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중증 900명 육박·사망자도 급증…"병상 다음주 꽉 찰 수도"
서울·인천 중증 병상 가동률 90% 넘어…병상 대기자 1천739명
정부, 다음주 '특단조치' 가능성…"이미 늦어…거리두기 강화해야"
위중증 급증에 의료체계 마비 상태…"사망자 나와야 병상 생겨"(종합)
12일 코로나19 위중증 환자수가 900명대에 육박하며 또다시 역대 최다치를 기록했다.

중증 환자 병상이 이미 포화상태나 다름없는 상황에서 환자수가 계속 늘면서 실제 의료 현장에서는 병상을 배정받지 못해 응급실에서 100시간 넘게 기다리는 경우까지 발생하는 등 의료체계가 사실상 마비 상태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병상 확충에 총력을 기울이고는 있지만 환자 발생에 비해 병상 확충 속도가 느려 지금은 사망자가 발생해야 새로운 중증 병상이 생기는 딜레마 상황이다.

다음 주 중반이면 코로나19 중증 병상이 완전히 포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12일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에 따르면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전국적으로 계속 높아지고 있다.

전날 오후 5시 기준으로 전국의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80.9%(1천276개 중 1천31개 사용)로 전날 79.0%에서 1.9%포인트 증가했다.

입·퇴원 수속 과정을 고려하면 중증 병상 가동률 80%는 사실상 포화 상태로 볼 수 있다.

상황이 심각한 수도권 중증 병상 가동률은 86.5%(821개 중 710개 사용)로 전날 83.9%에서 2.6%포인트 올랐다.

서울과 인천은 중증 병상 가동률이 각각 90.6%(361개 중 327개 사용), 92.4%(79개 중 73개 사용)로 90%도 넘어섰다.

경기는 81.4%(381개 중 310개 사용)를 기록 중이다.

위중증 급증에 의료체계 마비 상태…"사망자 나와야 병상 생겨"(종합)
비수도권에서는 경북과 강원의 중증 병상이 한 개도 남지 않았고, 세종은 1명, 대전과 충북은 각 2명의 중환자만 추가로 받을 수 있다.

위중증 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어 병상 부족 사태는 더욱 악화하고 있다.

이날 0시 기준 위중증 환자는 894명으로 역대 최다치를 기록했다.

위중증 환자 수는 지난 7월 말부터 3개월 이상 300명대를 유지했지만, 지난달 1일 단계적 일상회복으로 방역체계가 전환된 이후로 급증했다.

지난달 6일 411명으로 처음 400명대에 진입했고, 11일 만인 지난 17일 522명으로 500명을 돌파했다.

지난 24일부터는 엿새 동안 600명대를 유지하다가 이달 1일부터 일주일 동안은 700명대를 기록했고, 지난 8일부터 이날까지 닷새 동안 800명대가 이어졌다.

천병철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위중증 환자 1천명대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했는데, 이미 900명에 근접한 수준이다.

사망자도 급증하는 추세다.

전날 코로나19 사망자는 80명으로 역대 최다치를 기록했다.

국내 코로나19 누적 사망자 4천253명 중 33%인 1천404명이 단계적 일상회복 전환 후 42일 동안 발생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병상은 계속 부족한데 중증 환자는 일정한 비율로 매일 나오고 있다"며 "중증 병상 가동률은 사망자가 얼마나 나오느냐에 따라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망자를 최소화하려는 의료진의 노력이 성공하면 추가 중증 병상이 나오지 않고, 사망자가 많이 발생하는 날은 추가 중증 병상이 생긴다"며 "의료진으로서 난감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병상이 포화상태이다 보니 사망자가 나와야 병상이 생기는 아이러니하고도 절망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위중증 급증에 의료체계 마비 상태…"사망자 나와야 병상 생겨"(종합)
수도권에서 병상이 없어 대기 중인 코로나19 환자 수는 이날 0시 기준 1천739명이다.

