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이후 2년만에 이탈리아 무대 컴백…관객들 박수 갈채
명창 김정민 로마서 '흥보가' 3시간 완창…"매혹적 공연" 호평
한국 판소리계를 대표하는 소리꾼 김정민이 '오페라의 본고장' 이탈리아 로마에서 판소리 완창을 성공리에 마쳤다.

김정민 명창은 7일 밤(현지시간) 로마 시내 토를로니아 극장에서 판소리 '흥보가'를 완창했다.

그는 고수 최광수의 북장단에 맞춰 약 3시간가량 무대를 꾸몄다.

판소리 다섯 마당 가운데 하나인 흥보가는 전래동화 '흥부와 놀부'를 판소리로 엮은 것이다.

창본집 기준 65쪽, 글자 수로는 3만2천764자에 달한다.

명창 김정민 로마서 '흥보가' 3시간 완창…"매혹적 공연" 호평
김정민 명창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이번 무대에서도 등장인물 15명의 '희로애락'을 연기하고 노래했다.

때로는 강하게, 때로는 부드럽게 등장인물에 맞춰 목소리와 창법을 바꿔가며 관객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코믹스러운 즉흥 대사(애드립)로 관객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대부분 현지인으로 채워진 80여 객석의 반응은 뜨거웠다.

고수의 북장단에 맞춰 어깨를 들썩이며 명창의 표정과 몸동작에서 한시도 눈을 떼지 못했다.

장시간 공연에도 자리를 뜨는 관객은 거의 없었다.

한국에서처럼 관객의 추임새는 없었지만, 무대에 시선을 고정한 채 명창과 하나로 어우러지는 듯한 그들의 감상 모습이 이를 대신했다.

명창 김정민 로마서 '흥보가' 3시간 완창…"매혹적 공연" 호평
관객들은 공연 도중 여러 차례 박수갈채를 보냈고, 공연이 끝난 후에도 수 분간 힘찬 박수로 명창에 경의를 표했다.

한국 전통음악 공연을 처음 접했다는 여성 관객 라켈 손니노씨는 "한국어를 알지 못하지만 이야기가 전달하고자 하는 감정과 느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면서 "가수의 창과 북만으로 이처럼 매혹적인 무대를 만들 수 있다는 게 놀랍다"고 평했다.

김정민 명창은 공연을 마친 뒤 "관객들의 수준이 매우 높아 보였다"며 "웃음 포인트를 정확히 알고 있다는 점이 놀라웠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정민 명창의 이탈리아 판소리 공연은 이번이 두 번째다.

그는 2019년 밀라노에서 첫 흥보가 완창 공연을 해 현지 관객과 클래식 평단으로부터 대단한 호평을 받은 바 있다.

명창 김정민 로마서 '흥보가' 3시간 완창…"매혹적 공연" 호평
그 경험과 자신감을 토대로 이번에는 이탈리아 투어 형식으로 공연을 준비했다.

로마에 이어 10일에는 피렌체(치네마 테아트로 오데온), 14일에는 베네치아(무세오 M9 메스트레)에서 흥보가 완창 공연이 이어진다.

42년 경력의 김정민 명창은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흥보가 이수자로, 명창 고(故) 박송희 선생으로부터 판소리 흥보가와 적벽가의 가르침을 받았다.

2013년 이래 흥보가(3시간)·적벽가(5시간)를 16회 완창했다.

1994년 판소리 영화 '휘모리'로 대종상 신인여우상을 받은 그는 최근 트로트 데뷔 싱글 앨범 '첫 번째 이야기'를 발매하며 대중음악으로 활동 영역을 넓히는 등 다재다능한 '끼'를 발산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