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자매 개성과 변화에 초점…따뜻함 전해지길"
뮤지컬에서도 유효한 원작의 힘…'작은 아씨들'
루이자 메이 올컷이 1868년 발표한 자전적 소설 '작은 아씨들'은 미국에서 널리 읽히는 고전으로 꼽힌다.

선풍적인 인기를 끈 책은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연극 등 수많은 리메이크작을 탄생시켰다.

전혀 다른 매체에서도 '작은 아씨들'이 변함없이 사랑받는 데에는 150여 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울림을 주는 원작의 힘이 있다.

지난해 팬데믹 여파로 일주일 만에 막을 내렸다가 최근 다시 개막한 뮤지컬 '작은 아씨들'에서도 그 힘은 유효했다.

이 작품은 19세기 미국을 살아가는 네 자매의 인생을 통해 한 인간이 어떻게 사랑하고, 정체성을 확립하고, 성숙해지는지를 보여준다.

마치 가문의 네 자매인 메그, 조, 베스, 에이미는 아버지가 남북전쟁에 참전한 뒤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가세가 기울면서 버터마저 마음껏 못 먹는 처지지만, 더 가난한 이웃을 위해 크리스마스 식탁을 양보하는 따뜻한 가족이다.

극은 둘째인 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작가가 되기를 꿈꾸는 조는 당시 전형적인 여성상과는 정반대로 쾌활하고 진취적이다.

결혼은 하지 않고 뉴욕이나 유럽으로 가서 꿈을 펼치기를 소망한다.

조의 시선으로 바라본 나머지 자매들은 모두 성격이나 희망이 다르다.

어렴풋이 배우가 되기를 바라면서도 진짜 원하는 것은 사랑뿐인 첫째 메그, 수줍음 많고 피아노를 잘 치는 셋째 베스, 가끔 사고를 치지만 미워할 수 없는 막내 에이미…. 개성 넘치는 이들의 일상을 관찰하다 보면 어느새 150분이 흘러 있다.

뮤지컬에서도 유효한 원작의 힘…'작은 아씨들'
뮤지컬 넘버들도 이들 자매처럼 하나같이 사랑스럽다.

클래식, 왈츠, 재즈, 팝, 탱고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캐릭터를 풍성하게 표현하고 감성을 자극한다.

특히 네 자매와 어머니가 한데 모여 부르는 앙상블은 훌쩍 다가온 연말을 따뜻하게 만들어줄 듯하다.

작은 무대에 설치된 소박한 세트도 볼거리다.

벽난로와 크리스마스트리, 낡은 피아노로 장식된 네 자매의 집은 대작 뮤지컬에서는 느낄 수 없는 수수한 매력이 있다.

곳곳에 배치된 유머는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게 한다.

선머슴 같은 조와 말괄량이 에이미의 대사와 행동을 보다 보면 극 후반부 성숙해진 두 사람의 모습이 대견하기까지 하다.

아쉬운 점도 있다.

남자 주인공 로리의 할아버지 로렌스와 베스가 우정을 나누는 장면이 잘 표현되지 않았고, 조와 에이미의 자매애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고 장면도 등장하지 않는다.

그러나 2021년을 살아가는 우리가 1800년대의 네 여자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함께 울고 웃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오경택 연출은 "원작의 주요 사건과 정서를 최대한 담아내면서 네 자매 각각의 개성과 변화를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그리워하는 우리에게 올컷이 건네는 따뜻한 메시지가 전달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조 역은 김소향, 이연경이 맡았으며 에이미 역은 장민제, 이재림이 연기한다.

베스와 메그 역은 각각 우현아와 이혜란이, 로리 역은 허도영이 맡았다.

오는 26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