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10일 단행하는 금융계열사 사장단 인사에서 생명·화재·증권·카드·자산운용 등 다섯 곳 가운데 두 곳의 최고 사령탑을 교체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영무 삼성화재 사장이 취임한 지 4년 만에 용퇴하고, 후임으로 홍원학 자동차보험본부장(부사장)이 사실상 내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자산운용 역시 심종극 대표가 일선에서 물러나고 차기 대표에 미국 골드만삭스 출신인 서봉균 삼성증권 세일즈앤트레이딩부문장(전무)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생명·증권·카드 등 3개 계열사에서는 현 대표가 그대로 유임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올해 삼성그룹 금융계열사 사장단 인사의 핵심은 삼성화재 사령탑 교체다. 2018년 3월 대표에 오른 최영무 사장은 올해 3월 연임하면서 3년9개월 가까이 회사를 이끌어왔다. 임기가 2년3개월 남아 있는 데다 회사가 올해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하면서 당초 유임 가능성도 점쳐졌지만 그룹 내 세대교체 바람 속에 후배들에게 기회를 열어주기 위해 용퇴를 결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임 사장으로 사실상 내정된 홍원학 부사장은 자동차보험본부를 이끌고 있다. 최 사장도 사장에 오르기 전 홍 부사장처럼 자동차보험본부장을 지냈다. 만 57세인 홍 부사장은 고려대 일어일문학과를 졸업하고 1990년 삼성생명에 입사해 삼성전자 경영전략팀 상무, 삼성생명 인사팀 상무·전무 등을 역임했다.

삼성화재와 마찬가지로 올해 최대 실적을 올린 삼성자산운용도 2020년 취임해 임기를 1년 남겨둔 심 대표가 나이(만 59세)를 감안해 후배에게 길을 터주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심 대표에 이은 차기 대표로는 서봉균 전무나 사재훈 삼성증권 채널영업부문장(부사장)이 거론되고 있으나 골드만삭스 출신으로 글로벌 경험이 많은 서 전무의 발탁이 더 유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카드에서는 현재 부사장 직급인 김대환 대표가 사장으로 승진하고, 전영묵 삼성생명 사장과 장석훈 삼성증권 사장은 그대로 유임될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초 올해 삼성그룹 금융계열사들의 실적이 전반적으로 좋았던 데다 임기가 남은 최고경영자(CEO)가 적지 않아 대부분 유임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그룹의 맏형인 삼성전자에서 파격적인 인사가 나오면서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며 “향후 후속 임원 인사에서도 대폭적인 물갈이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