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EP SLEEP…꿀잼 인생, 꿀잠에서 시작된다
정보기술(IT) 업체 신입사원인 정모씨(27)는 최근 300만원이 넘는 시몬스 침대 매트리스를 구매했다. 겨울을 맞아 고급호텔에서나 볼 수 있는 거위털 이불도 40만원을 들여 새로 샀다. 퇴근 후 자신이 좋아하는 사봉 입욕제로 목욕한 뒤 아로마 향초를 은은하게 켜놓고 잠에 드는 게 하루 중 유일한 ‘힐링타임’이다.

정씨는 “사회초년생에게 큰돈이지만 매일 자는 잠에 이만큼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렇게 저녁을 보내면 다음날 더 활력이 생기고 일에 집중할 수 있다”고 했다.

사람은 일생의 3분의 1을 잠을 자며 보낸다. 80세까지 산다고 하면 평생 23만3600시간을 잠들어 있는 셈이다. 이 시간 동안 사람은 신체적·정신적 피로를 풀고, 새로운 하루를 보낼 에너지를 얻는다. 흔히 ‘꿈을 꾸는 단계’로 알려진 렘수면을 통해 기억력을 활성화하고, 호르몬 균형이 맞춰지며 비만·당뇨 등 각종 질환도 예방할 수 있다. 왕성한 사회 활동과 성공을 위해서라도 ‘꿀잠’은 필수다.

반대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면 ‘만병의 근원’이 된다. 만성피로는 물론 우울증·불안·치매·심혈관질환 등 각종 질병을 일으킨다. 하루 5시간을 채 자지 못하는 사람은 적정 수면시간(7~9시간)을 지키는 사람에 비해 사망률이 21%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불면증, 수면 무호흡증, 코골이 등 수면장애로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하는 환자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불면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만 63만5265명이다. 2015년 51만3748명에서 매년 늘어나고 있다.

수면의 중요성이 주목받으면서 ‘제대로 자기 위해’ 지갑을 여는 사람도 늘고 있다. 스타트업 몽가타가 개발한 ‘흔들리는 침대’는 가격이 개당 600만원에 달하지만, 출시 전 이미 상당수가 예약 판매됐다. 숙면을 돕기 위한 토퍼, 베개, 조명 등을 개발하는 업체도 늘면서 수면산업 규모는 2011년 4800억원에서 지난해 3조원으로 성장했다.

정기영 대한수면학회장은 “잠은 마치 ‘공기’와도 같아서 평소에는 그 중요성을 깨닫지 못하다가 스트레스 등으로 제대로 자지 못할 때야 알게 된다”며 “일상이라고 해서 가볍게 생각하지 말고 충분히 관리하고, 투자해야 수면 건강을 지킬 수 있다”고 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