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제로섬' 우려되는 음식 배달 시장
“배달료 때문에 현장 점주들이 난리예요.”(한 프랜차이즈 치킨 점주)

“라이더를 붙잡아두기 위해선 웃돈을 줄 수밖에 없어요.”(배달앱 업체 관계자)

외식 배달시장이 아우성이다. 코로나19 이후 급팽창한 음식 배달시장의 주요 이해관계자들이 최근 한꺼번에 힘들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코로나 혹한기를 배달로 버텨온 외식 자영업자뿐 아니라 주요 배달앱 업체도 출혈경쟁을 힘겨워한다. 초기보다 부쩍 오른 배달료에 소비자들이 눈살을 찌푸리는 일도 잦아지고 있다.

최근 만난 한 프랜차이즈 업체 대표는 “코로나19 이후 배달시장이 급격히 커지면서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 돼버렸다. 시장 참여자 가운데 일부 라이더를 제외하고는 이익을 보는 사람이 없다”고 토로했다.

식당·배달앱·손님 모두 '불만'

코로나 초기 한 건에 3000원 안팎이던 배달료는 최근 5000~6000원 선으로 껑충 뛰었다. 여기에 배달앱에 지급하는 8~10%(대형 업체 기준)의 앱 수수료까지 주고 나면 2만원짜리 치킨 한 마리를 팔 경우 치킨집 사장님 마진은 이전엔 평균 2500원 선이었지만 요즘엔 500원 선으로 크게 줄었다고 한다. 지난달 교촌치킨 등 일부 프랜차이즈가 가격을 2000원가량 올린 데는 배달료 부담이 적지 않게 영향을 미쳤다.

그렇다고 배달앱들이 이익을 보는 상황도 아니다. 국내 간판 배달앱 업체 경영자는 “이대론 더 이상 버틸 수 없다”고 털어놨다. 1, 2위 업체 간 단건 배달 경쟁이 격화된 뒤 매달 200억원 안팎의 마케팅 비용을 추가로 쏟아부은 출혈경쟁이 한계치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평소엔 음식점과 주문 고객이 배달료를 부담하지만 단건 배달이나 피크타임 주문 시에는 9000~1만원으로 치솟은 배달비 일부를 배달앱 업체가 지원해주고 있다.

국내 배달앱 1위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돌파했지만 11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단건 배달 싸움으로 인해 올해 영업손실폭은 전년보다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쿠팡도 올 3분기에 전년 동기보다 45.7% 늘어난 356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막대한 물류 투자와 함께 쿠팡이츠의 공격적인 마케팅이 적자폭을 키운 요인으로 꼽힌다.

선순환 생태계 해법 찾아야

국내 배달시장에서 이런 악순환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배달 플랫폼 산업의 성장 속도를 라이더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 배달 음식시장 규모는 전년보다 100% 성장한 약 20조원을 기록했다.

올해도 전년 대비 큰 폭의 성장이 예상된다. 2019년 약 30만 명으로 추산되는 배달 라이더는 50만 명 수준으로 늘었지만 급증한 배달 수요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다. 내년 1월부터 라이더가 고용보험 가입 대상에 포함되는 고용보험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일부 라이더의 이탈이 불가피하다. 소득 공개로 겸업 금지 직장인이나 장학금을 받는 대학생, 국가 지원 저소득자 등의 라이더 시장 진출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편의점 3사의 퀵커머스 경쟁까지 더해지면 만성적 라이더 부족 상황까지 맞을 수 있다.

코로나19 이후 배달 택배 인력이 급증하자 정부는 플랫폼 종사자의 처우 개선에 주목해왔다. 하지만 일부 영역에선 공급자, 소비자, 중개 플랫폼 등 핵심 참여자들이 모두 힘겨워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주요 참여자의 가격 결정권이 취약한 배달시장과 같은 플랫폼 산업에선 선순환 생태계 조성을 위해 정부와 업계가 머리를 맞댈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