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수들이 올해를 정리하는 사자성어로 묘서동처(猫鼠同處)를 꼽았다. ‘고양이와 쥐가 함께 있다’는 뜻으로 ‘도둑을 잡아야 할 사람이 도둑과 한패가 된 것’을 비유한 말이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임직원의 땅투기 사건과 최근 정치권 행태 등을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12일 교수신문에 따르면 묘서동처는 전국 대학교수 880명 중 29.2%의 선택을 받아 1위에 올랐다. 최재목 영남대 철학과 교수는 “국정을 엄정하게 책임지거나 공정하게 법을 집행하고 감시할 사람들이 이권을 노리는 사람들과 한통속이 돼 이권에 개입하거나 연루된 상황을 수시로 봤다”며 추천 이유를 밝혔다.

다른 교수들도 “감시자, 관리자 노릇을 해야 할 사람이나 기관이 호시탐탐 불법, 배임, 반칙을 일삼는 세력과 한통속이 된 일들이 속출했다”는 등의 이유를 들었다. 내년 3월 대통령선거를 우려하면서 묘서동처를 택한 교수도 있었다. “상대적으로 덜 나쁜 후보를 어쩔 수 없이 선택해 국운을 맡겨야 하는 상황”이라는 의견이 나온 것이다.

두 번째로 많은 21.1%가 선택한 사자성어는 ‘사람과 말 모두 지쳐 피곤하다’는 뜻의 인곤마핍(人困馬乏)이었다. 서혁 이화여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코로나19를 피해 다니느라 국민도 나라도 피곤한 해였다”고 말했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