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뜻 관철시키자"…여론戰 확대하는 단톡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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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단체 단톡방서 긴급회의
청소년 방역패스 반대소송 결정
더 빠르고 강력해진 여론 결집
이해관계 얽힌 일반시민도 가세
"건강한 공론장 훼손" 우려도
청소년 방역패스 반대소송 결정
더 빠르고 강력해진 여론 결집
이해관계 얽힌 일반시민도 가세
"건강한 공론장 훼손" 우려도
“청소년 방역패스와 관련해 긴급 회의를 소집하겠습니다.”
지난 3일 수도권 학원·교습소 단체인 ‘함께하는사교육연합(함사연)’ 회원이 모인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 이런 메시지가 올라왔다. 정부가 “내년 2월부터 ‘청소년 방역패스’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날이었다.
이틀 뒤인 5일 오후 10시. 회원들은 얼굴을 맞대고 긴급회의를 했다. 이 자리에서 행정소송과 단체집회를 열기로 결정했다. 회의 결과는 1시간 뒤 27만 명 규모의 학원 운영자 커뮤니티 ‘학관노(학원관리노하우)’에 공유됐다.
다음날(6일)에는 학부모 단체인 ‘전국학부모단체연합(전학연)’과 공동으로 소송을 진행하기로 협의했다. 이후 12일까지 1주일 만에 소송 후원금 770만원이 모였다. 이상무 함사연 대표는 “수시로 바뀌는 방역대책에 대응하기 위해 카카오톡이나 영상회의 플랫폼 ‘줌’을 통해 회원들끼리 의견을 주고받는다”며 “이전보다 더욱 빠르게 의견을 수렴하고 집단 행동에 나설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는 최근 정부 정책에 반발하는 여론이 카카오톡 등 SNS를 통해 더 빠르고 강하게 응집하는 한 예다. 조직이 체계적으로 잡혀 있는 단체·협회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까지도 자신의 이해관계가 얽히면 지역 커뮤니티에 게시글을 올리거나, 주저 없이 카톡 오픈채팅방을 개설해 단체 행동에 나선다.
여론이 모이는 계기는 다양하다. 과거에는 주로 정치 이슈에 관해 여론이 형성되는 일이 잦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청소년 백신패스’와 같은 방역 대책과 교육 정책, 지역 문제 등 자신의 생활과 밀접한 정책 및 이슈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분위기다.
이들은 순식간에 집결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낡은 학교를 새로 짓거나 리모델링하는 ‘그린스마트 미래학교’를 반대하는 학부모 단체 채팅방은 서울 주요 자치구별로 10여 개가 있다. 각 채팅방 참여 인원은 60~450명으로 다양하다.
여기에는 10여 개 단톡방을 총괄하는 운영회가 별도로 있다. 운영회는 대표, 부대표, 감사, 대변인, 사무총장 등 여러 직책을 갖추고 있다. 채팅방에 참여한 학부모 김모씨는 “처음에는 그린스마트 미래학교에 반대하기 위해 꾸려졌지만, 지금은 각종 교육 정책을 공유하고 토론도 한다”며 “예전에는 불만이 있으면 혼자 민원을 넣어 파괴력이 약했는데, 이제는 단체행동을 할 수 있어 학부모 의견에 힘이 더 실리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SNS를 매개로 모인 조직은 대규모 집회를 비롯해 행정소송 등 다양한 활동을 한다. 전학연 등 60여 개 단체는 지난 9일 세종시 교육부를 찾아 청소년 방역패스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3일 정부가 청소년 방역패스를 발표한 지 엿새 만이다. 지난 5월에는 정부가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D노선을 발표하자 이에 반발하는 김포·인천 주민들이 이틀 만에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집회를 열었다.
‘화력’이 워낙 강력한 탓에 당국이 고개를 숙이는 일도 잦다. 지난해 12월 서울 서초구 경원중이 혁신학교로 지정된다는 소식에 학부모가 거세게 반발하자 서울교육청이 사실상 지정을 철회한 바 있다. 이때도 지역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단체 채팅방이 결성돼 주민들이 국회와 정부, 교육청에 ‘민원폭탄’을 쏟아부었다.
