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청의 노조법상 사용자성, 어디까지 인정해야 하나
여러 가지 계약의 유형 중에 도급계약만큼 노동법 문제가 많이 다루어지는 계약은 없을 것이다. 도급은 일의 완성을 목적으로 하고, 그 일의 유형이나 수행 방식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도급이 존재한다. 그 중에서도 수급인 근로자의 노무제공을 통하여 일이 완성되는 형태의 도급의 경우, 수급인 근로자에 대한 도급인의 노동법상 지위가 종종 문제된다.

개별법 관계, 즉 근로관계와 관련하여 수급인 근로자와 도급인 사이에 묵시적 근로관계가 성립하는지, 근로자파견관계가 성립하는 지가 많이 문제되고, 집단법 관계, 즉 노사관계와 관련하여, 수급인 노동조합 또는 조합원에 대하여 도급인이 부당노동행위의 주체가 될 수 있는지,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수급인 노동조합의 쟁의행위가 가능한지, 수급인 회사에서 쟁의행위가 발생하였을 때 도급인이 직접 업무수행을 하는 것이 대체근로금지 위반인지, 수급인 노동조합에 대하여 도급인이 단체교섭의무를 부담하는지 여부가 많이 문제된다.

노사관계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도급인은 일정한 경우 수급인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에 대하여 노동조합법 제81조 제4호의 부당노동행위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10. 3. 25. 선고 2007두8881 판결). 원청회사가 개별도급계약을 통하여 사내 하청업체 근로자들의 기본적인 노동조건에 관하여 고용사업주인 사내 하청업체의 권한과 책임을 일정 부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정도로 실질적이면서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고, 사내 하청업체의 사업폐지를 유도하는 행위와 그로 인하여 사내 하청업체의 노동조합의 활동을 위축시키거나 침해하는 지배·개입행위를 하였다면 원청회사, 즉 도급인은 노동조합법 제81조 제4호에서 정한 부당노동행위의 주체로서의 사용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위 대법원 판결을 둘러싸고 이른바 실질적 지배력이 있는 경우 도급인이 수급인 근로자에 대하여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성을 일반적으로 인정하였다고 이해하는 입장이 있는 반면,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 또는 부당노동행위에 한하여 도급인의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성을 인정하였다고 이해하는 입장이 있다. 앞의 입장에 따르면, 실질적 지배력이 있는 경우 도급인은 수급인 노동조합에 대하여 단체교섭의무를 부담하게 된다.

기존에 대법원은 단체교섭의무가 문제된 사안에서 “노동조합법상 사용자는 근로자와의 사이에 그를 지휘·감독하면서 그로부터 근로를 제공받고 그 대가로서 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명시적이거나 묵시적인 근로계약관계를 맺고 있는 자를 말한다”라고 하여(대법원 2008. 9. 11. 선고 2006다40935 판결)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와 근로자는 적어도 직접적인 계약관계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였다. 단체교섭의 핵심은 근로조건을 정하는 데에 있고, 근로조건은 근로계약을 전제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명시적이든 묵시적이든 근로계약관계에 있어야 함은 마땅하다.

하급심 법원 또한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와 부당노동행위의 주체가 될 수 있는 사용자를 동일한 개념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여 위 대법원 2007두8881 판결을 도급인의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성을 일반적으로 인정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울산지방법원 2018. 4. 12. 선고 2017가합20070 판결, 부산고등법원 2018. 11. 14. 선고 2018나53149 판결, 상고심 계속중). 즉 단체교섭 제도는 단체교섭에 대한 기본적인 절차와 방법론을 제공하며 근로조건을 형성·변경함으로써 단체교섭질서를 유지하는 것을 그 목적으로 하지만, 부당노동행위 제도는 집단적 노사관계질서를 악의적으로 무력화하거나 침해하는 사용자의 행위를 규율함을 목적으로 하므로, 두 제도는 각기 다른 목적과 기능을 가진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한편, 부당노동행위에 한정하여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성이 인정되고, 일반적인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특히 수급인이 사내협력업체의 경우 그 수급인 근로자들은 근로제공 장소가 도급인의 사업장이므로,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노동조합 활동 또는 쟁의행위 등 노동3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반론도 있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대법원은 쟁의행위는 사용자에 대한 관계에서만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고, 제3자의 법익을 침해하는 경우 원칙적으로 정당성이 인정되지 않으며, 도급인은 원칙적으로 수급인 근로자의 사용자가 아니므로 수급인 근로자의 쟁의행위가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일어나 도급인의 법익을 침해하면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20. 9. 3. 선고 2015도1927 판결). 다만 대법원은 도급인의 사업장이 수급인 소속 근로자의 근로제공 장소인 경우 쟁의행위의 주요 수단 중 하나인 파업이나 태업은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데, 도급인은 비록 수급인 소속 근로자와 직접적인 근로계약관계를 맺고 있지는 않지만, 수급인 소속 근로자가 제공하는 근로에 의하여 일정한 이익을 누리고, 그러한 이익을 향수하기 위하여 수급인 소속 근로자에게 사업장을 근로의 장소로 제공하였으므로 그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쟁의행위로 인하여 일정 부분 법익이 침해되더라도 사회통념상 이를 용인하여야 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고 하였다. 위 판결은 예외적으로 수급인 근로자가 도급인 사업장에서 쟁의행위를 할 수 있다는 점을 판시하였으나, 원칙적으로 도급인은 수급인 근로자의 사용자가 아니므로 쟁의행위의 상대방이 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실제로 도급인의 수급인 근로자에 대한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성을 인정하게 되면 도급인은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게 되는데, 직접적인 계약관계가 없는 상황에서 근로조건의 결정을 핵심으로 하는 단체교섭을 한다는 것은 어색하다. 또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면 단체교섭 결렬 시 발생하는 쟁의행위에 관한 규율을 받게 되고, 이중에는 이른바 대체근로 금지 규정도 있는데, 도급인의 사용자성이 인정되면, 위 규정의 적용으로 수급인 사업장에서 쟁의행위 발생 시 도급인이 다른 업체에게 일을 맡기는 것이 대체근로 금지에 해당할 소지도 있고, 수급인 사업장에서 발생한 쟁의행위로 도급인의 사업운영까지 영향을 받는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결국 수급인 근로자에 도급인의 사용자성은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에 한하여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고, 단체교섭 의무에 관하여는 인정하는 것은 현행 법 해석상 무리가 있다고 본다.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