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손실보상 100兆' 발언에
이재명 "당장 하자"
표심 노린 퍼주기 경쟁
대책없이 "일단 지르고 보자"
![사진=게티이미지뱅크](https://img.hankyung.com/photo/202112/99.27785379.1.jpg)
이 후보는 8일 기자들과 만나 김 위원장이 코로나19 소상공인 대상 ‘100조원 지원’을 제안한 것에 대해 “진심이라면 환영”이라고 밝혔다. 전날 김 위원장이 “각 부처 예산을 구조조정하고 국채를 발행해서라도 100조원 정도를 마련해 (자영업자) 피해 보상에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에 이 후보도 동의한 것이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김 위원장의 100조원 지원책을 받아들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 대표는 한술 더 떠 “(100조원 손실보상) 방안을 찾기 위해 저와 윤호중 원내대표, 김 위원장과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 간 4자 회동을 하자”고 제안했다. 송 대표는 100조원 지원을 위한 내년 초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대해 “얼마든지 방안을 찾을 수 있다”고도 했다.
문제는 이 같은 ‘지원 폭탄’ 주장이 구체적인 산정 근거도 없는 데다 재원 조달 방안에 관한 고민도 없이 튀어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여섯 차례의 추경을 통해 지급한 소상공인 지원 예산이 총 22조원 규모였다는 점을 고려할 때 100조원 지원책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야의 선심성 경쟁에 국가재정은 점점 악화하고 있다. 내년 국가채무는 이미 국내총생산(GDP)의 50% 수준인 1064조4000억원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된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가파르게 국가채무 비율이 오르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치권의 포퓰리즘 경쟁이 미래 청년세대에 큰 부담을 지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종인이 확 키운 ‘대선 판돈’
유례없는 ‘연초 추경’ 이뤄지나
![](https://img.hankyung.com/photo/202112/01.28278379.1.jpg)
실제로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여야가 주장하는 지원 규모는 점차 늘어나는 양상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 10월 말 25조원 규모의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자영업자 손실보상 50조원 공약으로 맞대응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50조원으로 부족하다”며 포커판에 판돈 불리듯 ‘100조원 카드’를 내밀었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 주장을 철회한 이 후보는 국민의힘의 대규모 손실보상 방안이 나올 때마다 적극적으로 호응하면서 지원 시점을 대선 전으로 앞당기자고 역 제안까지 했다. 조승래 민주당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100조원 제안을 환영한다. 지금 당장 논의에 나서야 한다”며 “100조원 투입을 위해서는 우선 윤 후보도 이 제안에 동의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100조원 카드를 던진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액수를 두고 혼선을 빚고 있다. 이양수 국민의힘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100조원 지원’과 관련해 “자영업자 피해 보상과 관련한 윤 후보의 공약은 50조원 투입”이라며 “이 공약이 달라진 건 아니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 말씀
은 추가 지원 방안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선대위 내부에서 손실보상 규모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채 일단 ‘지르고 보자’는 전략을 펼치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도 당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은 재난지원금 지급을 전면 반대했다가 황교안 대표가 뒤늦게 50만원 지급을 주장하는 등 혼란을 자초했다. 당시 김 위원장의 100조원 지원 주장까지 얽히며 내부 입장을 정리하지 못했고, 여당의 공세에 결국 참패하고 말았다.
‘현금 살포’ 경쟁을 둘러싼 여당 내부의 우려도 감지된다. 민주당으로선 지난 3일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한 지 1주일도 안된 시점에 추경 이슈가 나오는 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재정 지출에 소극적인 기획재정부의 반대를 극복할 수 있을지 미지수인 데다 대선을 앞두고 당정 갈등
이 재연되는 상황은 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는 아직 내년 예산 집행을 시작하지 않은 상황인 만큼 추경 논의에 대응하지 않고 있다.
다만 대선을 앞두고 여야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질 경우 이례적으로 대규모지원책이 마련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660조원 규모였던 국가채무는 올해 965조원까지 늘었다. 내년엔 1064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
수는 “지금 유권자는 국가채무 비율이 크게 높아져도 별 영향이 없지만, 현재 20대가 안 되는 세대가 경제활동을 활발하게 할 때는 국가채무가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라 고 했다.
고은이/정의진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