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우리가 알던 노인은 이제 없다…'영 올드'를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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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대한민국이 열광할 시니어 트렌드
고려대학교 고령사회연구센터 지음
비즈니스북스 / 348쪽│1만8000원
고령화사회, 어떻게 대처할까
병들고 나약하다는 고정관념 대신
힘·재력·권력 쥔 새로운 노년층 탄생
경제력 지닌 젊은 노인들 공략해야
커져가는 노년 시장 선점할 수 있어
고려대학교 고령사회연구센터 지음
비즈니스북스 / 348쪽│1만8000원
고령화사회, 어떻게 대처할까
병들고 나약하다는 고정관념 대신
힘·재력·권력 쥔 새로운 노년층 탄생
경제력 지닌 젊은 노인들 공략해야
커져가는 노년 시장 선점할 수 있어
어느 때부터인가 주변 풍경이 급속히 회백색으로 바뀌었다. 청년은 사라지고, 중년은 흔해지고, 노년은 폭증했다. 저출산·고령화가 가속화한 영향이다. 베이비붐 세대부터 X세대(1970년대생), MZ세대(1980~2000년대생), 알파세대(2010년 이후 태생)까지 서로 다른 개성의 여러 세대가 공존하는 인류 사상 초유의 경험도 하고 있다. 하지만 급격한 변화를 맞아 사회는 제대로 대처하기는커녕 우왕좌왕하기만 할 뿐이다. 다시는 오지 않을 ‘오늘’만 속절없이 지나간다. 인생은 더 짧게만 느껴진다.
《2022 대한민국이 열광할 시니어 트렌드》는 어느덧 주변에서 깊숙하게 진행된 고령화사회에 어떻게 대응해 나갈지를 조언하는 ‘안내도’와 같은 책이다. 고려대 고령사회연구센터 소속 한·중·일 학자들이 한국과 미국, 일본, 중국 등에서 진행되고 있는 고령화 현상을 진단하고 국가별 대처 상황을 살폈다. 비즈니스, 주거, 건강, 취미, 일자리, 인간관계 등에서 시니어가 연관된 전 분야를 다룬다.
고령화를 둘러싼 각종 데이터는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역사상 처음으로 노인이 아이보다 흔한 세상이 됐다. 2030년이 되면 일본 인구의 38%를 60세 이상이 차지할 전망이다. 독일(34%)과 영국(28%), 미국(26%)의 내일도 별반 다를 게 없다. 중국에선 매일 5만4000명이 60세 생일을 맞는다. 세계적으론 매일 21만 명이 노인 문턱을 넘고 있다. 자연스레 노욕(老慾)과 노추(老醜), 노망(老妄)과 같은 나이듦의 부정적인 측면을 마주하는 것에 대한 우려와 공포도 커진다.
하지만 오늘날 맞닥뜨리는 노인은 예전의 노인이 아니다. 수가 많을 뿐 아니라 힘과 권력도 쥐고 있다. 병들고, 힘없고, 나약하고, 무능하며 답답하고 굼뜬 부적응자라는 고정관념과는 거리가 멀다. 은퇴와 함께 노인 행세 하는 사람도 찾아보기 힘들게 된 지 오래다.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2019년 매출 기준 상위 1000개 상장기업의 최고경영자(CEO) 1328명 중 가장 많은 나이는 1958년생(93명·7.0%)이었다. 2018년 정년퇴직을 시작한 ‘58년 개띠’가 여전히 왕성하게 현역으로 활동 중이다.
이처럼 경제력을 지닌 젊은 노인을 지칭하는 ‘욜드(영 올드)’는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공략 대상이다. 통계청의 2020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연령대별로 60세 이상은 순자산(3억7422만원)을 50대(4억987만원) 다음으로 많이 보유하고 있다. 인터넷 사용에도 능숙해 전 연령층 중 유튜브 이용 비율이 가장 높고 사용 시간은 가장 길다. 페이스북도 순식간에 ‘노인들의 놀이터’로 만들었다.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소비자층도 MZ세대가 아니라 60세 이상 노년층이다. “고령화는 기업에 축복”(포브스)이라는 표현은 결코 빈말이 아니다.
하지만 사회는 여전히 이들 ‘힘센’ 노인의 비위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 노인용 상품이라고는 보행기, 다목적 지팡이, 성인용 기저귀 같은 천편일률적이고 허접한 제품만 내밀 뿐이다. 노인의 욕망이 생존, 건강, 안전 등 기초적인 것에만 국한됐다는 선입견 탓에 노인을 독립적인 인간이나 소비자로 존중하지 않은 결과다. 노인도 노인 취급받기 싫어한다는 사실을 간과하자 그들은 지갑을 닫았다.
