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현의 시각] 몽골기병과 노동이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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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현 경제부 차장·좋은일터연구소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달 23일 ‘디지털 대전환’ 공약을 발표하면서 국가재정과 지방, 민간 재원 등 총 135조원을 투입해 200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고구려 기병’처럼 대한민국의 디지털 영토를 전방위 개척하겠다”고도 했다.
이날 발표 내용의 현실화 가능성을 떠나 눈길을 잡아끄는 표현은 ‘고구려 기병’이었다. 이 후보는 하루 전인 22일에는 ‘고구려 기병’이 아니라 ‘몽골 기병’이 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지난달 22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지도부와의 정책간담회에서 공공부문 노동이사제와 관련해 “몽골 기병처럼 신속하게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많은 이사 중에 노동자 한두 명이 참여하는 게 무슨 경영에 문제가 되나”라며 “야당이 반대하거나 협조하지 않으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을 통해 정리하라”고 선거대책위원회에 주문하기도 했다.
그로부터 2주일, 몽골 기병은 아직 전장에 등판하지 않았다. 공공기관에 노동이사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지난달 3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마지막 회의에서 논의되지 않았다. 교원·공무원의 타임오프제 도입안도 환경노동위원회에 상정돼 있으나 법안 심사가 이뤄지지 않아 지난 2일 전체회의에 올라오지 못했다. 이로써 이 후보의 공약은 야당의 동의 없는 강행 처리 등 돌발 사태가 없는 한 차기 정부의 몫이 될 가능성이 높다.
다행히 기마부대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걱정되는 대목은 민감한 노동 이슈들이 ‘일방통행’ 또는 ‘질러보는 이벤트’로 취급되고 있다는 점이다.
노동이슈는 노(勞)와 사(使)라는 이해당사자가 분명해 다른 어떤 분야보다 노사정 대화 등 사회적 숙의 과정이 반드시 필요한 분야다. 그럼에도 아무리 표가 급한 대선판이라지만 이렇다 할 공론화 과정도 없었던 이슈까지 쏟아지고 있다.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 노동계에서는 경영 투명성 제고를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경영계에서는 민간 기업으로의 확대를 우려하며 뚜렷하게 반대하는 사안이다. 공공부문 타임오프제 도입은 국민의 혈세 투입이 전제돼야 하는 제도다. 주 52시간, 최저임금 인상, 정규직 전환 등 아무리 취지가 좋아도 ‘서두르면 탈이 난다’는 것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으로 체감하고 있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속담에 담긴 의미를 정치권이 다시 한번 새겨주길 바란다.
이날 발표 내용의 현실화 가능성을 떠나 눈길을 잡아끄는 표현은 ‘고구려 기병’이었다. 이 후보는 하루 전인 22일에는 ‘고구려 기병’이 아니라 ‘몽골 기병’이 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지난달 22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지도부와의 정책간담회에서 공공부문 노동이사제와 관련해 “몽골 기병처럼 신속하게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많은 이사 중에 노동자 한두 명이 참여하는 게 무슨 경영에 문제가 되나”라며 “야당이 반대하거나 협조하지 않으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을 통해 정리하라”고 선거대책위원회에 주문하기도 했다.
공론화 없이 쏟아지는 노동공약
노동이사제 외에 교원·공무원도 유급 노조전임 활동을 보장하는 내용의 공무원 타임오프제 도입과 관련해서도 “이재명의 민주당은 다를 것”이라며 처리를 약속했다. 역시 몽골 기병처럼 신속하게. 몽골 기병은 태산이 무너지듯 들이닥쳤다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가 하면 하루에 100㎞를 움직일 정도의 기동력을 발휘했다고 한다.그로부터 2주일, 몽골 기병은 아직 전장에 등판하지 않았다. 공공기관에 노동이사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지난달 3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마지막 회의에서 논의되지 않았다. 교원·공무원의 타임오프제 도입안도 환경노동위원회에 상정돼 있으나 법안 심사가 이뤄지지 않아 지난 2일 전체회의에 올라오지 못했다. 이로써 이 후보의 공약은 야당의 동의 없는 강행 처리 등 돌발 사태가 없는 한 차기 정부의 몫이 될 가능성이 높다.
다행히 기마부대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걱정되는 대목은 민감한 노동 이슈들이 ‘일방통행’ 또는 ‘질러보는 이벤트’로 취급되고 있다는 점이다.
노동이슈는 노(勞)와 사(使)라는 이해당사자가 분명해 다른 어떤 분야보다 노사정 대화 등 사회적 숙의 과정이 반드시 필요한 분야다. 그럼에도 아무리 표가 급한 대선판이라지만 이렇다 할 공론화 과정도 없었던 이슈까지 쏟아지고 있다.
'인천공항 선언' 부작용 재연 우려
국민들은 이런 행태의 부작용을 지난 5년간 내내 지켜봐왔다. 준비 안 된 주 52시간제 전격 도입이 대표적인 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또 어떤가.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5월 취임하자마자 인천공항으로 달려가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했다. 그 결과 수많은 공공기관에서는 노사 갈등을 넘어 노노 갈등으로까지 비화했고, 대통령의 한마디에 환호했던 근로자들은 갈등 과정에서 정부를 탓하며 ‘희망고문’에 시달려야 했다.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 노동계에서는 경영 투명성 제고를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경영계에서는 민간 기업으로의 확대를 우려하며 뚜렷하게 반대하는 사안이다. 공공부문 타임오프제 도입은 국민의 혈세 투입이 전제돼야 하는 제도다. 주 52시간, 최저임금 인상, 정규직 전환 등 아무리 취지가 좋아도 ‘서두르면 탈이 난다’는 것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으로 체감하고 있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속담에 담긴 의미를 정치권이 다시 한번 새겨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