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하는 왕릉뷰 아파트 사태…문화재위 또 '보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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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김포 장릉의 경관을 가려 일명 ‘왕릉뷰 아파트’로 불리는 인천 검단 신도시 아파트에 대해 문화재위원회가 또다시 '보류' 결정을 내렸다. 이 아파트에 대한 심의는 지난 8월 이후 이날까지 총 세 번 열렸는데, 모두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보류 결정이 내려졌다.
문화재청은 이날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문화재위원회 궁능문화재분과·세계유산분과 제3차 합동 회의에서 대방건설만을 대상으로 건설사 개선안과 문화재청이 마련한 시뮬레이션안 등에 대한 심의를 보류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현상변경은 문화재와 주변 환경의 현재 상태를 바꾸는 행위를 뜻하며, 문화재보호법은 국가지정문화재 현상변경을 문화재위원회가 심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문화재위는 대방건설에 2주 내로 개선안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혼유석(봉분앞에 놓는 장방형 돌)에서 높이 1.5m의 조망점을 기준으로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500m) 내에 기 건립된 건축물(삼성쉐르빌아파트)과 연결한 마루선(스카이라인) 밑으로 건축물 높이를 조정하는 안을 내놓으면 재심의하겠다는 것이다.
이날 회의는 대방건설과 함께 두 차례 심의를 받은 대광이엔씨(시공 대광건영)와 제이에스글로벌(시공 금성백조)이 전날 심의 절차에서 빠지면서 반쪽짜리 심의가 됐다. 두 회사는 공사 중단기간이 길어지고 문화재위원회가 건축물 일부 철거로 높이 낮추기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자 문화재위원회 심의 절차를 통해 실익을 거두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건설사가 이 사건을 법원으로 끌고가겠다는 입장인 만큼 앞선 공사 중지 명령건과 관련해 치열한 법정 공방이 이어질 전망이다.
세 건설사는 인조의 아버지인 추존왕 원종과 부인 인헌왕후가 묻힌 무덤인 김포 장릉 인근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에 아파트 44개 동을 세우고 있다. 그중 문화재청이 현상변경 심의 대상으로 판단한 건물은 19개 동이며, 법원 판단에 따라 대광이엔씨와 제이에스글로벌의 12개 동은 지난 9월 30일 공사가 중단됐다. 대방건설이 짓는 나머지 7개 동은 공사 중이다.
앞서 문화재청은 지난 10월 28일 제2차 문화재위원회 회의 이후 고층 아파트들이 김포 장릉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에 미칠 영향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시뮬레이션 방안을 검토했고, 건물을 일부 철거해 높이를 낮추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반면 건설사들은 건물 철거는 받아들일 수 없고, 나무를 심거나 아파트 외벽 색상과 디자인을 교체하는 내용의 개선안으로 허가를 내 달라고 요청했다. 문화재청은 "시뮬레이션 결과 나무를 심어 아파트를 가리는 내용의 방안은 최소 33m에서 최대 58m 높이의 수목이 필요해 현실적으로 어렵고, 위쪽 층을 일부 철거해도 전체 아파트 안전에는 무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문화재청은 "최근 유네스코가 조선왕릉의 경관 훼손 문제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고 정보를 요청하고 있다"며 "유네스코 권고사항에 따라 문화재 보존관리에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파트 건설을 원안대로 허용하면 김포 장릉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에서 탈락하고, 다른 조선왕릉도 일괄적으로 자격을 박탈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건설사와 입주예정자 등은 "죽은 조선 왕의 아버지 무덤 때문에 이미 지은 아파트를 허물고, 살아있는 국민 여럿이 피해를 봐야 하냐"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문화재청은 이날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문화재위원회 궁능문화재분과·세계유산분과 제3차 합동 회의에서 대방건설만을 대상으로 건설사 개선안과 문화재청이 마련한 시뮬레이션안 등에 대한 심의를 보류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현상변경은 문화재와 주변 환경의 현재 상태를 바꾸는 행위를 뜻하며, 문화재보호법은 국가지정문화재 현상변경을 문화재위원회가 심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문화재위는 대방건설에 2주 내로 개선안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혼유석(봉분앞에 놓는 장방형 돌)에서 높이 1.5m의 조망점을 기준으로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500m) 내에 기 건립된 건축물(삼성쉐르빌아파트)과 연결한 마루선(스카이라인) 밑으로 건축물 높이를 조정하는 안을 내놓으면 재심의하겠다는 것이다.
이날 회의는 대방건설과 함께 두 차례 심의를 받은 대광이엔씨(시공 대광건영)와 제이에스글로벌(시공 금성백조)이 전날 심의 절차에서 빠지면서 반쪽짜리 심의가 됐다. 두 회사는 공사 중단기간이 길어지고 문화재위원회가 건축물 일부 철거로 높이 낮추기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자 문화재위원회 심의 절차를 통해 실익을 거두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건설사가 이 사건을 법원으로 끌고가겠다는 입장인 만큼 앞선 공사 중지 명령건과 관련해 치열한 법정 공방이 이어질 전망이다.
세 건설사는 인조의 아버지인 추존왕 원종과 부인 인헌왕후가 묻힌 무덤인 김포 장릉 인근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에 아파트 44개 동을 세우고 있다. 그중 문화재청이 현상변경 심의 대상으로 판단한 건물은 19개 동이며, 법원 판단에 따라 대광이엔씨와 제이에스글로벌의 12개 동은 지난 9월 30일 공사가 중단됐다. 대방건설이 짓는 나머지 7개 동은 공사 중이다.
앞서 문화재청은 지난 10월 28일 제2차 문화재위원회 회의 이후 고층 아파트들이 김포 장릉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에 미칠 영향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시뮬레이션 방안을 검토했고, 건물을 일부 철거해 높이를 낮추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반면 건설사들은 건물 철거는 받아들일 수 없고, 나무를 심거나 아파트 외벽 색상과 디자인을 교체하는 내용의 개선안으로 허가를 내 달라고 요청했다. 문화재청은 "시뮬레이션 결과 나무를 심어 아파트를 가리는 내용의 방안은 최소 33m에서 최대 58m 높이의 수목이 필요해 현실적으로 어렵고, 위쪽 층을 일부 철거해도 전체 아파트 안전에는 무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문화재청은 "최근 유네스코가 조선왕릉의 경관 훼손 문제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고 정보를 요청하고 있다"며 "유네스코 권고사항에 따라 문화재 보존관리에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파트 건설을 원안대로 허용하면 김포 장릉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에서 탈락하고, 다른 조선왕릉도 일괄적으로 자격을 박탈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건설사와 입주예정자 등은 "죽은 조선 왕의 아버지 무덤 때문에 이미 지은 아파트를 허물고, 살아있는 국민 여럿이 피해를 봐야 하냐"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