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외화예금 1천200조원 육박…'1달러=6.3위안' 하회 압력에 당국 개입
헝다 충격에도 위안화 초강세…기록적 수출로 달러 넘쳐
헝다(恒大·에버그란데) 채무불이행(디폴트)이 현실화한 가운데 중국의 급속한 경기 둔화 우려도 커지고 있지만 작년 하반기부터 이어지고 있는 위안화 강세 현상이 누그러들지 않고 있다.

10일 경제 매체 차이신(財新) 등에 따르면 지난 8일 중국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장중 6.3456위안까지 내려가면서 위안화 가치가 2018년 5월 15일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이 내려가는 것은 상대적으로 위안화 가치가 오른 것을 의미한다.

이에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9일 밤 자국 내 금융기관의 외화예금 지급준비율을 기존의 7%에서 9%로 2%포인트 상향 조정한다고 발표하면서 위안화 추가 절상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인민민은행의 시장 개입에 10일 중국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이 6.38위안대까지 올라오면서 위안화 강세 흐름에 일단은 제동이 걸렸다.

인민은행은 이날 오전 기준 환율 성격의 중간 환율을 전날보다 0.0204위안(0.32%) 오른 달러당 6.3702위안으로 고시했다.

미즈호은행 외환 전략가인 켄 청은 로이터 통신에 "위안화 절상을 억제하려는 인민은행의 접근법이 강한 정책 신호를 보냈다"며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이 6.4위안 수준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홍콩국가보안법 강행을 앞두고 미국 트럼프 행정부와 중국이 정면 대결로 치닫던 작년 5월 시장이 마지노선으로 여기는 7위안을 넘어 고점을 찍고 나서 추세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그 이후로는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가 계속 오르고 있다는 얘기다.

올해 들어서만 위안화 가치는 2.6% 가까이 급등했다.

전문가들은 위안화 강세의 주된 원인으로 왕성한 수출에 따른 달러화 대거 유입을 꼽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속에서 세계에서 방역 용품과 전자제품, 생필품 등 각종 주문이 밀려들어 중국 제조업은 '코로나 특수'를 누리고 있다.

올해 1∼3분기 중국의 무역수지 흑자는 3천376억 달러(약 397조원)로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수출로 번 돈이 중국에 지속해 유입되면서 중국 금융기관 내 외화예금 잔액은 지난 4월 1조 달러(약 1천181조원)를 돌파한 뒤 줄곧 이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이 이번에 외화예금 지준율을 상향 조정한 것도 자국 내 풍부한 달러화 유동성을 줄임으로써 위안화 가치 상승 압력을 완화하기 위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연말 결산을 앞두고 기업들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달러를 위안화로 바꾸는 수요가 늘어난 것도 최근 중국 시장에서 가파른 위안화 평가절상 흐름을 자극하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눈길을 끄는 점은 헝다가 지난 3일 사실상 디폴트를 예고하면서 헝다 부채 위기가 표면화한 이후에도 위안화 강세 현상이 꺾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는 시장이 '예고된 위기'인 헝다 디폴트가 중국 경제에 끼칠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를 싣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 당국이 헝다 사태를 '개별 사건'으로 규정하고 자국 경제에 끼칠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메시지를 발신한 가운데 향후 당국의 실질적 주도로 헝다의 채무조정 및 구조조정이 '질서 있게' 진행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감도 커진 상황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최근 기사에서 "베이징은 충격 완화에 도움을 줬다"며 "잠재적 채무조정을 포함해 헝다의 미래에서 국가가 더 큰 역할을 차지할 것이라는 신호가 무질서한 붕괴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를 완화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중국 경제 둔화 우려도 커지는 가운데 중국 당국의 정책 방향 전환 시사도 시장 투자 심리 안정에 일정한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있다.

중국은 지난 6일 은행 지급준비율 인하를 단행해 1조2천억 위안(약 223조원)의 장기 유동성 공급에 나서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공산당 중앙정치국 회의를 통해 '안정'을 내년 경제 정책 최우선 목표로 제시하면서 자국 경제에 큰 부담이 된 부동산 규제 정책 완화를 예고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