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퍼로 일어선 이브자리, 수면 날개 달고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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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CMO Insight 「케이스스터디」
국내 최초 이불에 지퍼 달며 ‘침구 혁신’
온·오프라인 연결하고 체험 마케팅 승부수
‘침구 넘어 수면’으로…또 한 차례 혁신
국내 최초 이불에 지퍼 달며 ‘침구 혁신’
온·오프라인 연결하고 체험 마케팅 승부수
‘침구 넘어 수면’으로…또 한 차례 혁신
따듯한 아랫목이 생각나는 때다. 온돌 문화권인 한국에서는 전통적으로 바닥에 요를 깔고 이불을 덮어 추위를 이겨냈다. 이불과 요를 비롯한 침구는 매일 빠짐없이 하루의 3분의1가량을 함께 하는 제품이다. 얼굴 등 사람 피부와 직접 맞닿는 몇 안 되는 제품이기도 하다. 사용하기 편리할 뿐 아니라 안전해야 하는 이유다.
더러워지거나 계절이 바뀌어 침구를 세탁하는 것은 20세기만 해도 엄청난 수고를 요하는 일이었다. 바닥에 침구를 펼쳐서 안감과 겉면을 분리한 후 겉면을 세탁한 다음 다시 안감과 겉면을 바느질로 이어줘야 했기 때문이다.
이런 번거로움은 1977년 들어 서서히 해결되기 시작했다.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에 위치한 이불 가게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요에 지퍼를 달면서부터다. 5명으로 시작한 이 이불 가게는 수십 년간 숱한 위기를 이겨내고 전국에 500개가 넘는 점포를 보유한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국내 침구 시장을 대표하는 기업 이브자리 얘기다.
이브자리는 국내 침구업계에서 ‘최초’ 타이틀을 가장 많이 갖고 있는 브랜드이기도 하다. 침구의 브랜드화, 대리점 체계 구축, 연구소 설립, 개인 맞춤형 수면 전문 브랜드 론칭 등 다양한 국내 최초 시도를 밑거름 삼아 지속 가능한 기업으로 성장했다.
상황 1 잦은 바느질 필요한 생필품
이브자리가 출범한 1970년대는 대부분 가정이 바닥에 요를 깔고 이불을 덮던 시절이다. 침구는 바닥에 까는 요, 몸을 덮기 위해 필요한 이불, 앉는 자리에 늘 깔아 두는 두툼하게 만든 보료 등으로 구성돼 있다.
아파트가 보편화되기 이전으로 일반 집은 벽돌을 쌓아 만들어 단열 능력이 완벽하지 않았고 겨울철에는 두꺼운 솜 이불이 요구됐다.
당시 이불의 안감으로 주로 사용되던 목화솜은 시간이 지나면 숨이 죽어서 납작하게 되는데 이때마다 사람들은 이불 홑청을 뜯어내 솜을 틀고 손수 바느질로 다시 꿰매어 쓰곤 했다. 요 커버를 세탁할 때에도 바느질이 필수였다.
건축학을 전공한 이브자리 창업주 고춘홍 대표는 발상의 전환으로 이런 불편함을 단번에 없앴다. 옷에 달린 지퍼에 착안해 창업 이듬해인 1977년 요 커버에 지퍼를 달아 바느질이 필요 없도록 했다.
확 바뀐 요는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고 요에 이어 이불로 지퍼를 확대했다. 단숨에 국내 침구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낸 이브자리는 지퍼 달린 침구에 ‘꽃사슴’이라는 브랜드를 붙여 국내에서 처음 침구의 브랜드화를 도모했다.
이브자리 관계자는 “브랜드 차별화를 위해 1986년 브랜드 이브자리를 추가로 론칭하고 국내 최초로 대리점 체제를 구축했다”며 “1호점 개설 4년 만인 1990년 500호 점을 돌파할 정도로 대리점 사업이 성장했다”고 돌아봤다.
이후 다른 침구들도 속속 브랜드화 대열에 동참하며 국내 침구 시장이 본격 성장하기 시작했다.
