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기업인 대만 TSMC가 독일 정부와 반도체 공장을 설립하기 위한 초기 협상에 들어갔다. 애플과 인텔, 글로벌파운드리에 이어 TSMC까지 글로벌 기업들이 반도체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독일로 향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로라 호 TSMC 유럽 및 아시아 영업 담당 수석부사장은 이날 타이베이에서 열린 한 포럼에서 “독일 정부와 공장 설립을 협상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아직 인센티브와 공장 부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결정되지 않았다”며 “정부 보조금과 고객 수요, 인재풀 등 다양한 요인이 최종 협상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류더인 TSMC 회장은 지난 6월 폭스바겐, 다임러 등 주요 고객사가 있는 독일에 반도체 공장을 세우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호 부사장의 이번 발언은 이 계획이 현실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업계에 따르면 TSMC는 약 1년 전부터 반도체 공장의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세계 각국이 반도체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인센티브를 내걸고 공격적인 기업 유치에 나섰기 때문이다. TSMC는 미국 애리조나주에 120억달러 규모의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일본에도 70억달러를 투자해 공장을 세울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유럽연합(EU)에서는 독일이 반도체 강국으로 떠오르고 있다. TSMC 경쟁사인 글로벌파운드리는 드레스덴에서 공장을 가동 중이다. 인텔은 바이에른에 반도체 공장을 세우기 위한 협상을 하고 있다. 애플은 내년 상반기 뮌헨에서 모바일 반도체 및 소프트웨어 연구개발센터를 개소할 예정이다.

EU는 2030년까지 1345억유로를 투입해 세계 반도체 생산량의 20%가 EU에서 나오도록 한다는 목표다. 또 기업에 반도체 설비 투자액의 40%를 보조금 형태로 돌려주고 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