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건강 심각성' 화두 던진 바일스, 타임誌 '올해의 선수'
당대 최고의 체조 선수로 평가받는 시몬 바일스(24·미국)가 10일(한국시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올해의 선수'가 됐다.

선정 배경은 도쿄올림픽에서 눈부신 성과를 남겨서가 아니다.

'지존'으로 꼽히는 종목별 스포츠 특급 스타가 겪는 정신 건강의 심각성을 바일스가 온몸으로 알린 게 올해의 선수로 뽑힌 주된 사유다.

따라서 올해의 선수 '영예'를 안았다고 보기도 어렵다.

몸무게 47㎏의 바일스가 던진 멘털 건강 화두는 너무나 묵직했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여자 기계체조에서 4관왕에 등극한 바일스는 올해 도쿄올림픽에서 기계체조 전관왕(6관왕)을 달성해 살아 있는 전설이 되겠다는 꿈을 안고 일본으로 향했다.

그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통산 금메달 19개, 은메달 3개, 동메달 3개를 수집하는 등 올림픽을 합쳐 두 개의 메이저대회에서 모두 30개의 메달을 획득했다.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미국), 단거리 제왕 우사인 볼트(자메이카)와 더불어 바일스는 이미 역사상 최고의 선수를 뜻하는 'G.O.A.T'(Greatest Of All Time)의 반열에 올랐다.

도쿄올림픽에서도 바일스는 무난히 6개 종목 모두 결선에 진출했다.

그러나 단체전 결선 첫 종목이자 주 종목인 도마에서 원래 점수보다 2점 이상 낮은 13점대를 받자 급격히 무너졌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스트레스를 호소한 바일스는 정신 건강을 먼저 찾겠다며 4개 종목 결선 출전을 포기했다.

마지막 경기인 평균대 결선에 나서 동메달을 목에 걸고 단체전 은메달과 함께 메달 2개로 올림픽을 마감했다.

'정신 건강 심각성' 화두 던진 바일스, 타임誌 '올해의 선수'
바일스는 올림픽 단체전 결선 때 '트위스티스'(twisties)를 겪었다고 밝혔다.

그는 "전 세계의 무게를 어깨에 걸머진 것 같았다"고도 했다.

트위스티스는 공중으로 높이 뛰고 바닥에 착지하는 동작을 종목마다 숱하게 반복해야 하는 체조에서 어떻게 바닥에 내려서야 할지, 몸의 어떤 부분으로 착지할지를 도무지 알 수 없게 되는 현상이다.

다시 말해 공간에서 몸을 통제할 수 없는 상태를 뜻한다.

점수 걱정과 함께 부상 우려가 자연스럽게 따라와 동작에 전혀 집중할 수가 없다.

많은 이들이 한 종목의 절대적인 지배자는 불굴의 정신력으로 모든 걸림돌을 넘어설 것으로 기대하지만, 바일스는 '일인자' 역시 하나의 인간으로서 누구나 그렇듯 불안, 고통, 두려움과 싸운다는 점을 용기 있게 보여줬다.

바일스가 일인자의 중압감을 호소하고 경기 출전을 포기한 뒤 전 세계 스포츠 스타들의 진심 어린 위로와 격려가 쏟아졌다.

바일스를 후원하던 굴지의 기업들도 실망하는 대신 "놀랍고도 용기 있는 결정"이라고 높게 평가하고 전폭적인 응원에 가세했다.

타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 대유행) 시대에 절망과 불안감이 치솟고, 많은 이들이 의무와 다른 사람의 기대 사이에서 분투하는 이 시기, 바일스가 자신을 우선으로 여기고 외부의 기대치에 굴복하지 않는 것의 중요성을 명백하게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바일스는 또 지난 9월에는 미국 체조 선수들을 상습 성폭행해 장기 복역 중인 전 대표팀 주치의 래리 나사르에 대한 연방수사국(FBI)과 법무부 수사가 문제투성이였다는 사실을 미국 상원 청문회에서 증언해 사안의 중대성을 다시 환기하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