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한 홈쇼핑 패션…'디자이너 브랜드'·'PB'로 차별화
# 30대 직장인 A씨는 외출복을 주로 홈쇼핑에서 해결한다. A씨가 뽑는 홈쇼핑 패션 브랜드의 장점은 실용성을 갖춘 디자인과 반품의 편리함.올해도 TV홈쇼핑 인기 상품군은 단연 '패션'이었다. 의류 성수기인 겨울로 접어들고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시행으로 외출복 수요가 늘었고, 골프 등 스포츠 의류 판매가 늘어난 결과다. 각 홈쇼핑들은 패션 디자이너와 손을 잡은 자체브랜드(PB) 상품군 강화와 고가 소재를 활용한 고급화 전략으로 소비자들을 공략했다.
그는 "일부러 옷 쇼핑하러 외출하진 않는 편인데 계절에 맞춰 유행하는 디자인의 옷을 적기에 사 입을 수 있다"며 "캐시미어 코트 같은 가격대가 있는 상품도 부담 없이 구입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A씨는 "거리에서 같은 옷을 입은 사람을 마주칠 수 있다는 점이 단점"이라면서도 "교환과 반품도 잘 처리해준다"며 웃어보였다.
지춘희·손정완·이상봉 디자이너 파워…홈쇼핑 히트상품 과반수가 '패션'
13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라이브커머스를 앞세우며 브랜드명을 바꾼 'CJ온스타일'은 PB브랜드 패션 경쟁력이 돋보였다. 히트상품 10개 중 9개가 PB브랜드였다. 총 주문량이 800만건을 돌파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도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한 수치다.4년 연속 히트상품 1위를 차지한 '더엣지'의 경우 올해 215만건의 주문이 집중돼 2011년 론칭 후 연간 최다 주문량을 달성했다. 연간 주문금액도 1500억원을 넘겼다.
국내외 디자이너 브랜드와 협업한 브랜드 약진도 돋보였다. '칼 라거펠트 파리스'(칼라거펠트)는 지난해에 이어 2위 자리를 지켰다. 모델로 배우 이나영을 기용하며 화제를 낳은 '지스튜디오'(미스지콜렉션)는 연간 주문액 800억원을 돌파하며 히트상품 4위에 올랐다. 코로나19로 뜨거운 인기를 누리고 있는 골프의 후광효과에 골프웨어 브랜드 '장 미쉘 바스키아'가 7위에 올랐다. 이 브랜드는 배우 원빈을 모델로 내세워 눈길을 끌었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GS샵에서도 히트상품 10개 중 7개가 패션 상품이었다. 역시 PB 브랜드가 강세였다. 올해(12월5일 기준) 1위와 2위는 패션 PB '모르간', '라삐아프'였다. 1위인 모르간은 2011년부터 누적 주문금액이 3932억원에 달하는 대표 패션 브랜드다. 디자이너 브랜드 'SJ와니'(4위)와 소재 특화 프리미엄 브랜드 '쏘울'(9위)도 상위권에 들었다.
롯데홈쇼핑의 경우 히트상품 10개 중 9개가 패션상품이었다. 1위는 PB 격인 '라우렐'이 차지했지만 9개 중 3개가 '지프', '캘빈클라인 퍼포먼스', '몽벨' 등 스포츠 브랜드인 게 특징이다.
현대홈쇼핑 역시 올해(12월10일 기준) 히트상품 10개 중 6개에 패션 브랜드가 포진했다. 이상봉 디자이너와 손잡고 단독으로 선보인 '이상봉 에디션'이 1위를 차지했으며 PB 격인 '라씨엔토', '제이바이', '안나수이'가 2~4위에 올랐다. 스포츠 브랜드 'USPA'가 6위를 기록했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외출 빈도가 잦아지며 재킷, 코트 등 패션 아우터 주문량이 지난해보다 40% 뛰었다"며 "골프, 캠핑 등 레저 수요가 반영돼 레포츠 브랜드도 처음 순위권에 진입했다"고 설명했다.
"잭필드 바지는 잊어라"…고급 소재·기능성으로 중무장한 홈쇼핑 패션
그동안 홈쇼핑 패션상품의 특징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높다는 점이었지만 최근에는 고급 소재를 활용한 고가 제품도 인기를 끈다. 소비 양극화와 코로나19 사태와 맞물린 '보복 소비' 흐름으로 소비자들이 고가 제품에 기꺼이 지갑을 연 덕이다.CJ온스타일 히트상품 3위에 오른 '셀렙샵에디션'의 경우 지난 9월 홈쇼핑 업계 처음으로 3대 고가 원단 중 하나로 꼽히는 '에르메네질도 제냐' 원단으로 만든 재킷을 선보였다. '제냐 그룹 캐시미어 100% 원단 재킷'을 강조해 선보인 재킷은 90만원에 가까운 고가도 론칭 방송서 30분 만에 준비 수량이 모두 소진됐다.
GS샵에선 GS샵과 손정완 디자이너가 손잡고 출시한 SJ와니가 '유럽산 코펜하겐 밍크코트', '세이블 머플러' 등 고급 소재를 사용한 제품을 선보였다. 삼성물산(옛 제일모직)과 협업해 출시한 '호주 메리노울 100% 니트 집업 재킷', '에어울 100% 더블페이스 가디건' 등도 반응이 뜨거웠다는 후문이다. 코로나19로 차박과 등산, 골프 등이 각광 받으면서 홈쇼핑에서도 스포츠 관련 패션 브랜드가 약진했다. 아웃도어 브랜드 '몽벨'은 올해 롯데홈쇼핑에 처음 진출해 남녀 기능성 재킷, 팬츠, 트레킹화 등을 35만세트 판매했다. '지프'의 경우 캠핑, 등산 등에서 편하게 착용할 수 있는 플리스, 후드집업, 다운재킷 등의 총 주문량이 지난해보다 15% 증가한 51만세트가 팔렸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