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조 지역사랑상품권, 누가 부담하라고…' 정부-서울시 분담율 갈등
30조원까지 키운 내년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에 따른 예산 분담비율을 놓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갈등을 빚고 있다. 다른 지자체에 비해 국비 지원비율이 적은 서울시는 정부의 결정이 부당하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9일 관련부처에 따르면 서울시는 최근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에 "내년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을 위한 국비를 추가로 지원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국비 지원율이 4%인 다른 지자체와는 달리 서울시는 그 절반인 2%에 불과하다"며 "코로나19라는 전국적 재난상황에서 특정 자치단체에 대한 지원률을 낮추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지역사랑상품권은 각 지역의 소비 촉진과 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도입된 지역화폐다. 최대 10% 할인된 가격으로 발행하며 정부는 할인율 3~8%에 해당하는 금액을 국비로 지원해 왔다. 나머지 할인에 대해선 각 지자체가 예산을 투입하는 구조다.

국회는 내년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규모를 당초 계획한 6조원의 5배인 30조원으로 대폭 키웠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강하게 밀어붙인 영향이다. 대신 정부는 국비지원률을 올해보다 낮은 4%로 하되, 재정자립도가 높은 서울시와 화성시,성남시,수원시 등 4개 불교부단체(지방교부세를 지원받지 않는 지자체)에는 2%만 지원키로 했다.

코로나19로 재정상황이 빠듯한 지자체들은 볼 멘 소리를 내고 있다. 지자체 관계자는 "발행규모는 늘리면서 국비지원은 줄어들면 지방재정에 부담이 급격히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서울시는 재무건전성이 악화하면서 행정안전부의 기준인 '재정 주의' 단체로 지정될 위기에 놓여있어 추가적인 재정투입이 부담스러운 상황이어서다. 서울시의 예산대비 채무비율은 2012년 12.07%에서 올해 9월 기준 21.92%까지 치솟았다. 내년 발행규모를 1조원 가량 잡고 있는 서울시는 국비 지원율에 따라 시의 추가 부담이 200억원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는 또 정부가 지역사랑상품권 할인율 10%를 고정한데 대해서도 반대의견을 나타내고 있다. 한정된 재원 내에서 보다 많은 서울시민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할인율을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이 같은 서울시의 의견에 대해 중앙정부 내에서도 부처별 온도차가 다른 것으로 전해졌다. 행안부는 "추가 협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인 반면 기재부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겠다"며 강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올해는 코로나19라는 한시적 이유로 국비지원을 확대했던 것이니 만큼 재정여력이 되는 지자체에는 지원비율을 줄이는 것이 맞다"며 "소비자 후생을 감안하면 할인율 10%도 변경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