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명동밥집’에서 염수정 추기경(오른쪽)이 한 노인에게 도시락을 나눠주고 있다.  /천주교 한마음한몸운동본부 제공
지난 1월 ‘명동밥집’에서 염수정 추기경(오른쪽)이 한 노인에게 도시락을 나눠주고 있다. /천주교 한마음한몸운동본부 제공
서울 중구 명동 한복판. 매주 수·금·일요일, 1주일에 세 번 명동성당 안쪽 옛 계성여중 운동장은 500여 명의 인파로 가득 찬다. 지난 1월부터 재단법인 천주교 한마음한몸운동본부가 운영하는 무료급식소 ‘명동밥집’을 찾는 이들이다. 코로나19로 많은 무료급식소가 문을 닫은 상황에서 명동밥집은 “밥 굶는 사람은 없어야 한다”는 믿음으로 노숙인과 홀몸 노인들의 끼니를 책임지고 있다.

명동밥집은 SK그룹과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지원하는 ‘한끼나눔 온택트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시작됐다. SK가 명동, 회현동 일대 골목식당 12곳에서 도시락을 주문해 명동밥집에 지원하고, 명동밥집은 사회적 약자들에게 이 도시락을 나눠줬다. 사회적 약자의 끼니를 챙기는 동시에 코로나19 사태로 매출이 줄어든 소상공인을 돕기 위해 마련된 사업이다.

서울대교구는 사회적 약자를 위해 한국 교회의 상징적 장소인 명동성당을 내줬다. ‘왜 하필 명동 한복판에서 해야 하느냐’는 내부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밥집을 이끄는 김정환 신부는 이곳이 가장 알맞은 장소라고 생각했다. 김 신부는 “명동성당은 역사적으로 사회가 격변하고 어려운 시기마다 소외되고 가난한 이들을 품어주는 안식처였다”며 “지리적으로도 서울역, 을지로, 남대문, 종로에 있는 노숙인과 돈의동 쪽방촌 주민, 탑골공원 어르신들이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명동에 가난한 이들을 환대하는 공간이 마련된다면 한국 가톨릭교회가 어디를 향하고 누구를 바라보고 있는지 드러내는 하나의 상징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밥집을 찾는 발길은 빠르게 늘어났다. 지난 1월 시범운영 첫날 110명이 찾은 뒤 한 달 만에 500명까지 늘었다. 처음에는 도시락 공급으로 시작했지만, 5월 자체적인 배식 시스템을 마련하면서 본격적인 급식소 모습을 갖췄다. 김 신부는 “밥집을 찾는 분 중에서도 시각 장애와 정신 장애가 있는 따님을 데려오는 어머님이 기억에 남는다”며 “그 어머님은 항상 첫술을 떠 따님부터 챙긴다”고 전했다.

지금은 살아가는 데 가장 필수적인 밥을 제공하는 수준이지만, 명동밥집의 궁극적인 목적은 자활을 돕는 것이다. 밥집을 찾는 알코올 중독자나 삶을 포기한 사람들에게 심리적인 돌봄을 지원하고 커뮤니티 활동과 취업을 돕는다.

SK는 사랑의열매와 함께 명동밥집을 비롯해 전국의 아동·청소년과 노인, 노숙인 등 취약계층의 끼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업을 함께 추진했다. 최태원 SK 회장은 1월 임직원에게 보낸 신년 서신을 통해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같은 대재난은 사회의 가장 약한 곳을 무너뜨린다”며 “우리 역량을 활용해 당장 실행 가능한 일부터 시작해보자”고 제안했다.

■ 협찬
노숙인에 도시락…"밥 굶는 사람 없어야"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