상황 2 오프라인 사업의 성장 정체
21세기 들어 소비 트렌드는 온라인 중심으로 한층 더 빠르게 재편되기 시작했다. 침구도 예외가 아니었다.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 대신 온라인을 통한 구매가 크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브자리는 전국 대리점과 연결되는 온라인몰을 선보이며 위기 타개에 나섰다. 2019년 론칭한 이브자리 공식 온라인몰인 ‘이브자리몰’은 온라인으로 주문하면 소비자와 가까운 매장을 연결해 그 매장 점주가 직접 배달하는 ‘매장 배송 서비스’가 특징이다.
이를 통해 대리점마다 신규 소비자가 활발하게 유입됐다. 이브자리는 이브자리몰 주문으로 인한 수익을 매장 점주가 가져갈 수 있도록 했다. 이브자리몰 판매 데이터도 실시간 공유했다. 덕분에 대리점별로 보다 정확한 타깃 분석 및 프로모션 등 마케팅이 가능해졌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체험 마케팅도 적극 도입했다. 수면 및 기능성 침구 관련 전문 교육을 이수한 수면 컨설턴트 ‘슬립 코디네이터’를 매장에 배치하고 145종의 베개와 이불 속통, 토퍼 등을 소비자가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침구는 높이, 형태, 경도 등을 직접 체험하고 개인에 맞는 제품을 사용하는 게 수면 건강에 좋다”며 “맞춤 기능성 침구류의 경우, 소비자의 직접 경험이 구매로 이어지는 비율이 높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온라인몰 성장세는 최근 들어 한층 가팔라졌다는 분석이다. 올해 3분기(누적) 이브자리의 온라인 전체 매출은 이브자리몰 론칭 전인 2년 전과 비교할 때 175% 성장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상황 3 경쟁 치열한 성숙기 시장
침구 업계는 성숙기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많다. 침구 시장 참가 기업 수는 늘어나고 있고 과거 침구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던 예단 수요는 줄어들고 있는 영향이 크다.
이브자리는 일찌감치 수면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았다. 2003년 업계 최초로 수면환경연구소와 디자인연구소를 설립한 이래 연구·개발(R&D)에 공을 들여왔다. 2014년엔 양질의 수면과 건강을 위한 서비스 제공에 초점을 둔 ‘개인 맞춤형 수면 전문 브랜드’ 슬립앤슬립도 론칭했다.
그렇게 준비해 온 수면 시장은 이제 황금기를 맞이하고 있다. 올해 기준 국내 수면 시장은 약 3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2012년 5000억원에서 6배로 커졌다. 침대 시장, 침구 시장, 수면 관련 의료기기 및 의약품 시장 등이 포함돼 있다.
수면 시장의 중심 축으로 급부상한 MZ(1980년~2000년대 출생)세대 잡기에도 열심이다. 수면 장애를 호소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배우 조인성에 이어 올해 2월 가수 아이유를 전속 모델로 발탁한 배경이기도 하다. ‘슬립앤슬립X아이유’ 협업 제품은 2030 젊은이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MZ세대를 겨냥해 매장을 연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근 신설한 대전 둔산점은 젊은층 유동인구가 많은 대전 탄방동 로데오 거리에 위치해 있다. MZ세대 취향을 반영해 수면 외 세탁, 휴식 등 공간도 갖췄다. 가상현실(VR) 기능을 접목해 디지털 공간에서도 제품과 체험존을 경험할 수 있다.
이브자리 관계자는 “침구 전문 기업에서 건강한 잠자리를 제공하고 라이프스타일까지 종합적으로 책임지는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브자리가 45년간 성장하며 ‘새로운 발상’을 앞세워 제공해온 서비스는 모두 이런 철학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때로는 소비자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 때로는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선보인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들의 공통분모다.
이브자리는 오래되고 친숙한 기업이라는 브랜드 이미지에서 한발 나아가 좋은 잠을 선물하는 기업으로 패러다임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국내 최초로 이불에 지퍼를 단 혁신처럼 앞으로도 다양한 최초 시도를 통해 침구 및 수면 산업의 선진화에 힘을 쏟는다는 각오다. 소위 ‘국민 이불’을 만드는 기업으로서 전국 대리점과 상생을 한층 강화하는 것은 물론이다.
