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10일 이사회를 열어 지주사 체제 전환 안건을 의결했다. 포스코는 2000년 10월 민영화 이후 21년 만에 지주사 체제로 바뀌게 된다. 서울 대치동 포스코 사옥 앞을 시민이 걸어가고 있다.  /김병언  기자
포스코가 10일 이사회를 열어 지주사 체제 전환 안건을 의결했다. 포스코는 2000년 10월 민영화 이후 21년 만에 지주사 체제로 바뀌게 된다. 서울 대치동 포스코 사옥 앞을 시민이 걸어가고 있다. /김병언 기자
“철강을 넘어 전기차, 2차전지 소재, 수소 등 친환경 사업 선도기업으로 발돋움해야 한다.”

수소 등 미래산업 올인하는 포스코…"기업가치 3배로 높인다"
지난 4월 최정우 포스코 회장(사진)이 창립 53주년을 맞아 던진 메시지다. 8개월 만에 최 회장은 ‘지주사 전환’이라는 승부수를 띄웠다. 철강업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하던 신사업을 육성하고 2030년까지 기업가치를 3배 이상으로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가와 기존 주주를 설득해야 하는 과제가 변수로 남아 있다.

○포스코 물적 분할…철강 자회사는 ‘비상장’

포스코는 10일 이사회를 열어 지주회사 전환을 골자로 한 지배구조 개편안을 통과시켰다. 창사 이후 두 번째 지배구조 전환이다. 국영기업으로 출발한 포스코는 2000년 10월 민영화를 단행했다. 당시 정부가 보유한 지분을 완전 매각한 이후 포스코는 이렇다 할 대주주 없이 지금까지 분산된 지분구조를 유지했다. 올 3분기 기준 포스코 지분을 5% 이상 보유한 주주는 국민연금(9.75%)과 미국의 자산운용사 블랙록(5.23%) 정도다. 나머지는 모두 기관 및 개인, 외국인 투자자들이다.

포스코는 지주사(포스코홀딩스)를 상장사로 유지하고, 철강사업 회사를 100% 자회사에 비상장 상태로 유지하는 물적 분할 방식을 택했다. 회사를 쪼개더라도 ‘알짜’인 철강사업을 상장하지 않으면 해당 실적이 그대로 지주회사에 반영된다. 기존 주주들의 지분가치 희석에 대한 우려를 염두에 뒀다는 분석이다.
수소 등 미래산업 올인하는 포스코…"기업가치 3배로 높인다"
핵심 사업 재상장에 따른 기존 주주가치의 훼손을 막고 지주회사와 자회사 주주 간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결정이다. 철강사업과 마찬가지로 향후 신규 설립하는 법인도 상장하지 않을 방침이다.

일각에선 다른 대기업과 달리 지배주주가 없는 포스코의 지분구조를 고려하면 지주사와 자회사를 모두 상장하는 인적 분할 방식은 경영권 위협으로 부담이 컸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내년부터 지주사는 상장 자회사 지분을 30% 이상 보유해야 한다. 포스코의 자사주 비중이 13% 수준이어서 지분 17%를 더 확보하기에는 재원 조달 등이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수소·2차전지 등 신사업 확대

포스코홀딩스는 상장사인 포스코케미칼과 포스코인터내셔널, 포스코에너지 등을 거느리며 그룹 지배구조의 최상단에 자리잡는다. 단순히 자회사를 관리하는 차원에 그치지 않고 신기술 관련 투자사업, 시장조사 경영자문 및 컨설팅업,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전략 수립 등을 맡기로 했다.

포스코그룹은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계기로 2차전지 소재, 수소, 에너지, 건설·인프라, 식량 등 미래 신사업 발굴·육성을 한층 강화할 계획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신성장·친환경 투자 전문기업으로 지주사의 가치를 부각하기 위해 리튬과 니켈, 수소 사업은 자체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물적 분할은 철강사업과 신사업 양쪽에 ‘윈윈’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간 포스코에서 ‘비주류’로 분류되던 신사업이 성장하는 데 그룹 차원의 지원이 늘어날 수 있다. 철강 중심으로 짜인 사업 포트폴리오가 다양해지면서 그룹 전반적으로 탄소 리스크도 줄일 수 있다. 그동안 유망 신사업을 추진하면서도 철강 중심 기업이라는 인식이 강해 시장에서 신성장 사업에 대한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한계도 불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탄소중립 등 산업계 전반에 걸쳐 혁명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현 시점이 경영구조 재편에 최적기라는 이사회의 공감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지주사 체제 전환으로 그룹사 간 시너지를 높이고 신속한 의사결정도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내년 1월 28일로 예정된 주주총회의 벽은 남아 있다. 기업 분할 안건은 이사회 통과뿐 아니라 주총에서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과 출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한다.

남정민/황정환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