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들이 인사 제도를 바꾸면서 제시한 ‘실리콘밸리식 인사혁신’이란 슬로건을 놓고 논란이 무성하다. 수평적인 조직 문화는 더 이상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화두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구글, 메타(옛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들의 최근 인사 화두는 ‘애자일(민첩한) 조직’과 ‘커리어 비전’이다.

애자일 조직은 프로젝트가 있을 때마다 소수의 인원을 소집해 팀을 꾸리는 것을 뜻한다. 각 분야 전문가들이 모인 만큼 상대의 권위에 휘둘려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일이 드물다.

어떤 멤버를 참가시킬지는 ‘스킬셋(보유 역량)’을 참고해 결정한다. 데이터 분석이 중요한 프로젝트 조직에선 ‘데이터 마이닝(정보 수집)’ 역량을 보유한 직원을 우선 찾는다. 스킬셋이 풍부하고 수준 높은 직원일수록 연봉도 올라간다. 애자일 조직을 레고에 비유하면 이해가 쉽다. 레고로 어떤 집(프로젝트)을 만들지 감안해 그에 맞는 모양과 색깔의 블록(조직원)을 고르는 방식이다. 국내 기업들도 애자일 조직을 도입하고 있지만 연구개발(R&D) 등 일부 영역에서만 제한적으로 활용 중이다.

‘커리어 비전’은 실리콘밸리의 인재 쟁탈전이 치열해지면서 생긴 개념이다. 입사 후 일정 시간이 지나면 어떤 역량을 갖출 수 있는지를 선제적으로 제시하는 방법이다. 빅테크보다 많은 연봉을 주기 힘든 스타트업들이 확실한 커리어 비전을 제시해 우수 인재를 확보하는 전략을 즐겨 쓴다.

호칭과 직급 체계는 글로벌 기업에서 큰 문제가 아니라는 게 인사 전문가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영어권 국가 직원들은 서로의 이름을 부르는 데 익숙하고 직급도 대부분 단순하다. 임원급에 해당하면 부사장(vice president), 임원급이 아니면 매니저다. 삼성전자가 시도한 변화가 실리콘밸리 기업엔 전혀 새롭지 않다는 얘기다.

HR컨설팅 업체 머서코리아의 황규만 사장은 “직급 대신 ‘님’으로 부르는 것만으론 소통을 활성화할 수 없다”며 “구체적인 커리어 비전과 합리적인 보상을 제시하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고 했다.

송형석/이수빈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