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의 고강도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 여파로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 증가폭이 크게 줄어들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한 달 새 반토막이 났다. 그러나 은행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2금융권 등으로 대출이 몰리는 ‘풍선효과’도 나타났다.

은행 주담대 '반토막'…3년9개월 만에 최저
한국은행이 8일 발표한 ‘2021년 11월 중 금융시장 동향’을 보면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1060조9000억원으로 전달 대비 3조원 늘었다. 이 같은 증가액은 전달(5조2000억원)보다 줄어든 것은 물론, 지난 5월(1조6000억원 감소) 이후 6개월 만에 가장 적은 수치다.

주택담보대출 증가폭이 줄어든 게 가계대출 감소에 직접적 영향을 미쳤다. 주담대는 지난 11월 776조9000억원으로 2조4000억원 증가했다. 10월 증가폭(4조7000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2018년 2월(1조8000억원) 이후 3년9개월 만에 증가폭이 가장 작았다. 신용대출을 비롯한 기타대출도 282조9000억원으로 5000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증가폭은 10월(5000억원)과 비슷했지만 9월(8000억원)보다는 작았다.

금융당국의 강도 높은 대출 규제 효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당국이 제시한 올해 대출 증가 목표율을 맞추기 위해 금융회사들은 대출을 일시 중단하고 금리를 올리는 등 노력을 지속해 왔다. 고승범 금융위원회 위원장도 최근 기자간담회를 열고 “주담대 증가세가 지속적으로 둔화하는 추세이고,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도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며 “내년에는 총량한도 규제를 보다 유연하게 운용하겠다”고 밝혔다.

2금융권 대출 증가폭은 오히려 커졌다. 금융위·금융감독원이 이날 발표한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2금융권의 가계대출은 지난달 2조9000억원 증가했다. 지난 10월(1조원)보다 증가폭이 세 배로 늘었다. 새마을금고에서만 1조4600억원 증가했다. 은행에서 대출받지 못한 소비자들이 2금융권으로 몰렸다는 게 시장 시각이다.

기업 대출 증가세는 11월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 증가폭을 보였다. 11월 말 기준 은행의 기업 원화대출 잔액은 1068조4000억원으로 전달보다 9조1000억원 증가했다. 10월 증가폭(10조3000억원)보다는 작았지만, 11월 기준으로는 2009년 통계작성 이후 가장 많이 늘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대출이 각각 2조8000억원, 6조4000억원 증가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금융 지원과 시설 자금 수요 등이 몰렸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정소람/김익환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