자리잡을 수 있는 기로에 서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수요 대비 인력 부족, 급변하는 노동환경으로 인한 혼란, 제작 인프라 부족 등의 위기요인이 많습니다. 특히 창작자 등의 인재를 발굴하고 인프라를 구축하는 과정이 취약합니다. 디즈니 등 외국 큰 기업들의 자본력에 의해 우리 산업의 생태계가 좌지우지되지는 않을까 우려됩니다. 정부 주도형 정책보다는 창작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는 생태계 개선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조업보다는 서비스업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정책도 시급합니다. 콘텐츠산업 관련 세제지원, 전문인력 양성 등 다양한 방면으로 정부가 관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지원해줄 것을 희망합니다.
정리=남정민 기자/사진=신경훈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