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개 시·도교육청이 지난 10년간 다 쓰지 못한 결산 잉여금이 50조원을 훌쩍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교육청이 매년 5조원가량의 예산을 다 쓰지 못했다는 의미다. 시·도교육청 재원의 70%가량을 차지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내국세 연동 구조 때문에 이같이 비효율적인 예산 배정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8일 지방교육재정알리미에 따르면 17개 시·도교육청의 2020년 결산 잉여금은 4조5211억원이다. 2019년에는 6조9862억원, 2018년엔 7조2238억원이었다. 2011년부터 작년까지 10년간 시·도교육청 회계에서 발생한 잉여금을 합치면 54조4597억원에 달한다.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같은 기간(2011~2020년) 혼인한 284만3700쌍의 부부에게 부부당 1900만원을 나눠줄 수 있는 금액이다.

결산상 잉여금은 지방교육청 수입에서 지출을 제외한 금액으로 이월·불용액과 보조금 잔액, 순세계잉여금 등으로 구성된다. 지방교육청이 한 회계연도 내에 사용하지 못해 이월·불용되는 재원은 다음 연도에 집행(이월)하거나 결산 다음 연도 세입 재원으로 편입(불용)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지방교육청에서 매년 수조원의 잉여금이 발생하는 것은 지방교육청 예산이 내국세에 일정 부분 연동된 구조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지방교육청 예산의 주요 재원인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소득세와 부가가치세, 법인세 등 내국세의 20.79%가 자동으로 배정되도록 연동돼 있다. 내국세가 늘면 지방교육청 예산도 수요와 무관하게 증가한다.

감사원은 지방교육청의 잉여금과 관련해 “초·중·고등학교 학생 수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수입 증가 속도가 지출 증가 속도보다 빨라 향후 잉여금 누적 및 국가 재원 배분 왜곡 등의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구균철 경기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방교육청 예산은 규모 자체가 아니라 내국세와 연동된 구조가 문제”라며 “교육청이 필요할 때 예산이 부족하거나, 예산이 상대적으로 덜 필요할 때 많이 생기는 등 사업과 상관없이 수입이 결정된다”고 지적했다. 구 교수는 “교육청의 재정 문제를 해결하려면 내국세 연동 구조를 해소하고 지방자치단체의 돌봄 사업 등에 교육청 예산을 투입하는 등 지자체와의 협업을 강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