이브자리 관계자는 “‘아름다운 침실과 건강한 생활 창조’라는 이브자리의 핵심 가치는 창업 때부터 지금까지 변함이 없다”며 “앞으로도 질 좋은 잠을 제공하기 위해 이브자리다운 새로운 시도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근 기자
□ 천성용 단국대 교수
우리가 특정 제품을 구매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중의 하나이다. 첫번째는 효용적 가치(utilitarian value), 즉 그 제품이 나에게 가장 큰 효용을 주기 때문이다. 두번째는 상징적 가치(symbolic value), 즉 소비 과정에서의 즐거움 혹은 자아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해서이다.
소비자들이 효용적 가치 때문에 제품을 구매하는 경우 제품을 물리적 속성의 집합으로 본다. 예를 들어, 컴퓨터를 구매할 때 CPU, 메모리 등 기능적 속성들에 집중하고, 종합적으로 나에게 가장 큰 효용을 주는 제품을 선택한다.
상징적 가치 때문에 제품을 구매하는 경우 제품을 사랑, 긍지, 지위, 기쁨 등을 표현하는 주관적 상징물로 본다. 예를 들어 샤넬 향수를 구매할 때 물리적 향도 중요하지만, 샤넬 브랜드의 이미지가 마음에 들고, 그것이 나의 자아 이미지를 강화해 주길 바란다.
물론 대부분의 소비자는 이 두 가지 가치를 함께 고려한다. 하지만, 제품에 따라, 혹은 소비자의 특성에 따라 어떤 것이 더 중요한지는 다르다.
사례에 소개된 이불 제품의 경우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효용적 가치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볼 수 있다. 보통 명품 의류, 골프 클럽 등 ‘공공장소에서 사용되는 사치품(Publicly consumed luxuries)’은 상징적 가치가 중요하지만, 이불, 칫솔과 같이 ‘개인적인 장소에서 사용되는 필수품(Privately consumed necessities)’은 효용적 가치가 중요하다. 내가 사용하는 이불을 남에게 보일 일은 거의 없기 때문에, 이불의 기능성, 사용 편리성, 피부 안정성이 더욱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이브자리 역시 지금까지 효용적 가치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성장해 왔다. 국내 최초로 요 커버에 지퍼를 달아 소비자의 불편함을 해결하였고, 최근에는 수면 컨설턴트, 수면환경연구소 등을 통해 양질의 수면과 건강 문제 해결에 집중하고 있다.
다만, 사례에 소개된 바와 같이 최근 수면 시장에 MZ 세대의 비중이 점차 증가하고 있음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과거 이불이 주로 어머니(구매자)가 가족(사용자)을 위해 구매하는 제품이었다면, 최근에는 1인 가구 등의 증가로 인해 사용자가 이불을 직접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이 중 MZ세대는 자아 이미지를 강화할 수 있는 브랜드라면 기꺼이 비싼 가격을 지불하기도 한다.
기성 세대 역시 최근 코로나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증가하면서 전반적으로 홈인테리어의 상징적 가치를 추구하는 경향이 증가하고 있다. 다시 말해 이제 이불을 평가하는 주요 가치가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
효용적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에게 상징적 가치를 강조해봤자 아무런 소용이 없다. 반대로 상징적 가치를 중요시하는 사람에게 효용적 가치를 강조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따라서 마케터는 우리의 타깃 고객이 어떤 가치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혹은 연령별, 지역별, 시대별로 우리 제품과 관련한 주요 가치가 어떻게 다른지 파악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 최현자 서울대 교수
어린 시절, 어머니께서 이불 세탁하던 때가 생각난다. 이불 홑청을 깨끗하게 빠신 뒤엔 항상 바느질을 하셨다. 손가락에 골무를 끼시고 한땀한땀 바느질하시는 어머니의 손길에 매직처럼 헌 이불은 새 이불로 변신을 했고 그 이불에서 났던 사각 사각하는 소리와 쾌적한 느낌은 잊을 수가 없이 생생하다.
