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세계 최대 규모의 희토류 회사를 출범시킨다. 세계 희토류 공급망에서 중국의 지배적인 위치를 더욱 강화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들을 인용해 중국이 국유 기업들을 합병해 세계 최대 희토류 회사를 설립한다고 지난 3일 보도했다. 이르면 이달 말 중국 남부 장시성에서 출범할 예정이며 새 회사의 이름은 ‘중국희토류그룹’으로 정해졌다. 중국민메탈 중국알루미늄공사 간저우희토류그룹 등 국유 기업들의 희토류 자산을 합병해 세워진다.

소식통은 “세계 시장에서 중국의 가격 결정력을 강화하고 중국 기업들 간의 내분을 피하기 위해 설립한다”며 “중요 기술들을 장악하려는 서방 국가들의 노력을 약화시키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희토류는 전기자동차를 포함해 스마트폰 터치스크린, 미사일 방어망 등의 핵심 기술에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금속이다. 기계 석유화학 전기전자 의학 국방 등 모든 산업의 필수 소재로 쓰인다.

희토류 시장에서 중국의 위상은 막강하다. 미국 백악관은 중국이 세계 희토류 광산의 55%, 제련의 85%를 차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일부 분석가들은 중국이 세계 희토류 생산의 70%를 장악하고 있고 제련 규모로 따지면 90%까지 올라간다고 추정한다.

미국은 중국이 희토류를 무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해왔다. 백악관이 지난 6월 발표한 보고서도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제한할 것에 대비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4대 핵심 분야 중 하나로 희토류를 지목했다.

중국 국유 기업을 총괄·감독하는 국유자산관리감독위원회와 관련 회사들은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중국의 한 고위 당국자는 10월 “국제 경쟁력을 갖춘 세계적 수준의 기업을 설립할 필요가 있다”며 중국 공산당이 희토류 자산의 재구조화를 촉진할 것이라고 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올해 초 “중국은 희토류를 외국에 대한 반격 수단으로 사용할 의도가 없다”면서도 “다만 외국 회사들이 중국의 이익을 해칠 경우 (희토류 무기화는) 선택지로 남아 있다”고 경고했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