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국의 인권 탄압을 이유로 들어 베이징동계올림픽에 정부 사절단을 보내지 않는 ‘외교적 보이콧’ 방침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우회적인 보이콧 동참 압박과 한·중 관계 사이에서 문재인 정부가 딜레마에 빠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베이징올림픽을 종전선언의 계기로 삼으려던 정부의 구상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젠 사키 미 백악관 대변인은 6일(현지시간)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 집단 학살과 반(反)인도적 범죄 등 인권 유린이 계속되고 있다”며 “조 바이든 행정부는 2022년 베이징동계올림픽·패럴림픽에 어떤 외교 사절이나 공식 대표단을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외교적 보이콧은 지난달 18일 바이든 대통령이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 지 3주도 지나지 않아 공식화됐다. 특히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해 추진하는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불과 사흘 앞두고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미국은 외교적 보이콧에 대해 “각국의 주권적인 결정 사안”이라고 했지만 사실상 우회적으로 동맹국의 참여를 압박하고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키 대변인은 “우리 결정을 동맹국에 알렸고 (보이콧 여부는) 당연히 그들이 결정하게 놔둘 것”이라고 했지만,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같은날 “지금 올림픽이 몇 달 남았기 때문에 다른 국가들로부터 (보이콧 동참에 대해) 들을 것을 기대한다”며 한발 나아갔다. 뉴질랜드는 7일 즉각 베이징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했고, 영국·캐나다·호주도 같은 결정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미국은 이번 결정에 대해 우리 측에 미리 알려온 바 있다”면서도 “보이콧 동참을 요구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베이징동계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지지해왔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이런 가식적인 행동은 정치적 조작이자 올림픽 헌장의 정신을 심각하게 왜곡하는 것”(류펑위 주미 중국대사관 대변인)이라며 강력 반발한 중국을 의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베이징올림픽을 계기로 추진해온 종전선언에도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한국은 세계 50여 개국이 여러 차례 중국의 신장 위구르 인권 탄압 문제를 제기할 때 한 번도 동참하지 않았다”며 “미국은 분명 동참을 압박하겠지만 내년 초 한·중 화상 정상회담까지 추진하는 가운데 외교적 보이콧에 나서긴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베이징올림픽에서의 종전선언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덧붙였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