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줄 없고 학부모 동요 크지 않아…일부 반대시위에 요식업계 반발 9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뉴욕시 지하철 W노선 열차에 오르자 어린이와 청소년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독려하는 광고가 사방에 펼쳐졌다.
객차 내 전체 광고 공간의 절반을 차지한 뉴욕시 광고들은 "소아과 전문의들은 5∼17세의 코로나19 백신을 권고합니다", "5∼11세 아이의 백신 용량은 어른의 3분의 1이어서 부작용이 가볍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찾아볼 수 없었던 이런 광고는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이 월요일인 지난 6일 어린이에게도 사실상 '백신패스'(접종증명) 제도를 시행하겠다고 전격 선언한 이후 등장했다.
초등학생 또는 유치원생에 불과한 5∼11세 어린이도 14일부터 백신을 맞지 않으면 식당, 공연장, 체육관에 입장할 수 없다는 이번 명령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고강도 방역 조치다.
학교는 백신패스가 없어도 등교할 수 있지만 사설 체육학원은 체육관으로 분류돼 백신패스가 필요하다.
49번가역에서 내려 코로나19 백신 접종소가 있는 타임스스퀘어로 향했다.
오후 4시부터 10여 분 사이 아이를 동반한 다섯 가족이 접종소로 향했다.
형제자매를 합치면 모두 7명이다.
더블라지오 시장의 명령 후 어린이 예약자가 증가했느냐는 물음에 접수 담당 직원은 "백신을 접종하러 오는 어린이가 많아졌다"면서 "1회만 접종해도 100달러 상당의 직불카드를 준다"고 안내했다.
이 직원은 마스크를 쓰고 알통을 자랑하는 자유의 여신상 그림과 함께 '난 뉴욕시 백신 챔피언'이라고 적힌 종이가방에 뉴욕시가 마련한 선물을 담아 어린이에게 나눠줬다.
티셔츠와 모자, 접종 배지, 손 세정제, 마스크, 위생장갑이 봉투 안에 담겼다.
바닥에는 '5∼11세 KIDZER'라는 안내문이 적혀 있었다.
어린이(kid)와 백신 제조사 화이자(Pfizer)를 합친 단어 같았다.
7세 쌍둥이 아들을 데리고 온 한 여성은 "오늘 2회차 접종을 했다.
1회차 접종 후에는 전혀 부작용이 없었다"라며 말했다.
주사를 무서워하는 어린이를 안심시키려는 실내 장식도 눈에 띄었다.
접종 데스크에는 만화 캐릭터 '미니언즈'가 그려진 탁상보를 깔고 접종 후 15분의 대기시간이 지루하지 않도록 놀이 매트와 작은 의자를 놨다.
10분간 7명이 차례로 주사를 맞은 뒤로는 발길이 뜸해졌다.
예약자는 물론 즉석 방문자에게도 백신을 놔주는 시설인데도 이날은 줄을 설 정도로 사람이 몰리지는 않았다.
시설의 한 직원은 "지난주에 아이들이 굉장히 많았다"고 말했다.
백신패스 때문에 특별히 접종하려는 어린이가 급증한 것까지는 아니라는 이야기다.
유치원생까지 접종 증명을 요구한다는 파격적인 조치에도 뉴욕의 학부모 사이에선 반대하거나 불만이 커지는 분위기는 아니다.
맨해튼 지역 엄마들의 지역별 페이스북 그룹에서는 자녀 접종에 대한 불안이나 더블라지오 시장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게시물을 찾아보기 힘들다.
어린이 백신에 관해선 어디서 빨리 맞을 수 있는지 등을 물어보는 글이 대부분이었다.
그렇다고 반대 여론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일부 백신 반대론자는 뉴욕시청과 더블라지오 시장의 사택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전날 보수 성향의 폭스뉴스와 인터뷰한 뉴욕의 한 여성은 "코로나19는 그 나이대 아이에게 큰 위협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아이에게까지 백신을 강요하는 것은 약간 미친 일"이라고 비판했다.
관광객을 목놓아 기다리는 맨해튼 식당가의 근심도 크다.
특히 어린이 백신이 승인되지 않은 외국에서 온 가족 단위 관광객이 이번 명령으로 외식을 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뉴욕시 접객업연합의 앤드루 리지 사무처장은 미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이 문제를 지적한 뒤 더블라지오 시장을 향해 "마치 그린치와 같다"고 비판했다.
그린치는 크리스마스를 싫어하는 동화책 속 주인공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