어린 필자로선 어머니의 수고로움을 미처 깨닫지 못했지만 만일 나에게 그 수고로움을 감당하라고 한다면 해내지 못했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이브자리는 침구에 지퍼를 다는 아이디어 하나로 수많은 어머니들을 이불 홑청 바느질이라는 가사노동에서 해방시켰다. 그것 하나 만으로도 치하할 만한 일이다.
이브자리 덕분에 이불을 세탁하고 바느질을 해야 하는 수고로움에서 벗어난 지금 소비자들은 침구에 대해 무엇을 원하고 있을까?
아마 숙면을 취할 수 있게 해주는 침구를 첫 손가락에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건강을 위해 중요한 몇 가지를 꼽으라면 반드시 포함되는 양질의 수면에 도움을 주는 침구야말로 모든 소비자가 원하는 것이 아닐까.
이런 트렌드에 맞춰 이브자리는 개인 맞춤형 수면 전문 브랜드 슬립앤슬립을 론칭했다. 숙면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시기에 이러한 이브자리의 대응은 시의적절하다.
소비자가 침구에 대해 원하는 또 다른 것은 디자인과 기능이다. 침구는 오랜 시간 침대 위에 놓여 있으므로 디자인을 중요하게 여기는 소비자들이 많다. 기능도 중요하다. 따뜻하면서도 가벼워야 하고, 각종 오염에 강해야 하며, 쉽게 세탁하고 건조시킬 수 있어야 한다.
케이스스터디 기사에 따르면, 이브자리는 오래되고 친숙한 기업이라는 브랜드 이미지에서 한발 나아가 좋은 잠을 선물하는 기업으로 패러다임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양질의 수면을 원하는 소비자들이 많아 수면에 집중하는 전략은 적절하다. 그러나 침구의 디자인과 기능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아름다움에 대한 기준은 늘 변화하는 것이기에 아름다운 침실을 만들어 주기 위한 이브자리의 노력이 계속되기를 바란다.
‘아름다운 침실과 건강한 생활창조’를 위한 이브자리의 또 다른 혁신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 디자인과 기능에 그 답이 있을 것이다.마케터를 위한 지식·정보 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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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러워지거나 계절이 바뀌어 침구를 세탁하는 것은 20세기만 해도 엄청난 수고를 요하는 일이었다. 바닥에 침구를 펼쳐서 안감과 겉면을 분리한 후 겉면을 세탁한 다음 다시 안감과 겉면을 바느질로 이어줘야 했기 때문이다.
이런 번거로움은 1977년 들어 서서히 해결되기 시작했다.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에 위치한 이불 가게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요에 지퍼를 달면서부터다. 5명으로 시작한 이 이불 가게는 수십 년간 숱한 위기를 이겨내고 전국에 500개가 넘는 점포를 보유한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국내 침구 시장을 대표하는 기업 이브자리 얘기다.
이브자리는 국내 침구업계에서 ‘최초’ 타이틀을 가장 많이 갖고 있는 브랜드이기도 하다. 침구의 브랜드화, 대리점 체계 구축, 연구소 설립, 개인 맞춤형 수면 전문 브랜드 론칭 등 다양한 국내 최초 시도를 밑거름 삼아 지속 가능한 기업으로 성장했다.
상황 1 잦은 바느질 필요한 생필품
도전 1 국내 최초 침구에 지퍼 달아
이브자리가 출범한 1970년대는 대부분 가정이 바닥에 요를 깔고 이불을 덮던 시절이다. 침구는 바닥에 까는 요, 몸을 덮기 위해 필요한 이불, 앉는 자리에 늘 깔아 두는 두툼하게 만든 보료 등으로 구성돼 있다. 아파트가 보편화되기 이전으로 일반 집은 벽돌을 쌓아 만들어 단열 능력이 완벽하지 않았고 겨울철에는 두꺼운 솜 이불이 요구됐다.
