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보증금 올려달라는데…퇴직연금 꺼내쓸 수 있을까요 [구은서의 연금개미 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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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은 근로자들의 은퇴 후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그래서 아무 때나 원하는 대로 꺼내 쓸 수 없도록 막아뒀습니다. 나이가 55세 이상이고 가입기간이 10년 이상인 가입자에게 5년 이상 기간에 걸쳐 지급하도록 합니다. 하지만 목돈이 필요해 퇴직연금이라도 꺼내 써야 하는 처지에 놓인 분들도 있죠. 어떤 경우에 퇴직연금을 중도인출할 수 있을까요.
퇴직연금 중도인출 가능 여부는 유형에 따라 다릅니다. 확정급여형(DB형)은 중도인출이 허용되지 않습니다. 대신에 몇 가지 사유에 한해 적립금의 50%까지만 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습니다. 확정기여형(DC형)이나 개인형퇴직연금(IRP)은 담보대출(적립금의 50%) 및 중도인출이 가능한데, 이때 조건은 동일합니다.
위의 사유 외에는 담보대출이나 중도인출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이때 마지막 사유 중 '재난'이 대체 뭔지, 코로나19도 포함되는지 궁금하실 텐데요. 이건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3조제1호의 정의를 따릅니다.
"가. 자연재난: 태풍, 홍수, 호우(豪雨), 강풍, 풍랑, 해일(海溢), 대설, 한파, 낙뢰, 가뭄, 폭염, 지진, 황사(黃砂), 조류(藻類) 대발생, 조수(潮水), 화산활동, 소행성·유성체 등 자연우주물체의 추락·충돌,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자연현상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재해
나. 사회재난: 화재·붕괴·폭발·교통사고(항공사고 및 해상사고를 포함한다)·화생방사고·환경오염사고 등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규모 이상의 피해와 국가핵심기반의 마비,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른 감염병 또는 '가축전염병예방법'에 따른 가축전염병의 확산,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따른 미세먼지 등으로 인한 피해"입니다.
코로나19도 재난에 해당되지만 모든 코로나19 확진자가 퇴직연금 담보대출이나 중도인출이 가능한 건 아닙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라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된 곳에서 코로나19 확진을 받고 15일 이상 입원 치료를 받는 경우에는 퇴직연금 담보대출 또는 중도인출이 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퇴직연금 중도인출의 주요 사유는 주택 구입을 위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기)'입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년 4만91명이던 퇴직연금 중도인출자는 2020년 7만1931명으로 2배 가까운 수준으로 늘었습니다. 이 기간 중도인출액은 1조2317억원에서 2조6341억원으로, 2.1배로 증가했습니다. 지난해 기준 중도인출액의 62.3%가 주택구매, 주거 목적의 임차보증금 등 부동산 관련 이유로 인출됐습니다.
노후 자금까지 동원해 집을 살 수밖에 없는 실정이지만, 여러 우려도 나옵니다. 홍원구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 연구위원은 최근 '주택 관련 중도인출이 퇴직소득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 "최근 주택가격의 급등으로 주택구입의 수익률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에 중도인출을 해서라도 주택을 구입하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면서도 "퇴직연금 적립금이 주택구입에 사용되면 향후 퇴직소득이 줄어들고, 개인의 재산이 부동산에 집중돼 부동산 가격 변동성에 노출된다는 문제점이 있다"고 했습니다. "퇴직 후 유동자산의 부족으로 인해 퇴직 후 생활비 조달이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죠.
이 때문에 미국에서는 퇴직연금을 일정 나이 이전에 중도인출하면 소득세와 함께 10%의 추가 세금을 물립니다. 영구장애, 거액 의료비 발생 등 몇 가지 예외 사항에 대해서는 이 추가 세금을 면제해주지만 주택구입은 면제 사유가 아닙니다. 하지만 이 방법을 참고하기엔 조세 저항이 따를 수 있고 실절적 효과 없이 근로자의 부담만 늘어날 수 있죠.
이에 홍 연구위원은 '퇴직연금은 지키고 주택 대출은 완화해주는' 새로운 방식을 제안했습니다. 그는 "기존의 대출 정책을 일부 완화해 퇴직연금 적립금만큼 주택 대출을 추가해주는 방법을 제안한다"며 "현재 주택구입 시 대출 한도가 주택가격의 40%로 하향 조정돼 있으므로 주택의 담보 능력도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코로나 확진자도 중도인출 가능할까
퇴직연금 중도인출 가능 여부는 유형에 따라 다릅니다. 확정급여형(DB형)은 중도인출이 허용되지 않습니다. 대신에 몇 가지 사유에 한해 적립금의 50%까지만 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습니다. 확정기여형(DC형)이나 개인형퇴직연금(IRP)은 담보대출(적립금의 50%) 및 중도인출이 가능한데, 이때 조건은 동일합니다.