이처럼 부족한 점이 많지만 노인을 겨냥한 상품은 빠르게 늘고, 시장은 하루가 다르게 커지고 있다. 미국과 일본, 중국의 인터넷 서비스 업체와 플랫폼들은 큰 투자나 전략 선회 없이도 시니어를 배려한 변형 서비스로 신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보험업계는 유병자 보험이나 치매 보험 같은 ‘시니어 시장’을 겨냥해 승부수를 던졌다. 노년 운동 인구가 증가하면서 걷기 자격증이나 자연휴양림 등 관련 분야에서 새로운 일자리도 창출되고 있다. 글쓰기와 여행 등 시니어 여가활동을 노린 상품 역시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노인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이에 발맞춘 고령화 유망산업이 부상하고 있다. 가구주가 65세 이상인 노인 가구가 445만8000가구(2019년 통계청 기준)로 전체의 21.3%에 이른 상황이다. 이를 반영하듯 보안업체와 소형가전 시장은 확대일로에 있다. 스마트홈과 웨어러블 기기 보급 성장세도 눈부시다. 노인을 겨냥한 도시락과 같은 시니어 푸드 시장은 2011년 5104억원 규모에서 2020년 2조원대로 커졌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된 만큼, 그 그림자는 사회 곳곳에 짙게 드리웠다. 하지만 국가와 사회가 손을 놓은 채 같이 늙어갈 수만은 없다. 다행히도 오늘날 노인은 사회 구석에서 국가의 도움이나 바라며 나약하게 늙어가는 존재가 아니다. 기업들도 바뀐 환경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고 있다. 이들 모두가 “나이는 그저 숫자에 불과하다”고 외치고 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
《2022 대한민국이 열광할 시니어 트렌드》는 어느덧 주변에서 깊숙하게 진행된 고령화사회에 어떻게 대응해 나갈지를 조언하는 ‘안내도’와 같은 책이다. 고려대 고령사회연구센터 소속 한·중·일 학자들이 한국과 미국, 일본, 중국 등에서 진행되고 있는 고령화 현상을 진단하고 국가별 대처 상황을 살폈다. 비즈니스, 주거, 건강, 취미, 일자리, 인간관계 등에서 시니어가 연관된 전 분야를 다룬다.
고령화를 둘러싼 각종 데이터는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역사상 처음으로 노인이 아이보다 흔한 세상이 됐다. 2030년이 되면 일본 인구의 38%를 60세 이상이 차지할 전망이다. 독일(34%)과 영국(28%), 미국(26%)의 내일도 별반 다를 게 없다. 중국에선 매일 5만4000명이 60세 생일을 맞는다. 세계적으론 매일 21만 명이 노인 문턱을 넘고 있다. 자연스레 노욕(老慾)과 노추(老醜), 노망(老妄)과 같은 나이듦의 부정적인 측면을 마주하는 것에 대한 우려와 공포도 커진다.
하지만 오늘날 맞닥뜨리는 노인은 예전의 노인이 아니다. 수가 많을 뿐 아니라 힘과 권력도 쥐고 있다. 병들고, 힘없고, 나약하고, 무능하며 답답하고 굼뜬 부적응자라는 고정관념과는 거리가 멀다. 은퇴와 함께 노인 행세 하는 사람도 찾아보기 힘들게 된 지 오래다.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2019년 매출 기준 상위 1000개 상장기업의 최고경영자(CEO) 1328명 중 가장 많은 나이는 1958년생(93명·7.0%)이었다. 2018년 정년퇴직을 시작한 ‘58년 개띠’가 여전히 왕성하게 현역으로 활동 중이다.
이처럼 경제력을 지닌 젊은 노인을 지칭하는 ‘욜드(영 올드)’는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공략 대상이다. 통계청의 2020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연령대별로 60세 이상은 순자산(3억7422만원)을 50대(4억987만원) 다음으로 많이 보유하고 있다. 인터넷 사용에도 능숙해 전 연령층 중 유튜브 이용 비율이 가장 높고 사용 시간은 가장 길다. 페이스북도 순식간에 ‘노인들의 놀이터’로 만들었다.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소비자층도 MZ세대가 아니라 60세 이상 노년층이다. “고령화는 기업에 축복”(포브스)이라는 표현은 결코 빈말이 아니다.
하지만 사회는 여전히 이들 ‘힘센’ 노인의 비위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 노인용 상품이라고는 보행기, 다목적 지팡이, 성인용 기저귀 같은 천편일률적이고 허접한 제품만 내밀 뿐이다. 노인의 욕망이 생존, 건강, 안전 등 기초적인 것에만 국한됐다는 선입견 탓에 노인을 독립적인 인간이나 소비자로 존중하지 않은 결과다. 노인도 노인 취급받기 싫어한다는 사실을 간과하자 그들은 지갑을 닫았다.
이처럼 부족한 점이 많지만 노인을 겨냥한 상품은 빠르게 늘고, 시장은 하루가 다르게 커지고 있다. 미국과 일본, 중국의 인터넷 서비스 업체와 플랫폼들은 큰 투자나 전략 선회 없이도 시니어를 배려한 변형 서비스로 신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보험업계는 유병자 보험이나 치매 보험 같은 ‘시니어 시장’을 겨냥해 승부수를 던졌다. 노년 운동 인구가 증가하면서 걷기 자격증이나 자연휴양림 등 관련 분야에서 새로운 일자리도 창출되고 있다. 글쓰기와 여행 등 시니어 여가활동을 노린 상품 역시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노인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이에 발맞춘 고령화 유망산업이 부상하고 있다. 가구주가 65세 이상인 노인 가구가 445만8000가구(2019년 통계청 기준)로 전체의 21.3%에 이른 상황이다. 이를 반영하듯 보안업체와 소형가전 시장은 확대일로에 있다. 스마트홈과 웨어러블 기기 보급 성장세도 눈부시다. 노인을 겨냥한 도시락과 같은 시니어 푸드 시장은 2011년 5104억원 규모에서 2020년 2조원대로 커졌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된 만큼, 그 그림자는 사회 곳곳에 짙게 드리웠다. 하지만 국가와 사회가 손을 놓은 채 같이 늙어갈 수만은 없다. 다행히도 오늘날 노인은 사회 구석에서 국가의 도움이나 바라며 나약하게 늙어가는 존재가 아니다. 기업들도 바뀐 환경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고 있다. 이들 모두가 “나이는 그저 숫자에 불과하다”고 외치고 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