이 같은 여론 응집을 ‘직접민주주의’ 확대의 한 형태로 보는 긍정적인 시각도 있지만, 부작용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지역 이기주의에 함몰된 주장이나 가짜 정보가 유통돼 건강한 공론장이 훼손될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향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실과 다르거나 특정 집단의 이득만 챙기는 주장을 무작정 따르면 되레 민주주의가 퇴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양길성/장강호 기자 vertigo@hankyung.com
지난 3일 수도권 학원·교습소 단체인 ‘함께하는사교육연합(함사연)’ 회원이 모인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 이런 메시지가 올라왔다. 정부가 “내년 2월부터 ‘청소년 방역패스’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날이었다.
이틀 뒤인 5일 오후 10시. 회원들은 얼굴을 맞대고 긴급회의를 했다. 이 자리에서 행정소송과 단체집회를 열기로 결정했다. 회의 결과는 1시간 뒤 27만 명 규모의 학원 운영자 커뮤니티 ‘학관노(학원관리노하우)’에 공유됐다.
다음날(6일)에는 학부모 단체인 ‘전국학부모단체연합(전학연)’과 공동으로 소송을 진행하기로 협의했다. 이후 12일까지 1주일 만에 소송 후원금 770만원이 모였다. 이상무 함사연 대표는 “수시로 바뀌는 방역대책에 대응하기 위해 카카오톡이나 영상회의 플랫폼 ‘줌’을 통해 회원들끼리 의견을 주고받는다”며 “이전보다 더욱 빠르게 의견을 수렴하고 집단 행동에 나설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는 최근 정부 정책에 반발하는 여론이 카카오톡 등 SNS를 통해 더 빠르고 강하게 응집하는 한 예다. 조직이 체계적으로 잡혀 있는 단체·협회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까지도 자신의 이해관계가 얽히면 지역 커뮤니티에 게시글을 올리거나, 주저 없이 카톡 오픈채팅방을 개설해 단체 행동에 나선다.
여론이 모이는 계기는 다양하다. 과거에는 주로 정치 이슈에 관해 여론이 형성되는 일이 잦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청소년 백신패스’와 같은 방역 대책과 교육 정책, 지역 문제 등 자신의 생활과 밀접한 정책 및 이슈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분위기다.
이들은 순식간에 집결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낡은 학교를 새로 짓거나 리모델링하는 ‘그린스마트 미래학교’를 반대하는 학부모 단체 채팅방은 서울 주요 자치구별로 10여 개가 있다. 각 채팅방 참여 인원은 60~450명으로 다양하다.
여기에는 10여 개 단톡방을 총괄하는 운영회가 별도로 있다. 운영회는 대표, 부대표, 감사, 대변인, 사무총장 등 여러 직책을 갖추고 있다. 채팅방에 참여한 학부모 김모씨는 “처음에는 그린스마트 미래학교에 반대하기 위해 꾸려졌지만, 지금은 각종 교육 정책을 공유하고 토론도 한다”며 “예전에는 불만이 있으면 혼자 민원을 넣어 파괴력이 약했는데, 이제는 단체행동을 할 수 있어 학부모 의견에 힘이 더 실리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SNS를 매개로 모인 조직은 대규모 집회를 비롯해 행정소송 등 다양한 활동을 한다. 전학연 등 60여 개 단체는 지난 9일 세종시 교육부를 찾아 청소년 방역패스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3일 정부가 청소년 방역패스를 발표한 지 엿새 만이다. 지난 5월에는 정부가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D노선을 발표하자 이에 반발하는 김포·인천 주민들이 이틀 만에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집회를 열었다.
‘화력’이 워낙 강력한 탓에 당국이 고개를 숙이는 일도 잦다. 지난해 12월 서울 서초구 경원중이 혁신학교로 지정된다는 소식에 학부모가 거세게 반발하자 서울교육청이 사실상 지정을 철회한 바 있다. 이때도 지역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단체 채팅방이 결성돼 주민들이 국회와 정부, 교육청에 ‘민원폭탄’을 쏟아부었다.
이 같은 여론 응집을 ‘직접민주주의’ 확대의 한 형태로 보는 긍정적인 시각도 있지만, 부작용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지역 이기주의에 함몰된 주장이나 가짜 정보가 유통돼 건강한 공론장이 훼손될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향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실과 다르거나 특정 집단의 이득만 챙기는 주장을 무작정 따르면 되레 민주주의가 퇴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양길성/장강호 기자 vertigo@hankyung.com