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입 2년 맞아 연구용역…역량 강화와 자격제 도입은 과제
미국 시애틀도 주목한 한국형 대화경찰, 위법시위 55% 줄였다
지난달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시행으로 집회·시위가 재개된 가운데 2018년 10월 도입한 '한국형 대화경찰'이 상당한 성과를 냈지만 한 단계 더 도약하려면 역량 강화가 시급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7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전날 경찰위원회에서는 이러한 내용의 '평화적 집회문화 조성을 위한 대화경찰 역량 강화 방안에 관한 연구' 결과가 보고됐다.

스웨덴의 '다이얼로그 폴리스'(Dialogue Police) 제도를 벤치마킹한 한국형 대화경찰은 대화와 소통으로 평화적 집회문화를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군중을 위험한 집단으로 보기보다는 다양한 정체성을 지닌 이성적이고 소통·자정이 가능한 집단으로 인식하는 것을 전제로 한 제도다.

누구나 알아볼 수 있는 옷을 입고 활동하는 대화경찰은 외근정보관과 경찰관기동대 등으로 구성돼 총 1천677명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집회 규모와 위험성 등을 고려해 지난 9월 기준 전체 집회시위의 약 65%에 배치되고 있으며 지난해 5월부터 올해 9월까지 갈등 완화, 마찰 방지, 안전사고 예방, 민원 해소 등 총 4만2천150건의 활동을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국에서는 방역 지침을 준수하도록 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정책연구에서 집회 참가자 297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대화경찰 활동 시 위법시위가 약 54.5%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대화경찰의 활동에 대한 만족도는 77%, '집회의 자유가 더 많이 보장됐다'는 응답은 73.6%, 물리적 위험요소를 효과적으로 통제했다는 응답도 77.6%에 달했다.

다만 최근 연구용역에서는 대화경찰 제도가 일정한 준비 기간 없이 도입되면서 관련 철학과 이론적 기반에 대해 전달이 부족했고 기존 정보경찰 업무와 중복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특히 대화경찰들에 대해 설문한 결과 전문성 측면에서 교육이나 훈련이 부족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응답자가 약 20%를 차지했으며, 집회 참가자들의 52%도 대화경찰의 전문성이 부족하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장 경찰관들은 대화경찰의 중요한 역량으로는 중요한 순서대로 소통역량, 현장 위기대응 역량, 정보 습득과 분석 역량, 주체성, 심리적 회복력을 꼽았지만 교육 커리큘럼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응답자의 56.1%는 기본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고 했고, 심화교육과 전문화 교육도 받은 적이 없다고 한 사람도 77% 이상이었다.

미국 시애틀도 주목한 한국형 대화경찰, 위법시위 55% 줄였다
연구진은 영국의 집회연락관, 스웨덴의 다이얼로그 폴리스, 우크라이나의 대화 경찰 등이 도입한 교육 커리큘럼을 분석한 결과 역할극 이후 구두 디브리핑과 서면 디브리핑의 병행, 시뮬레이션에 대한 점진적 단계화, 심리적 몰입도 향상을 위한 역할극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대화경찰 관련 자격 인증제도를 도입해 국가공인민간자격으로 발전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경찰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내년에 대화경찰 교육 커리큘럼 등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미국 시애틀 경찰국도 지난해 조지 플로이드 사망사건으로 촉발된 인종차별 철폐 집회와 시위 관련 경찰의 강력한 대응이 논란이 되면서 대화경찰 제도 도입을 검토하던 도중 한국 대화경찰 제도에 주목해 지난달 11일 관련 세미나가 개최되기도 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제도가 시행된 지 3년밖에 안 됐지만 완성도 높은 제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