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면세점업계 양대 주자인 롯데와 신라의 상반된 해외 전략이 눈길을 끈다. 두 회사는 ‘위드 코로나’에 대비해 그간 해외 네트워크를 정비해왔다. 세계 2위인 롯데면세점은 동남아시아, 호주 등지에 새 거점을 마련하며 해외망 다각화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반면 세계 3위 신라면세점은 중국 국가면세지구 하이난에 뛰어들었다. 중국인 관광객(유커) 선호 지역의 거점을 늘려가는 롯데와 중국 안방 고객을 잡겠다는 신라의 전략이 대비된다.

거점 늘리는 롯데, 中 본토로 간 신라

롯데면세점은 최근 ‘해외 사업 확장 프로젝트’에 재시동을 걸었다. 우선 올 들어 일본 간사이국제공항에 티파니앤코 등 럭셔리 매장 다섯 곳을 열었다. 싱가포르 창이공항점의 개장 준비에도 착수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6월 8700㎡(2600평 규모)의 창이공항점을 열 계획이었지만 코로나19로 일부 매장만 임시로 열었다. 내년까지 모든 매장을 여는 정상 영업을 통해 연 매출 5000억원을 목표하고 있다.

해외 시내면세점도 내년에 세 곳을 새로 연다. 베트남 다낭·하노이와 호주 시드니점이다. 하노이시내점은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해 12월 출점을 결정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팬데믹 완화 시점에 맞춰 해외 신규점을 열겠다는 전략”이라며 “지난해는 실적 방어에 집중했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이후 여행 수요가 살아날 때를 선제적으로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면세점은 세계 면세시장 ‘큰손’인 유커의 여행지에 고루 진출하고 있다. 현재 미국 괌과 일본, 싱가포르와 베트남, 호주 및 뉴질랜드 등 총 6개국에 11개 지점을 두고 있다. 북미와 동남아·동북아, 오세아니아 등에 분포돼 있지만 면세점 시장이 크고 유커 선호 지역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신라면세점은 중국 내수시장 공략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 7월 중국 하이난성 하이요우면세점(HTDF)과 손잡은 것이 대표적이다. 신라면세점은 내년 합작사(조인트벤처)를 설립하고 상품 조달 및 공동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국내 면세점 중 가장 먼저 하이난에 입성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 하이커우세관에 따르면 하이난의 지난해 면세 판매 규모는 274억8000만위안(약 5조945억원)을 기록했다.

기존 해외 점포도 중화권과 동남아에 집중돼 있다. 신라면세점은 마카오 국제공항과 홍콩 첵랍콕 국제공항, 싱가포르 창이공항에 공항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다. 시내면세점은 태국 푸껫 한 곳이다. 마카오 공항은 코로나19 이전 기준 중국계 이용객 비중이 80%에 육박한다.

“보따리상 의존 낮춰야 경쟁력 유지”

롯데와 신라면세점의 해외사업 전략은 방법은 달라도 목적은 같다. 중국인 여행객 확보다. 중국인의 관광소비는 압도적인 세계 1위다. 세계관광기구(UNWTO)에 따르면 2019년 중국인들은 관광 지출에 2546억달러(약 300조원)를 썼다. 한국 면세점의 주 타깃은 이들과 한국인 해외여행객, 한국에서 면세품을 사 중국에 파는 보따리상으로 크게 구분됐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여행객이 사라지자 보따리상들이 국내 면세점의 유일한 고객이 됐다. 실적을 방어하려는 면세점들이 보따리상 유치 경쟁을 벌이면서 수익성이 악화됐다. 롯데면세점은 3분기 2조5652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영업적자(253억원)를 냈다. 신라면세점은 매출 8576억원에 2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 2.3% 수준이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보따리상의 협상력이 높아져 매출이 커도 이익을 낼 수 없는 상황”이라며 “면세점들의 실질적인 영업이익률은 0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면세점업계 관계자는 “보따리상 중심 매출 구조가 고착화되면 한국 면세점의 입점 매력도가 떨어질 수 있다”며 “위드 코로나를 대비하든 내수를 공략하든 반드시 중국인 개인 관광객을 끌어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