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품은 천장, 공중에 뜬 청자…LEEUM, 공간마저 작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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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사랑한 미술관 - 리움
삼성미술관 리움은 2004년 서울 한남동에 개관한 이후
명실상부 한국 미술의 중심지이자 ‘한국 미술의 얼굴’이었다.
2017년 리움의 돌연 휴관에 미술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그러던 지난 10월 리움이 4년6개월 만에 다시 문을 열었다.
매일 밤 12시마다 인터넷에선 1분도 안 돼 표가 매진된다.
오랜 침묵을 깨고 돌아온 리움의 이모저모를 살펴본다.
삼성家 예술사랑 깃든 리움…‘시즌 2’ 개막
리움은 예술에 대한 삼성가(家)의 애정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곳이다. 이름부터 ‘이(Lee)’와 미술관(museum)의 ‘움(um)’을 조합해 지었다. 리움 운영은 삼성문화재단이 담당한다. 고(故) 이병철 삼성 회장이 기증한 컬렉션을 기반으로 재단이 1982년 세운 게 경기 용인의 호암미술관이고, 여기에서 쌓은 노하우에 이건희 회장과 부인 홍라희 여사(전 리움 관장)의 컬렉션이 더해져 리움이 탄생했다.이번 재개관은 2018년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 홍 전 관장에 이어 리움 운영위원장을 맡은 이후 첫 행보다. 공간 리모델링부터 조직 구성까지 전면적인 쇄신을 단행해 ‘리움 시즌2’로 새출발하는 신호탄을 쐈다는 게 미술계의 평가다.
새롭게 탈바꿈한 리움은 디자이너 출신인 정구호 전 삼성물산 고문의 지휘 아래 로비부터 작품이 됐다. 투명한 안내데스크 안에 이배의 작품 ‘불로부터’가 설치된 게 대표적이다. 240여 개 숯이 동원된 이배의 작품 앞에서 입장 채비를 하는 경험이 각별하다. 천장을 올려다보면 창문과 특수필름을 통해 오색찬란한 빛의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김수자의 설치작품 ‘호흡’을 감상할 수 있다. 미디어아트 작품 상영을 위해 새로 설치한 ‘미디어 월’은 462인치 크기, 5000만 화소 이상 해상도를 자랑한다.
‘생애 처음 시작하는 컬렉션’을 콘셉트로 내건 뮤지엄숍도 여느 기념품점과는 차원을 달리한다. 작품을 소장하는 경험을 해보고 싶은 MZ세대를 겨냥해 공예 작가 6인과 협업해 내놓은 한정판 목제 ‘미니어처 가구’ 시리즈는 가격이 수십만~수백만원에 달하는데도 반응이 뜨겁다. 가수 지드래곤과 블랙핑크의 로제도 이곳에서 여러 상품을 구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상설전 상시 무료…말로만 듣던 작품들 한눈에
리움은 재개관을 계기로 상설전을 상시 무료 체제로 전환했다. 기획전은 올해 말까지 무료로 열고 있다. 이건희 회장 유족이 미술품을 국가에 기증한 뜻을 이어가기 위해서다. 휴관 전에는 입장료 1만원을 받았다.재개관 기념 기획전 ‘인간, 일곱 개의 질문’에서는 스위스 거장 알베르토 자코메티(1901~1966)의 걸작 ‘거대한 여인Ⅲ’, 영국의 거장 앤서니 곰리(71)의 ‘표현’ 등 현대미술 작품 13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하나하나가 다른 미술관의 전시 대표작으로 손색이 없는 걸작들이다. 전시는 다음달 2일까지.
새로 열린 한국 고미술 상설전에서는 리움에서 공개된 적이 없는 작품이 눈에 띈다. 단원 김홍도의 대표작 ‘군선도’, 화려한 청자 주전자인 ‘청자동채 연화문 표형 주자’ 등 국보들이 대표적이다. ‘이건희 컬렉션’ 기증으로 리움을 대표하는 소장품이 여럿 빠졌지만 질박한 아름다움을 지닌 유물이 즐비해 결코 초라하지 않다. 현대미술 상설전에서는 살바도르 달리의 ‘우주 코끼리’,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회색 거울’ 등을 만날 수 있다. 출품작 절반 이상이 리움에서 처음 공개되는 작품이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