기존 최다치인 전날 1천508명에서 231명이나 늘어 최다 기록을 다시 썼다.

이 가운데 400명은 나흘 이상 병상을 기다리고 있다.

하루 이상 대기하는 환자는 658명, 이틀 이상 대기자 431명, 사흘 이상 대기자는 250명이다.

하루 이상 대기 중인 환자 중 517명은 70세 이상 고령자다.

고혈압, 당뇨 등 질환이 있는 환자는 1천222명에 달한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증가하면서 병상 여력은 이미 한계치에 다다랐다.

정부는 일상회복 뒤 4차례 병상확보 행정명령을 내리는 등 병상 확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시설 준비, 인력 부족 등 문제로 병상 확충이 빠르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의료 현장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전공의들은 지난 9일 직접 기자회견을 열고 언론에 보도되는 것보다 현장 상황이 훨씬 더 심각한 수준이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여한솔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서울과 경기도에는 중환자를 받을 수 있는 병상은 이미 한 자리도 남아있지 않는데도 당국은 아직도 병상에 여유가 있다고 호도한다"고 질타했다.

그는 "의료현장은 가히 아수라장"이라며 자택 대기 중 병세 악화로 응급실로 이송된 확진자가 응급조치를 받고도 병상을 배정받지 못한 상태로 숨진 사례, (병상이 없어) 응급실 체류시간이 100시간이 넘는 건 기본이고 응급실에서 300시간 동안 기다리다가 퇴원한 환자 사례 등도 있었다고 전했다.

병상 부족으로 집에서 대기하다가 병세가 급격히 악화해 사망하는 사례, 이미 심정지 상태로 응급실에 도착하는 사례, 심근경색, 뇌출혈 등 다른 응급환자들이 구급차를 타고 떠도는 사례 등도 나오고 있다고 전공의들은 전했다.

응급환자가 제때 이송은 물론이고 치료조차 받을 수 없는 사례들이 속출하고 있다는 뜻으로, 사실상 의료 체계가 '불능' 상태에 빠졌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엄 교수는 "수도권은 이미 중환자와 준중환자가 갈 곳이 없다.

응급실에서 심폐 소생술로 회복한 확진자가 병실로 못 올라가고 있다"며 "중증 병상을 단시간에 확충하지 못하면 다음 주 중반이면 꽉 차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위중증 급증에 의료체계 마비 상태…"사망자 나와야 병상 생겨"(종합)
그러면서 "지금 사망자들은 중환자로서 치료를 받다가 사망하는데, 앞으로는 아예 치료를 못 받고 사망하는 사람이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금도 이미 입원 대기 중에 집이나 요양시설 등에서 사망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입원 대기 중 사망자는 45주(10.31∼11.6)에 1명이었으나 46주(11.7∼13) 2명, 47주(11.14∼20) 3명으로 늘었고 48주(11.21∼27) 10명, 49주(11.28∼12.4) 13명이 됐다.

정부는 지난 10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유행 확산세가 꺾이지 않으면 다음 주 '특단 조치'를 발표할 수 있다고 예고하면서 "운영시간이나 사적모임을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유행 상황을 지켜보고 상황이 계속 심각하면 일상회복지원위원회 방역의료분과 회의를 열어 특단 조치를 논의할 예정이다.

의료계에서는 특단 조치로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시행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엄 교수는 "다음 주에 강력한 대책이 나와도 유행 감소 효과는 2∼3주 후에 나타날 것"이라며 병상 부족 사태가 단기간에 해결되지 않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날 0시 기준 재택치료자는 총 2만3천376명으로, 전날(2만1천969명)보다 1천407명 늘었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1만1천285명으로 가장 많고, 경기 7천299명, 인천 1천613명 등이다.

위중증 급증에 의료체계 마비 상태…"사망자 나와야 병상 생겨"(종합)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