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우주국(ESA)의 신임 국장이 미국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를 이끄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독주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경고했다. 머스크의 우주 사업이 대폭 커지면서 독점화되고 있고, 각국 규제당국은 이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요제프 아슈바허 ESA 국장은 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스페이스X의 위성 인터넷 사업 스타링크가 유럽 우주기업의 잠재력을 실현하는 데 방해물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스타링크의 규모가 너무 커져서 규제당국과 경쟁사가 따라잡기 어려운 수준이 됐다”며 “머스크 한 사람이 전 세계 위성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스타링크는 지구 저궤도에 쏘아 올린 인공위성을 통해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로젝트다. 머스크는 “스타링크가 이미 1만 명 이상의 고객에게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유럽에서는 상공 3만5000㎞ 이상에 있는 정지궤도 위성을 활용하는 우주기업들이 전통적으로 우주개발 시장을 지배해왔다. 아슈바허 국장의 발언은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같은 사업들이 앞으로 위성 서비스 부문에서 독점적 지위를 차지하게 되면 유럽 기업들은 도태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에서 나온 것으로 해석된다.

유럽에서는 최근 스페이스X의 확장세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프란츠 파요트 룩셈부르크 경제부 장관은 “우주 기술을 안전하게 활용하려면 새로운 규제가 필수적”이라며 “우주 식민지화가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영국 왕립천문학회도 “소형 인공위성을 대량으로 쏘는 바람에 전파 장애가 발생해 밤하늘에서 관측할 천체를 분별하기 어렵게 됐다”며 스타링크 사업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유엔 산하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은 무선 주파수를 조정하는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하지만 위성 발사를 규제하는 국제기관은 아직 없다. 이 때문에 저·고궤도에 수많은 위성이 우주 쓰레기처럼 뒤덮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 위성산업협회(SIA)는 2029년까지 10만 개 이상의 상업용 위성이 궤도에 진입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