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다, 8천억대 위안화 채권 중도상환 신청 접수 공고
달러채 디폴트낸 헝다 위안화 채권은 갚나
역외에서 발행된 달러화 채권 이자 상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채무불이행(디폴트)이 선언된 헝다가 자국에서 발행된 위안화 채권은 상환하려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중국 당국이 헝다 사태로 인한 자국 내 피해 최소화에 주력하는 가운데 23조원에 육박하는 역외 달러 채권을 보유한 이들이 가장 큰 손실을 떠안게 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헝다는 9일 심야에 홍콩증권거래소에 올린 공시에서 위안화 채권인 '20헝다01' 중도 상환을 원하는 채권 보유인들에게 이달 10일부터 16일까지 상환 신청을 하도록 안내했다.

45억 위안(8천312억원) 규모의 이 채권은 지난 2020년 1월 16일 발행된 3년 만기 채권이다.

다만 계약서상으로 2년이 지난 뒤 투자자들이 중도 상환을 선택할 권리가 부여됐다.

헝다가 이번 공시에서 이 채권 관련 채무 불이행 가능성을 별도로 고지하지 않았다.

이는 헝다가 예정대로 중도 상환을 원하는 투자자들에게 돈을 돌려줄 채비에 나선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가 헝다를 '제한적 디폴트'로 강등해 헝다의 디폴트가 공식화한 가운데 투자자 대부분은 해당 채권을 1년 더 보유하는 대신 중도 상환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헝다는 지난 3일 사실상 해외 채권을 더는 갚지 못하겠다고 선언했다.

헝다는 당시 홍콩증권거래소 야간 공시를 통해 2억6천만 달러(약 3천63억원)의 채무 보증 이행 의무를 이행하라는 통보를 받았지만 유동성 위기 때문에 이를 상환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6일까지 반드시 갚았어야 할 계열사 징청(景程·Scenery Journey)이 발행한 달러 채권 이자 8천250만 달러(약 972억원)를 지급하지 못해 공식 디폴트 상태에 빠졌다.

물론 헝다가 '20헝다01' 채권 중도 상환을 제대로 할지도 끝까지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이 채권의 2년 중간 만기 도래 시점은 내년 1월 8일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헝다가 역외 채무보다 역내 채무 상환을 더 적극적으로 해결하려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블룸버그 통신은 "마라톤자산운용 등 헝다 채권 보유인들은 역외 채권 보유인이 상환 줄의 가장 뒤에 서게 될 것이라고 말해왔다"며 "중국 정부는 사회 안정을 중요하게 여기는데 이 경우에는 주택 수분양자, (건설 현장) 노동자, (헝다 관련) 투자상품 개인 투자자 등이 우선권을 줄 것이라는 점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헝다의 주택 수분양자는 160만명에 달한다.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헝다의 총부채는 약 2조 위안(370조원)에 달하는데 이 중 대부분이 중국 내 채무이며 달러채 규모는 192억 달러(약 22조7천억원)로 전체 채무의 10분에 1에 미치지 못한다.

이강(易綱) 인민은행장은 전날 공개 포럼에서 "헝다 위험 문제는 시장 사건으로서 시장화, 법치화 원칙에 따라 적절하게 처리돼야 한다"며 "채권인과 주주의 권익은 법정 변제 순서에 따라 충분히 존중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