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음주운전 가중처벌 헌재 위헌…원심 유지될 수 없어"
법조계 "형량 낮아질 수 밖에"…현직 판사도 비판 목소리
헌재 '윤창호법 위헌' 결정에 음주 운전자 실형→집유 감형
헌법재판소가 최근 2회 이상 음주운전을 가중처벌하는 구 도로교통법(일명 윤창호법) 조항을 위헌으로 결정한 가운데 전북에서도 법정에 선 음주 운전자가 감형을 받는 사례가 나왔다.

전주지법 제2형사부(이영호 부장판사)는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38)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7일 밝혔다.

또 40시간의 준법 운전 강의 수강과 80시간의 사회봉사도 명령했다.

A씨는 지난해 8월 5일 오후 10시께 전북 전주시 한 도로에서 약 5㎞ 구간을 음주운전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A씨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대상인 0.098%였다.

그는 2014년과 2018년에 각각 음주운전으로 적발돼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었다.

A씨는 2018년 12월 24일 개정된 뒤부터 2020년 6월 9일 다시 바뀌기 전까지의 도로교통법 중 148조의2 제1항 등에 따라 가중 처벌 대상이다.

이 조항은 음주운전과 음주 측정 거부를 금지한 도로교통법 44조 제1·2항을 2회 이상 위반한 사람을 2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상,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했다.

이에 1심 재판부는 "범행을 반복하는 성향이 있고 준법의식이 부족하다"며 실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헌재의 위헌 결정을 이유로 들어 1심의 판결을 파기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헌재는 '도로교통법 제44조 제1항을 2회 이상 위반한 사람'에 관한 부분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한 바 있다"며 "이에 따라 이를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은 유지될 수 없다"고 밝혔다.

형량이 낮아지지는 않았으나, 음주운전 금지규정 2회 이상 위반 부분이 파기된 사례도 있다.

전주지법 제2형사부는 술에 취해 운전하다가 중앙선을 침범해 마주 오던 차를 들이받고 도주한 혐의(도로교통법 위반)로 기소된 B(59)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최근 원심과 같은 징역 1년 2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내렸다.

B씨 역시 2010년과 2012년에 음주운전으로 형사처벌을 받아 음주운전 금지규정을 2회 이상 위반한 자에 해당했다.

재판부는 "헌재의 위헌 결정으로 피고인이 음주운전 금지규정을 2회 이상 위반한 부분은 범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도 "중앙선을 넘어 교통사고를 일으키고 도주한 위법성과 죄책이 가볍지 않다"는 이유로 1심의 판결을 유지했다.

헌재 '윤창호법 위헌' 결정에 음주 운전자 실형→집유 감형
헌재의 결정에 따라 이처럼 음주 운전자에 대한 감형 판결이 줄을 이을 것으로 보인다.

'법무법인 태' 김기태 대표 변호사는 "법원이 음주운전 피고인에 대한 과거 음주 전력, 범행 기간 등에 따라 형량이 너무 떨어지지 않게 조절할 것"이라면서도 "2회 이상 음주운전을 한 자를 법정형 자체가 낮은 일반 도로교통법으로 처벌해야 해서 형량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앞서 헌재의 결정이 내려진 지난달 25일, 현직 판사가 이와 관련한 비판 의견을 내기도 했다.

전주지법 제3형사부를 맡은 고상교 부장판사는 법원 내부망에 "헌재의 단순 위헌 결정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고 부장판사는 "헌재의 발상은 전과자라는 낙인을 평생 가지고 가는 것이 부당하다는 취지로 이해된다"며 "10년 정도 음주운전으로 안 걸렸으면 사고만 내지 않으면 다시 음주운전을 해도 괜찮을 것이라는 잘못된 신호를 주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