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없는기자회(RSF)가 중국에서 중국 매체 기자가 기자증을 발급받으려면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수집하는 애플리케이션을 깔아야 한다는 등의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발간했다.

프랑스 파리에 본부를 두고 있는 언론자유 감시 국제기구인 RSF는 7일(현지시간) 82쪽 분량의 '중국 저널리즘의 거대한 후퇴' 보고서를 내놨다. RSF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집권한 2013년부터 당국이 언론을 옥죄기 시작해 기자를 체포, 구금하는 것도 서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2019년 10월부터는 기자증을 받으려면 시진핑 국가주석의 사상을 테스트하는 앱을 스마트폰에 설치해야 하는데, 이 앱이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수집할 수 있다고 RSF는 주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중국 당국이 억류 중인 언론인은 비직업 언론인을 포함해 127명으로 이들 중 일부는 민감한 주제를 조사했다거나, 금지하는 정보를 공표했다는 이유로 붙잡혀 있다.

중국 당국의 관리를 받는 현지 언론과 달리 외국 언론은 비교적 자유로운 보도가 가능하다. 하지만 지난해 한 해 동안 당국의 심기를 건드리는 기사를 썼다가 비자 갱신을 거부당해 18명의 특파원이 중국을 떠난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이 보도를 금기하는 주제로는 신장위구르 지역에서의 강제노동, 티베트에서의 인권유린, 대만 문제 등이 있다. 정치 사안 뿐 아니라 자연재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희생된 의료진 추모 움직임, 성폭행을 고발하는 '미투' 운동 등도 당국이 관리한다.

지난 7월 중국 중부 허난성에 3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은 홍수가 났을 때 중국 언론사에는 피해 상황이 아닌 회복 상황에 초점을 맞추라는 지침이 내려오기도 했다.

중국에서 해외 소셜미디어와 메신저를 사용하려면 가상사설망(VPN)을 써서 우회해야 하고, 중국 소셜미디어와 메신저를 사용할 때는 당국이 언제든 감시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RSF는 설명했다.

크리스토프 들루아르 RSF 사무총장은 "중국이 역주행을 계속한다면 중국인들은 중국에 표현의 자유 확립이라는 희망을 잃어버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국은 RSF가 지난 4월 발표한 세계 언론 자유 지수 보고서에서 조사대상 180개국 중 177위에 이름을 올리면서 179위인 북한보다 두 단계 앞섰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