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회복 후 한달여간 사망자만 1천171명…2년간 전체 사망자의 29%
유행 '정점' 예측불허…"거리두기 더 강화 필요, 보상책도 고민해야"
정부 예측 넘어선 급증세…"지금 브레이크 밟아야 1만명서 멈춰"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의 기세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지난달 1일 '단계적 일상회복'을 시행한 뒤 신규 확진자 수는 빠르게 증가하면서 8일 0시 기준 결국 7천명을 넘었다.

방역체계 전환으로 방역수칙이 대폭 완화된데다 바이러스 활동에 유리한 겨울로 접어들었고, 여기에 전파력이 델타형 변이보다 더 빠르다고 알려진 오미크론 변이까지 유입된 상황이라 앞으로 확진자 규모는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실제 방역당국과 전문가들은 지금의 확산세가 지속하면서 확진자가 더 증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 예측 넘어선 급증세…"지금 브레이크 밟아야 1만명서 멈춰"
◇ 신규 확진자 결국 7천명대…4일만에 최다 경신
8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 수는 7천175명이다.

전날(4천954명)보다 2천221명이나 늘면서 7천명 선을 넘었다.

7천명대 확진자는 국내 첫 환자가 나온 지난해 1월 20일 이후 약 2년만, 정확히는 688일(발표일 기준)만이다.

직전 최다 기록(12월 4일)이었던 5천352명보다도 1천823명 많은 것으로, 4일만에 기록을 경신했다.

지난달 단계적 일상회복 이후 신규 확진자 수는 증가세가 뚜렷하다.

일상회복 이전인 10월 넷째 주(10.24∼30)에는 일평균 1천738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으나, 일상회복 이후인 지난달에는 일평균 지역발생 확진자가 첫째 주(10.31∼11.6) 2천153명, 둘째 주(11.7∼13) 2천190명, 셋째 주(11.14∼20) 2천752명으로 2천명대가 됐다.

이어 지난달 넷째 주(11.21∼27) 일평균 3천523명으로 3천명대가 되더니 지난주(11.28∼12.4) 4천421명으로 4천명대로 올라섰다.

지난 5일부터 이날까지 4일간의 일평균 확진자는 5천395명으로, 이번 주 확진자는 이보다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숫자 자체도 늘었지만 일평균 2천명대에서 3천명대, 이어 4천, 5천명대로 올라서는 기간이 갈수록 눈에 띄게 단축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최근 확진자 수 증가는 소아·청소년 등 미접종자 사이에서 확진자가 늘어나는 것 외에도 백신을 일찍 접종받은 60대 이상 연령층에서 돌파감염이 증가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고령층 돌파감염을 막기 위해 추가접종을 확대 시행하는 계획에 집중하고 있지만 추가접종률은 아직 전체 인구의 8.8%(총 453만8천521명)에 그치고 있다.
정부 예측 넘어선 급증세…"지금 브레이크 밟아야 1만명서 멈춰"
확진자 수가 증가하면서 위중증 환자 수도 빠르게 늘고 있다.

위중증 환자 수는 10월 넷째 주 평균 333명에서 지난달 첫째 주 365명, 둘째 주 447명, 셋째 주 498명, 넷째 주 576명으로 증가했고 지난주 697명이 됐다.

지난 5일부터 이날까지 4일간은 평균 771명이다.

위중증 환자 수가 늘면서 병상도 사실상 포화상태다.

코로나19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전국 기준 78.7%(1천255개 중 988개 사용), 수도권 기준 84.5%(806개 중 681개 사용)다.

정부가 중환자 병상을 1년 전보다 3배 정도 확충했으나 중증화율이 예상치인 1.6%를 상회, 2∼2.5%로 나타나면서 의료대응 여력이 더 빠르게 소진되고 있는 셈이다.

위중증 환자가 늘면서 사망자 수도 증가했다.

지난달 일상회복 뒤 이날까지 한달여간 발생한 코로나19 사망자는 총 1천171명으로, 지난 2년간 발생한 전체 사망자(4천20명)의 29.1%를 차지한다.
정부 예측 넘어선 급증세…"지금 브레이크 밟아야 1만명서 멈춰"
◇ 증가폭 정부 예상보다 빨라…전문가 "거리두기 더 강화해야"
정부는 단계적 일상회복으로 방역체계를 전환할 당시 확진자 증가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문제는 증가세가 예상보다 훨씬 빠르고, 증가폭도 크다는 점이다.

정부는 지난 10월 29일 단계적 일상회복 시행계획을 발표할 당시 "현재 1천∼2천명 수준의 확진자가 최대 4천∼5천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며 "최다 전망치를 고려해 의료대응체계를 마련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후 확진자수 규모를 최대 1만명까지 예측하는 전망치가 나오기도 했으나 1만명에 이르는 시점이 이달 말, 혹은 내년 1월 말정도로 예측하는 전망이 우세했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략반장도 이날 브리핑에서 "당초 중증화율을 1.6% 정도로 가정해서 지난해 12월 대비 중환자 병상은 약 3배, 감염병 전담병원 병상도 3배 정도 확충했다"며 "그러나 지금 7천명 정도의 확진자가 나오고 중증화율도 2∼2.5% 내외로 높아져 중환자실 가동률이 상당히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정부 예측이 빗나갔다는 점을 사실상 시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영준 방대본 역학조사팀장은 "확진자 규모가 사상 최대이고 이동량은 줄지 않았다.

추가접종에 속도가 나지 않는다면 접종완료 후 시간 경과에 따라 확진자는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질병관리본부(질병관리청의 전신) 본부장을 지낸 정기석 한림대 의대 교수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지금의 확산세를 두고 "걷잡을 수 없다"고 평가하면서 "이미 눈덩이가 커져서 조금만 굴려도 어마어마하게 커질 것"이라고 비유를 들었다.

정 교수는 "지금이 '정점'이 아니다"라면서 "정부가 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신규 확진자 수는 실제 1만명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 예측 넘어선 급증세…"지금 브레이크 밟아야 1만명서 멈춰"
천병철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신규 확진자 수가) 3천명에서 5천명으로 2천명 뛰었고, 거기서 다시 2천명 뛰어서 7천명이 됐다"며 "(9천명으로) 또 뛰는 것도 현 상황에선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금의 확산세를 최대한 억제하기 위해 지난 6일부터 사적모임 인원 기준을 줄이고 방역패스 대상을 확대하는 '특별방역대책'을 시행한 상태다.

손 반장은 그러나 "새 조치가 금주 월요일부터 시행돼 효과가 나타나기에는 이르다"며 "현재는 이미 시행 중인 방역 강화조치와 3차 접종 및 일반 접종 확대가 어떤 효과를 내고 있는지 지켜보고, 이후 추가조치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중환자 발생 규모를 적어도 1∼2주 정도 이내에는 유지 또는 감소세로 전환하는 게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영준 팀장 역시 "어느 시점에 특단의 조치, 비상계획을 발동할지는 상황을 주의깊게 모니터링하고,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더 강한 방역대책을 최대한 신속히 시행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재훈 가천대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강력한 조치, 정책적 신호가 필요하다고 본다"며 "(방역·의료적으로) 대응 가능한 신규 확진자 수가 1만명이라고 가정했을 때 지금 브레이크를 밟아야 1만명에서 멈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천 교수 역시 "거리두기를 더 강화하는 게 필요하다"면서도 "어쩔 수 없이 피해자가 생기게 되는데, 이에 대한 충분한 보상을 같이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