당시 이불의 안감으로 주로 사용되던 목화솜은 시간이 지나면 숨이 죽어서 납작하게 되는데 이때마다 사람들은 이불 홑청을 뜯어내 솜을 틀고 손수 바느질로 다시 꿰매어 쓰곤 했다. 요 커버를 세탁할 때에도 바느질이 필수였다.
건축학을 전공한 이브자리 창업주 고춘홍 대표는 발상의 전환으로 이런 불편함을 단번에 없앴다. 옷에 달린 지퍼에 착안해 창업 이듬해인 1977년 요 커버에 지퍼를 달아 바느질이 필요 없도록 했다.
확 바뀐 요는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고 요에 이어 이불로 지퍼를 확대했다. 단숨에 국내 침구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낸 이브자리는 지퍼 달린 침구에 ‘꽃사슴’이라는 브랜드를 붙여 국내에서 처음 침구의 브랜드화를 도모했다.
이브자리 관계자는 “브랜드 차별화를 위해 1986년 브랜드 이브자리를 추가로 론칭하고 국내 최초로 대리점 체제를 구축했다”며 “1호점 개설 4년 만인 1990년 500호 점을 돌파할 정도로 대리점 사업이 성장했다”고 돌아봤다.
이후 다른 침구들도 속속 브랜드화 대열에 동참하며 국내 침구 시장이 본격 성장하기 시작했다.
상황 2 오프라인 사업의 성장 정체
도전 2 온·오프라인 연결
21세기 들어 소비 트렌드는 온라인 중심으로 한층 더 빠르게 재편되기 시작했다. 침구도 예외가 아니었다.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 대신 온라인을 통한 구매가 크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브자리는 전국 대리점과 연결되는 온라인몰을 선보이며 위기 타개에 나섰다. 2019년 론칭한 이브자리 공식 온라인몰인 ‘이브자리몰’은 온라인으로 주문하면 소비자와 가까운 매장을 연결해 그 매장 점주가 직접 배달하는 ‘매장 배송 서비스’가 특징이다.
이를 통해 대리점마다 신규 소비자가 활발하게 유입됐다. 이브자리는 이브자리몰 주문으로 인한 수익을 매장 점주가 가져갈 수 있도록 했다. 이브자리몰 판매 데이터도 실시간 공유했다. 덕분에 대리점별로 보다 정확한 타깃 분석 및 프로모션 등 마케팅이 가능해졌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체험 마케팅도 적극 도입했다. 수면 및 기능성 침구 관련 전문 교육을 이수한 수면 컨설턴트 ‘슬립 코디네이터’를 매장에 배치하고 145종의 베개와 이불 속통, 토퍼 등을 소비자가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침구는 높이, 형태, 경도 등을 직접 체험하고 개인에 맞는 제품을 사용하는 게 수면 건강에 좋다”며 “맞춤 기능성 침구류의 경우, 소비자의 직접 경험이 구매로 이어지는 비율이 높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온라인몰 성장세는 최근 들어 한층 가팔라졌다는 분석이다. 올해 3분기(누적) 이브자리의 온라인 전체 매출은 이브자리몰 론칭 전인 2년 전과 비교할 때 175% 성장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상황 3 경쟁 치열한 성숙기 시장
도전 3 ‘수면’에 집중하고 MZ세대 공략
침구 업계는 성숙기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많다. 침구 시장 참가 기업 수는 늘어나고 있고 과거 침구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던 예단 수요는 줄어들고 있는 영향이 크다. 이브자리는 일찌감치 수면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았다. 2003년 업계 최초로 수면환경연구소와 디자인연구소를 설립한 이래 연구·개발(R&D)에 공을 들여왔다. 2014년엔 양질의 수면과 건강을 위한 서비스 제공에 초점을 둔 ‘개인 맞춤형 수면 전문 브랜드’ 슬립앤슬립도 론칭했다.
그렇게 준비해 온 수면 시장은 이제 황금기를 맞이하고 있다. 올해 기준 국내 수면 시장은 약 3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2012년 5000억원에서 6배로 커졌다. 침대 시장, 침구 시장, 수면 관련 의료기기 및 의약품 시장 등이 포함돼 있다.
