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중국의 생산자물가가 급등하고 이것이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11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9%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고 9일 발표했다. 26년 만의 최고치였던 10월의 13.5%보다는 낮아졌지만 여전히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로이터통신이 집계한 시장 예상치 12.4%를 큰 폭으로 웃돌았다.

업종별로는 연료·동력이 43.8% 급등한 것을 비롯해 비철금속(24.7%) 화공원료(25.1%) 건축자재(14.8%) 등의 오름폭이 컸다. 국가통계국은 석탄 증산 명령과 원자재 매점매석 단속 등 가격 안정 정책으로 급등세가 다소나마 꺾인 데 의미를 부여했다.

중국의 PPI 상승률은 지난해 코로나19로 생산활동이 둔화하면서 1년 내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가 올 들어 플러스로 돌아섰다. 이후 국제 유가 상승, 중국 내 석탄 생산 감축, 홍수 등 이상기후가 겹치면서 5월부터 9% 이상의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소비자물가지수(CPI)도 오름세를 타고 있다. 지난달 CPI는 작년 11월보다 2.3% 올랐다. 지난해 8월(2.4%) 이후 1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시장 예상치 2.5%보다는 낮았지만 10월의 1.5%보다는 0.8%포인트 뛰었다. CPI 주요 항목 중에서도 국제 유가 상승이 반영된 교통연료비가 35.7% 올랐다. 식품류 중에선 이상기후와 물류 제한 등 여파로 채소류가 30.6% 급등했다.

둥리쥐안 국가통계국 통계사는 “계절적 요인과 비용 상승, 산발적 코로나19 확산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CPI가 올랐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선 생산자물가가 소비자물가로 본격 전이되기 시작하면서 경기 침체 속 물가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 당국이 경기부양책을 쓰기도, 금리 인상 등 긴축정책을 쓰기도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