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신용평가사인 피치가 중국 부동산개발업체 헝다를 '제한적 디폴트' 등급으로 강등하면서 헝다의 디폴트가 공식화했다.

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피치는 헝다에 8250만 달러(약 976억원)의 채권 이자 지급 여부를 확인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응답을 받지 못했으며, 이런 경우 지급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간주한다고 밝혔다.

헝다는 지난 6일까지 지급했어야 할 해당 달러채권 이자를 내지 못하면서 실질적인 디폴트 상태에 빠진 상태였다. 다만 그동안 헝다나 채권 보유자,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이 공식적으로 디폴트 선언을 하지 않았다.

신용평가사인 피치가 헝다를 가장 먼저 '제한적 디폴트'로 분류함에 따라 이제 국제 시장에서 헝다의 디폴트는 공식화됐다. 피치는 채권 발행자가 채무 불이행을 했지만 파산 신청 같은 회수 절차가 개시되지 않고 해당 회사가 아직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상황을 '제한적 디폴트'로 정의한다.

피치는 이번 채무불이행에 따라 헝다의 다른 달러 채권이 즉각 만기가 도래한 것으로 간주되며 해당 채권 보유자의 25%가 상환을 요구하면 헝다가 이에 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헝다의 달러채권 연쇄 디폴트가 발생했다는 의미다. 헝다가 역외에서 발행한 달러채권 규모는 총 192억달러(약 22조7000억원)가량이다.

중국 정부는 당장 헝다 구제에 나서지 않고 시장 원리에 따라 채무조정 및 구조조정 절차를 진행한다는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이강 인민은행장은 이날 "헝다 위험 문제는 시장 사건으로서 시장화, 법치화 원칙에 따라 적절하게 처리돼야 한다"며 "채권인과 주주의 권익은 법정 변제 순서에 따라 충분히 존중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정부는 사회 안정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주택 수분양자, 건설현장 노동자, 헝다가 발행한 고율 자산관리상품 개인 투자자 등에 우선권을 줄 것"이라고 예측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