- 무주택자인 가입자가 본인 명의로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
- 무주택자인 가입자가 주거를 목적으로 전세금 또는 주택임대차보증금을 부담하는 경우(가입자가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하는 동안 1회로 한정)
- 6개월 이상 요양을 필요로 하는 가입자 본인, 가입자의 배우자, 가입자 또는 그 배우자의 부양가족의 질병이나 부상에 대한 의료비를 가입자가 부담하는 경우(중도인출의 경우 의료비 부담이 본인 연간 임금 총액의 12.5%를 초과할 때만 가능. 의료비 정의는 소득세법 시행령 제118조 5①② 참고)
- 가입자가 5년 이내 파산선고를 받은 경우
- 가입자가 5년 이내 개인회생절차개시결정을 받은 경우
- 가입자 본인, 가입자의 배우자, 가입자 또는 그 배우자의 부양가족의 대학등록금, 혼례비 또는 장례비를 가입자가 부담하는 경우(이 사유로는 담보대출만 가능)
- 사업주의 휴업 실시로 근로자의 임금이 감소하거나 재난으로 피해를 입는 등 고용노동부 장관이 정해 고시하는 경우(고용노동부 장관이 정해 고시하는 한도)
위의 사유 외에는 담보대출이나 중도인출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이때 마지막 사유 중 '재난'이 대체 뭔지, 코로나19도 포함되는지 궁금하실 텐데요. 이건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3조제1호의 정의를 따릅니다.
"가. 자연재난: 태풍, 홍수, 호우(豪雨), 강풍, 풍랑, 해일(海溢), 대설, 한파, 낙뢰, 가뭄, 폭염, 지진, 황사(黃砂), 조류(藻類) 대발생, 조수(潮水), 화산활동, 소행성·유성체 등 자연우주물체의 추락·충돌,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자연현상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재해
나. 사회재난: 화재·붕괴·폭발·교통사고(항공사고 및 해상사고를 포함한다)·화생방사고·환경오염사고 등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규모 이상의 피해와 국가핵심기반의 마비,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른 감염병 또는 '가축전염병예방법'에 따른 가축전염병의 확산,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따른 미세먼지 등으로 인한 피해"입니다.
코로나19도 재난에 해당되지만 모든 코로나19 확진자가 퇴직연금 담보대출이나 중도인출이 가능한 건 아닙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라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된 곳에서 코로나19 확진을 받고 15일 이상 입원 치료를 받는 경우에는 퇴직연금 담보대출 또는 중도인출이 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부동산 영끌로 퇴직소득 줄어"
퇴직연금 중도인출의 주요 사유는 주택 구입을 위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기)'입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년 4만91명이던 퇴직연금 중도인출자는 2020년 7만1931명으로 2배 가까운 수준으로 늘었습니다. 이 기간 중도인출액은 1조2317억원에서 2조6341억원으로, 2.1배로 증가했습니다. 지난해 기준 중도인출액의 62.3%가 주택구매, 주거 목적의 임차보증금 등 부동산 관련 이유로 인출됐습니다.
노후 자금까지 동원해 집을 살 수밖에 없는 실정이지만, 여러 우려도 나옵니다. 홍원구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 연구위원은 최근 '주택 관련 중도인출이 퇴직소득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 "최근 주택가격의 급등으로 주택구입의 수익률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에 중도인출을 해서라도 주택을 구입하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면서도 "퇴직연금 적립금이 주택구입에 사용되면 향후 퇴직소득이 줄어들고, 개인의 재산이 부동산에 집중돼 부동산 가격 변동성에 노출된다는 문제점이 있다"고 했습니다. "퇴직 후 유동자산의 부족으로 인해 퇴직 후 생활비 조달이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죠.
이 때문에 미국에서는 퇴직연금을 일정 나이 이전에 중도인출하면 소득세와 함께 10%의 추가 세금을 물립니다. 영구장애, 거액 의료비 발생 등 몇 가지 예외 사항에 대해서는 이 추가 세금을 면제해주지만 주택구입은 면제 사유가 아닙니다. 하지만 이 방법을 참고하기엔 조세 저항이 따를 수 있고 실절적 효과 없이 근로자의 부담만 늘어날 수 있죠.
이에 홍 연구위원은 '퇴직연금은 지키고 주택 대출은 완화해주는' 새로운 방식을 제안했습니다. 그는 "기존의 대출 정책을 일부 완화해 퇴직연금 적립금만큼 주택 대출을 추가해주는 방법을 제안한다"며 "현재 주택구입 시 대출 한도가 주택가격의 40%로 하향 조정돼 있으므로 주택의 담보 능력도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