수면 시장의 중심 축으로 급부상한 MZ(1980년~2000년대 출생)세대 잡기에도 열심이다. 수면 장애를 호소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배우 조인성에 이어 올해 2월 가수 아이유를 전속 모델로 발탁한 배경이기도 하다. ‘슬립앤슬립X아이유’ 협업 제품은 2030 젊은이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MZ세대를 겨냥해 매장을 연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근 신설한 대전 둔산점은 젊은층 유동인구가 많은 대전 탄방동 로데오 거리에 위치해 있다. MZ세대 취향을 반영해 수면 외 세탁, 휴식 등 공간도 갖췄다. 가상현실(VR) 기능을 접목해 디지털 공간에서도 제품과 체험존을 경험할 수 있다.
이브자리 관계자는 “침구 전문 기업에서 건강한 잠자리를 제공하고 라이프스타일까지 종합적으로 책임지는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강조했다.
■ 마케터를 위한 포인트
‘이브자리’라는 사명은 아름다움을 의미하는 ‘이브’와 건강한 잠자리를 의미하는 ‘자리’를 합성한 단어다. 편안한 잠을 통해 행복한 생활을 창조한다는 뜻이다. 고춘홍 대표가 창업 당시부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철학이다.이브자리가 45년간 성장하며 ‘새로운 발상’을 앞세워 제공해온 서비스는 모두 이런 철학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때로는 소비자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 때로는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선보인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들의 공통분모다.
이브자리는 오래되고 친숙한 기업이라는 브랜드 이미지에서 한발 나아가 좋은 잠을 선물하는 기업으로 패러다임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국내 최초로 이불에 지퍼를 단 혁신처럼 앞으로도 다양한 최초 시도를 통해 침구 및 수면 산업의 선진화에 힘을 쏟는다는 각오다. 소위 ‘국민 이불’을 만드는 기업으로서 전국 대리점과 상생을 한층 강화하는 것은 물론이다.
이브자리 관계자는 “‘아름다운 침실과 건강한 생활 창조’라는 이브자리의 핵심 가치는 창업 때부터 지금까지 변함이 없다”며 “앞으로도 질 좋은 잠을 제공하기 위해 이브자리다운 새로운 시도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근 기자
■ 전문가 코멘트
□ 천성용 단국대 교수
우리가 특정 제품을 구매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중의 하나이다. 첫번째는 효용적 가치(utilitarian value), 즉 그 제품이 나에게 가장 큰 효용을 주기 때문이다. 두번째는 상징적 가치(symbolic value), 즉 소비 과정에서의 즐거움 혹은 자아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해서이다.
소비자들이 효용적 가치 때문에 제품을 구매하는 경우 제품을 물리적 속성의 집합으로 본다. 예를 들어, 컴퓨터를 구매할 때 CPU, 메모리 등 기능적 속성들에 집중하고, 종합적으로 나에게 가장 큰 효용을 주는 제품을 선택한다.
상징적 가치 때문에 제품을 구매하는 경우 제품을 사랑, 긍지, 지위, 기쁨 등을 표현하는 주관적 상징물로 본다. 예를 들어 샤넬 향수를 구매할 때 물리적 향도 중요하지만, 샤넬 브랜드의 이미지가 마음에 들고, 그것이 나의 자아 이미지를 강화해 주길 바란다.
물론 대부분의 소비자는 이 두 가지 가치를 함께 고려한다. 하지만, 제품에 따라, 혹은 소비자의 특성에 따라 어떤 것이 더 중요한지는 다르다.
사례에 소개된 이불 제품의 경우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효용적 가치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볼 수 있다. 보통 명품 의류, 골프 클럽 등 ‘공공장소에서 사용되는 사치품(Publicly consumed luxuries)’은 상징적 가치가 중요하지만, 이불, 칫솔과 같이 ‘개인적인 장소에서 사용되는 필수품(Privately consumed necessities)’은 효용적 가치가 중요하다. 내가 사용하는 이불을 남에게 보일 일은 거의 없기 때문에, 이불의 기능성, 사용 편리성, 피부 안정성이 더욱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이브자리 역시 지금까지 효용적 가치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성장해 왔다. 국내 최초로 요 커버에 지퍼를 달아 소비자의 불편함을 해결하였고, 최근에는 수면 컨설턴트, 수면환경연구소 등을 통해 양질의 수면과 건강 문제 해결에 집중하고 있다.
