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P "중국 누리꾼, 검열 피해 펑솨이 사건 창조적 언급"
홍콩언론 "펑솨이로 중국 미투 운동 불씨 되살아나"
중국 최고위층을 향한 테니스 스타 펑솨이(彭帥·35)의 폭로가 중국 '미투' 운동의 불씨를 되살리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6일 보도했다.

신문은 "펑솨이의 갑작스럽고 폭발적인 폭로는 곧바로 소셜미디어에서 사라졌고, 중국 온라인에서 관련 언급은 여전히 엄격히 검열되고 있지만 여러 우회로를 통해 사건이 계속 공유되면서 중국 미투 운동에 용기를 주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스크린샷, 그래픽, 링크, 심지어 블록체인의 형태로 펑솨이 관련 게시물이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미투 운동가 화화는 "이것이 미투의 아름다움"이라며 "피해자 중에서 누가, 언제 용감하게 폭로에 나설지 예측할 수 없다는 점에서 미투는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3년 전 자신의 성폭행 피해를 직접 폭로하기도 한 그는 "이러한 미투의 본질은 탄압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미투 운동에 생명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봤다.

검열 속에 하마터면 흐지부지 묻힐 뻔했던 펑솨이 사건은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와 테니스 스타들이 펑솨이의 안전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펑솨이의 주장에 대한 조사를 촉구하면서 국제적 관심을 끌어모았다.

중국에서 미투 운동은 2017년 프리랜서 언론인 황쉐친이 일터에서의 성적 학대 경험을 폭로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대학가를 중심으로 미투 폭로가 이어지면서 대서특필됐고, 결국 2018년 일련의 저명한 학자들이 무너졌다.

그러자 자선단체, 종교계, 연예계, 언론계에서 유명인들을 상대로 한 미투가 꼬리를 물고 터져나왔다.

2019년 중국 교육부는 대학들에 학내 미투 대응책을 개선할 것을 지시했고, 지난 6월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는 성적 학대를 처벌할 법적 근거를 만들었다.

홍콩언론 "펑솨이로 중국 미투 운동 불씨 되살아나"
그런 와중에 시나리오 작가 저우샤오쉬안(周晓萱)의 사건은 큰 주목을 받았다.

그는 2014년 중국 관영 중국중앙(CC)TV 진행자 주쥔(朱军)이 강제로 입맞춤을 했다는 사실을 2018년 폭로하고 그를 고소했다.

그러나 법원은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지난 9월 사건을 기각했다.

이후 그와 지지자들의 웨이보 계정은 삭제되거나 정지됐다.

또 중국 미투 운동을 시작한 황쉐친은 '국가 권력 전복을 꾀한' 혐의로 구속됐다.

5년 전 당국의 압박에 뉴욕으로 이주한 페미니스트 량샤오원은 최근 몇년간 중국에서 미투 폭로에 나선 여성들을 향한 온라인 악플이 현저히 증가했다고 밝혔다.

그는 "악플러들은 미투 폭로 여성들을 '중국 사회를 분열시키는 서방 세력의 지지자들'로 낙인찍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럼에도 펑솨이의 주장은 고무적이라며 "펑솨이의 이야기는 미투가 얼마나 영향력을 행사하고 강력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뉴욕에 사는 또다른 여성운동가 루핀은 펑솨이의 사건이 중국 미투 운동을 새로운 정점으로 이끌었다면서 "중국 최고위 관리들의 어두운 면을 폭로하는 여성 피해자의 목소리를 들은 것은 처음"이라며 "이는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에서는 권력에 맞서 공개적으로 발언한 이후 사라지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았기 때문에 WTA의 강경한 성명이 없었다면 펑솨이의 얼굴을 언제 다시 볼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

AFP 통신은 중국 누리꾼들이 검열을 피해 각종 창조적인 방법으로 펑솨이의 사건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례로 '가십을 즐긴다'는 뜻으로 중국 누리꾼들이 쓰는 '츠과'(吃瓜: 수박을 먹는다)나, '그 사람'이라는 표현을 통해 펑솨이 사건을 언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웨이보의 테니스 주제 페이지에는 '큰 수박', '수박을 먹는다', '잠이 들어도 나는 수박을 먹기 위해 일어나야한다' 등의 모호한 댓글이 달렸다.

펑솨이가 성폭행 가해자로 지목한 장가오리(張高麗) 전 중국 부총리는 '그 사람'이라고 표현하며 '그 사람 때문인가?', '그 사람이 관계된' 등의 언급이 이어졌다.

또 펑솨이의 이름이 중국어로 '잘생겼다'는 의미의 '솨이'와 발음이 같다는 것에 착안해 '에디 펑은 너무 잘생겼다' 같은 댓글도 등장했다.

에디 펑은 대만배우의 이름이다.

이러한 창의적 표현의 댓글도 많은 경우 삭제됐지만 그러한 댓글이 존재했었다는 사실을 알리는 스크린샷이 남아있다고 AFP는 전했다.

이와 함께 일부 누리꾼들은 WTA의 2021 토너먼트 우승자 명단을 알리는 웨이보 게시물에 '나는 WTA를 지지한다', '모든 여성을 존중해달라' 등의 댓글을 다는 방식으로 펑솨이에 대한 지지를 표하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