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족 10대들에 우리 한글·문화 심어주고 있죠"
“조선족 청소년도 ‘내가 누구인지’를 알아야 중국 사회에서 더 큰 인물이 될 수 있어요. 우리 글과 문화를 최대한 많이 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이령 북경애심여성네트워크 회장(사진)은 사재를 털어가며 조선족 공익단체를 운영하는 이유를 ‘중독’이라고 표현했다. 청소년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 아무리 힘들어도 더 빠져든다는 얘기다.

북경애심은 2007년 5월 조선족 여성이 결성한 조선족 공익단체다. 어려운 동포 돕기, 소외계층 아동·청소년 지원, 한글과 한국 문화 지키기 등의 활동을 해온 공로를 인정받아 최근 정부 포상 대통령표창을 받았다. 개인이 아니라 단체에 수여되는 훈포장 중에는 대통령표창이 최고 등급이다. 북경애심은 조선족 단체에서 처음으로 표창을 받았다. 이 회장은 베이징사범대 무용학과 교수 출신으로 중국에서 한국 무용의 대가로 꼽힌다.

북경애심의 대표 사업 중 하나는 ‘희망의 꿈나무 키우기’다. 중국 동북 3성(지린 헤이룽장 랴오닝)의 소외계층 조선족 청소년 30여 명을 2011년부터 매년 베이징으로 초대해 선배 대학생과 함께 주요 시설을 견학하면서 꿈을 키우도록 지원하는 행사다. 4박5일 동안 학생들은 베이징현대, CCTV, 베이징대와 칭화대, 국가도서관 등을 찾아 자부심을 키우고 견문을 넓힌다. 이 회장은 “앞으로는 베이징의 조선족 대학생을 옌볜 조선족자치구로 초대해 한민족의 문화를 깊게 체험할 수 있는 행사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북경애심은 가야금·전통무용·문학·한식교실 등을 운영하며 한민족의 문화와 역사를 중국 지역 사회에 전파하고 있다.

북경애심이 2007년 출범할 당시 회원은 60여 명이었다. 지금은 140여 명 규모로 성장했다. 북경애심은 지난해 2월 대구에서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했을 때 2만위안의 성금을 보냈다. 이 회장은 “한국에 돈이 없어 우리가 성금을 보낸 것이 아니다”며 “한민족이 함께한다는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고 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