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80원대이라니"…판타지오, 어디로 가나
코스닥 상장사이자 연예기획사 판타지오가 무상감자를 결정하면서 주가가 액면가인 100원을 밑돌고 있다. 시장에선 재무구조 개선과 신사업 투자 재원 마련의 과정으로 보고 있지만 기존 투자자들의 걱정도 커지고 있다.

6일 오후 2시20분 현재 판타지오의 주가는 전날대비 1월(1.14%) 하락한 87원을 기록중이다. 지난 3일에도 전 거래일 보다 14원(13.7%) 내린 88원에 거래를 마친데 이은 하락세다. 시가총액도 55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국내 증시에서 주가가 100원을 밑도는 종목은 양대 주식시장(코스피·코스닥)에 상장된 2475곳 중 판타지오가 유일하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판타지오는 지난 2일 액면가 100원의 기명식 보통주 10주를 같은 액면가 보통주 1주로 병합하는 감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이와 함께 대체불가능토큰(NFT) 및 메타버스 신사업도 추진하다고 밝혔다.

판타지오는 오는 30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자본금 감자 안건과 사업목적 추가 정관 변경 안건을 결정할 예정이다. 감자가 완료되면 자본금은 646억8087만원에서 64억6809만원으로 감소한다. 발행 주식수는 6억4680만8660주에서 감자 후 6468만866주가 된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진 뒤 판타지오 주가는 급락하고 있다.

시장에선 유상증자 가능성이 제기된다. 통상 상장 기업들은 무상감자 직후 유상증자를 추진한다. 그 이유는 감자를 진행한 뒤 유상증자를 실시하면 자금 확보가 더 수월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연초 주인이 바뀐 판타지오는 전환사채(CB) 발행과 유상증자를 단행하며 자금 조달에 나서고 있다. 현금성 자산도 지난해 3분기 말 17억원에서 올해 3분기 말 362억원으로 불어났다.

또 판타지오의 지난 3분기 말 부채비율은 40.1%, 자본잠식률은 26.5%에 불과했다. 반면 유동성 비율은 249.0%에 달했다. 유동비율은 유동자산을 유동부채로 나누어 산출하는 비율로 기업의 단기 재무 안전성을 측정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통상 100% 이하면 유동성 압박을 받는 것으로 본다.

코스닥 상장기업은 자본잠식률 50% 이상 혹은 자기자본 10억원 미만 기준에 해당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하지만 판타지오의 경우 자본잠식률이 20%대 머물러 있다.

이처럼 판타지오는 자본잠식 상황은 심각하지 않은데다 자금이 필요해 유상증자를 하더라도 감자를 반드시 한 이후 증자를 해야하는 상황이 아니었다. 따라서 시장에선 이번 판타지오의 무상감자 결정을 두고 추후 수월하게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작업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문제는 무상감자에 이어 유상증자까지 추진하게 되면 주주 가치가 크게 희석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무상감자의 경우 회계적으로 자본금을 잉여금 계정으로 이전하는 작업이라 주주 가치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인데, 만약 여기에 유상증자를 추진하게 되면 주주 가치가 크게 희석될 가능성이 있다.

이와 관련해 판타지오 측은 당분가 유상증자 계획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기준 25.8% 자본잠식 상태이고, 결손금 보전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서 (무상감자를) 추진했다"며 "현재 아티스트와 제작 드라마의 NFT 사업 등을 통해 새로운 수익모델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판타지오는 가수 겸 배우 옹성우를 비롯해 가수 겸 배우 차은우가 소속된 아이돌 그룹 '아스트로', 김두연 최유정이 포함된 걸그룹 '위키미키'의 소속사다.

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