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작년 72조 벌어놓고 성과급 눈치보는 국민연금
“일반 사람들의 연봉보다 많은 성과급을 준다는데 나라가 미쳐 돌아간다.”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운용역들의 올해 성과급이 역대 최대인 1인당 평균 7500만원으로 확정된다는 한경 보도(11월 25일자 A23면)가 나가자 해당 기사엔 이런 댓글이 주르륵 달렸다. 부정적인 댓글들은 ‘좋아요’를 많이 받아 상단에 올랐다.

인터넷만 보면 대부분 이런 여론이 전부인 듯했다. 국민연금을 관리감독하는 보건복지부가 국민연금 운용역 성과급 기준을 다시 정하는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렸다는 소식도 들린다. 여론의 눈치를 보는 정부 성격상 성과급 수준을 깎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국민연금의 성과급은 정말 많은 걸까. 한번 차분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국민연금 운용역들의 성과급 기준은 규정으로 정해져 있다. 최근 3년간 운용수익률(지난해 50%, 2년 전 30%, 3년 전 20%)이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높으면 이에 따라 성과급 수준이 결정된다. 이번에 책정된 성과급은 2018년(-0.89%)부터 2019년(11.34%), 2020년(9.58%) 수익률에 따른 것이다. 최근 유동성 장세에 힘입은 영향이 있지만 글로벌 연기금과 비교해봐도 상당히 선전한 수준이다. 당장 지난해만 따져도 72조원에 가까운 수익을 냈다. 삼성전자 순이익의 세 배 수준이다.

그동안 국민연금의 연봉 수준은 민간 운용사들은 물론 글로벌 연기금과 비교해도 10~20%에 그치다 보니 인재 확보가 어렵다는 평가를 들어왔다. 그런 상황에서 모처럼의 역대 최대 성과급이 비난받아 깎여야 할 수준이라면 우리는 국민연금 운용을 비전문가들에게 맡기거나 아예 예금에 넣어둬야 한다.

이제 국민연금은 1000조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연간 0.1%의 수익률만 더 올려도 1조원을 추가로 버는 셈이다. 민간 영역의 자본시장 참여자들은 오히려 보상 체계를 강화해 세계 최고의 운용역이나 딜 전문가들을 불러모아야 한다고 말한다. 애시비 멍크 미국 스탠퍼드대 글로벌프로젝트센터장은 “한 나라의 국부펀드나 대표 연기금이 다른 글로벌 연기금이나 민간 운용사 등과 벌이는 ‘슈퍼머니’ 전쟁에서 이기려면 월스트리트 수준의 연봉을 주든지 아니면 ‘고수’들이 명예와 경력을 쌓을 수 있는 자리가 돼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 국민연금의 모습은 연봉이나 명예의 양쪽 모두 기대하기 힘들어 보인다.

국민연금은 올 들어서도 지난 9월까지 이미 67조원이 넘는 돈을 수익금으로 벌고 있다. 성과급은 올해보다 내년에 더 받을 것이다. “1억원 넘는 성과급을 300명에게 주고 나는 더 많은 연금을 받고 싶다”는 댓글도 그땐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