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니치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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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시마현 다케하라시청 직원이었던 모리모토 시게로(44세·사진)씨는 2020년 9월 오노미치시의 지역 사이다 제조업체 고토광천소(後藤鉱泉所)의 제4대 대표로 변신했다. 1930년 창업한 고토광천소의 3대째 대표는 후계자를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피아니스트 오하시 미호(32세)씨는 2020년 6월 오사카시의 음악학원을 인수해 피아노학원 원장이 됐다. 코로나19로 연주기회가 급감하자 경영인이 되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다.

모리모토 대표와 오하시 원장의 공통점은 온라인 기업 인수·합병(M&A) 중개사이트를 통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일본에서는 중개사이트를 통한 소규모 M&A가 급증하고 있다.
M&A 중개사이트 바톤즈의 경우 2017년 53건이었던 거래가 2019년 158건으로 3배 늘었다. 올해는 지난 2일 기준 650건을 넘었다.

소규모 M&A란 매출 1억엔(약 10억3808만원) 이하의 기업을 사고파는 거래를 말한다. 인터넷 중개사이트에서는 거래규모가 300만엔 미만인 M&A도 드물지 않다.

대기업 M&A는 증권사, 로펌, 회계법인 등 자문사를 써서 인수기업을 정교하게 실사하기 때문에 절차도 복잡하고 비용도 많이 든다. 반면 M&A 중개사이트를 이용한 소규모 거래는 절차도 간단하고 수수료도 저렴하다.

소규모 M&A 가운데 눈에 띄는 변화는 인수자가 기업이 아니라 개인인 사례가 부쩍 늘었다는 점이다.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에 창업을 하려는 개인이 증가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모리모토 대표는 마이니치신문에 "정년을 신경쓰지 않고 계속해서 일할 수 있고, 지역사회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오야마 다카요시 바톤즈 사장은 "창업은 '폼 나는 것'이라는 생각이 확산하면서 소규모 M&A가 경영자가 되는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사업승계난으로 후계자를 찾는 중소기업 경영인도 늘었다.

소규모 M&A를 꿈꾸는 미래의 경영인이 늘어나면서 거래를 중개하는 사이트도 크게 늘었다. 저마다 '업계 최대 규모의 매수·매도자 정보를 제공한다'거나 '거래가 성사됐을 때만 수수료를 받는다' 등의 조건을 내세우고 있다. M&A 중개사이트의 가격과 조건을 비교하는 사이트까지 등장했다.

인수자는 거래금액의 1.5~2%를 수수료로 내거나 수수료를 줄이는 대신 거래가 성사될 때까지 매월 일정금액을 지불한다. 매도자는 별도의 수수료가 없는 것이 대부분이다.

거래량이 급증하면서 중개사이트를 통한 소규모 M&A는 종업원 급여를 체납했거나 보증금을 누락한 사실 등이 뒤늦게 발견되는 문제가 종종 발생한다. 인수기업에 대한 실사가 상대적으로 충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보험사들은 소규모 M&A의 피해를 보상하는 보험상품을 내놓고 있다. 도쿄해상일동화재보험은 2020년 11월부터 매도자가 사실과 다른 정보를 제공하는 바람에 손해를 본 인수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는 상품을 개발했다.

미쓰이스미토모해상화재보험은 지난 9월부터 매각자가 재무정보를 충분히 제공하지 않아 손실이 발생했을 때 매수자에게 변호사 상담비 등을 보상하는 상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