다만, 사례에 소개된 바와 같이 최근 수면 시장에 MZ 세대의 비중이 점차 증가하고 있음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과거 이불이 주로 어머니(구매자)가 가족(사용자)을 위해 구매하는 제품이었다면, 최근에는 1인 가구 등의 증가로 인해 사용자가 이불을 직접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이 중 MZ세대는 자아 이미지를 강화할 수 있는 브랜드라면 기꺼이 비싼 가격을 지불하기도 한다.
기성 세대 역시 최근 코로나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증가하면서 전반적으로 홈인테리어의 상징적 가치를 추구하는 경향이 증가하고 있다. 다시 말해 이제 이불을 평가하는 주요 가치가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
효용적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에게 상징적 가치를 강조해봤자 아무런 소용이 없다. 반대로 상징적 가치를 중요시하는 사람에게 효용적 가치를 강조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따라서 마케터는 우리의 타깃 고객이 어떤 가치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혹은 연령별, 지역별, 시대별로 우리 제품과 관련한 주요 가치가 어떻게 다른지 파악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 최현자 서울대 교수
어린 시절, 어머니께서 이불 세탁하던 때가 생각난다. 이불 홑청을 깨끗하게 빠신 뒤엔 항상 바느질을 하셨다. 손가락에 골무를 끼시고 한땀한땀 바느질하시는 어머니의 손길에 매직처럼 헌 이불은 새 이불로 변신을 했고 그 이불에서 났던 사각 사각하는 소리와 쾌적한 느낌은 잊을 수가 없이 생생하다.
어린 필자로선 어머니의 수고로움을 미처 깨닫지 못했지만 만일 나에게 그 수고로움을 감당하라고 한다면 해내지 못했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이브자리는 침구에 지퍼를 다는 아이디어 하나로 수많은 어머니들을 이불 홑청 바느질이라는 가사노동에서 해방시켰다. 그것 하나 만으로도 치하할 만한 일이다.
이브자리 덕분에 이불을 세탁하고 바느질을 해야 하는 수고로움에서 벗어난 지금 소비자들은 침구에 대해 무엇을 원하고 있을까?
아마 숙면을 취할 수 있게 해주는 침구를 첫 손가락에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건강을 위해 중요한 몇 가지를 꼽으라면 반드시 포함되는 양질의 수면에 도움을 주는 침구야말로 모든 소비자가 원하는 것이 아닐까.
이런 트렌드에 맞춰 이브자리는 개인 맞춤형 수면 전문 브랜드 슬립앤슬립을 론칭했다. 숙면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시기에 이러한 이브자리의 대응은 시의적절하다.
소비자가 침구에 대해 원하는 또 다른 것은 디자인과 기능이다. 침구는 오랜 시간 침대 위에 놓여 있으므로 디자인을 중요하게 여기는 소비자들이 많다. 기능도 중요하다. 따뜻하면서도 가벼워야 하고, 각종 오염에 강해야 하며, 쉽게 세탁하고 건조시킬 수 있어야 한다.
케이스스터디 기사에 따르면, 이브자리는 오래되고 친숙한 기업이라는 브랜드 이미지에서 한발 나아가 좋은 잠을 선물하는 기업으로 패러다임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양질의 수면을 원하는 소비자들이 많아 수면에 집중하는 전략은 적절하다. 그러나 침구의 디자인과 기능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아름다움에 대한 기준은 늘 변화하는 것이기에 아름다운 침실을 만들어 주기 위한 이브자리의 노력이 계속되기를 바란다.
‘아름다운 침실과 건강한 생활창조’를 위한 이브자리의 또 다른 혁신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 디자인과 기능에 그 답이 있을 것이다.마케터를 위한 지식·정보 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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