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신종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에 감염된 미국 환자 4명 중 3명이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뒤 돌파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증상은 심하지 않았다.

로셸 월렌스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센터장은 8일(현지시간)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19개 주에서 43명의 오미크론 감염자가 보고됐다”고 밝혔다. 감염자 3분의 1은 부스터샷(추가 접종)까지 했다. 백신을 맞거나 코로나19에 감염돼 생긴 면역을 오미크론 변이가 회피할 수 있다는 기존 가설이 다시 한번 입증됐다.

환자가 주로 호소한 증상은 기침 충혈 피로감 등이다. 한 명이 입원 치료를 받고 있지만 사망자는 나오지 않았다. 남아프리카공화국과 함께 오미크론 변이 유행 국가로 꼽히는 보츠와나에서도 중환자실 치료가 필요한 환자는 한 명뿐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니시우라 히로시 일본 교토대 교수는 이날 오미크론의 감염재생산지수가 델타보다 최대 4.2배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감염재생산지수는 한 명의 환자가 추가 전파하는 환자 수다. 감염력을 판가름하는 지표다.

오미크론 변이가 백신 효과를 낮출 것이란 분석 결과도 나왔다.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는 이날 코로나19 백신을 두 번 맞은 뒤 오미크론 변이에 노출되면 중화항체 수치가 초기 바이러스 대비 25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3차 접종자는 중화항체 수치가 2차 접종자의 25배로 높아졌다.

싱가포르는 이날 코로나19 무료 치료 대상에서 백신 미접종자를 제외했다. 접종을 거부하면 확진 후 치료비를 환자가 내야 한다. 싱가포르의 코로나19 중환자 1인당 치료비는 1만8000달러(약 2115만원) 정도다. 영국도 대형 행사장에 백신 패스를 적용하고, 재택근무를 권고하는 등 방역 규제를 강화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다양한 유전자 돌연변이를 보유한 오미크론이 팬데믹 방향을 바꿀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백신 효과, 전파력 등이 달라지면 대응 방식도 변화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