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프로그램 ‘골목식당’을 보면 좋은 재료와 정성으로 음식을 만들었는데 영업이 잘 안 되는 경우가 많다. 프로그램을 이끄는 백종원 씨는 이때 손님이 원하는 것과 그 식당을 찾는 이유는 무엇인지, 그리고 음식 주문 후 얼마나 기다릴 의향이 있는지를 질문한다.

이 질문은 경영자에게도 필요하다. 일부 경영자는 자신이 공급한 상품이 팔리지 않으면 소비자가 상품의 가치를 몰라보는 것이라고 변명한다. 이것이 공급자 마인드다. 이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경영학의 가치제안(value proposition)이 필요하다. 즉 소비자가 이 상품을 왜 사는지, 이를 통해 얻으려는 것은 무엇인지, 우리는 그 니즈에 맞는 상품을 제공하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쉬운 일은 아니다. 소비자의 요구는 수시로 변화하고 알아내기 힘들다. 이 때문에 소비자 조사를 거친 결과가 반영될수록 좋은 상품이다.

카카오뱅크에서 고객 서비스를 준비할 때 놀라운 일이 있었다. 소비자 조사를 한 뒤 그 결과를 공유할 때였다. 통상적으로는 대표, 기획·상품 등을 담당하는 관계자와 소비자 조사를 한 마케팅 담당자들만 참석한다. 그러나 당시 거의 200명에 가까운 전 직원이 참여했다. 모든 구성원이 소비자의 요구를 알고자 했고, 자신의 상품에 무엇을 반영해야 하는지 같이 고민했다. 소비자의 요구에 민감하게 반응해 그에 걸맞은 상품을 내놓기 위함이었다. 인원이 적은 조직이기에 가능한 일로 보일지 모르겠다. 큰 조직일지라도 원활히 소통되는 문화를 조성하면 된다.

경제정책도 같은 원리가 적용된다. “정책의 목표가 국민의 니즈에 부합하는 것일까” 하는 질문이 필요하다. 정책 목표가 국민의 니즈와 다르면 결과는 뻔하다. 시장은 정책 목표와 달리 반응할 것이다. 시장을 정확히 파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탁상공론이다. 현장의 다양한 소리를 듣고 그 이유가 무엇인지 살펴봐야 한다. 직접 체험하는 것도 필요하다. 카카오뱅크에서 어떤 상품을 앱으로 구현할 때 대표이던 나도 직접 써보고 궁금한 것, 이상한 것을 피드백했다. 사소한 부분일지라도 나 역시 대부분의 소비자와 같이 정보기술(IT)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그 의견을 반영한 것이 오히려 앱의 완결성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정부가 발표하는 각종 자료의 데이터에도 공급자 마인드가 작용한다. 디지털 대전환이 화두로 등장하며 데이터가 중요해졌다. 그럼에도 여전히 원자료가 아니라 그래프로 가공돼 발표된다. 자신들이 원하는 것만 보여주고자 하는 행위다. 다양한 사람이 다른 각도에서 분석할 수 있도록 ‘기계가 읽을 수 있는’ 데이터를 제공해야 한다.

바야흐로 대선의 계절이다. 각 후보가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과연 국민의 니즈에 부합하는지 되새겨 봐야 한다. 공급자 마인드를 버리고 국민의 요구를 잘 이해하고 있는지 스스로 물어본다. 좋은 질문을 하면 답은 이미 마련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